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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순례자들의 종착지 라싸 바코르-아무도 그들의 기도를 막을 수 없다!

찰라777 2011. 6. 13. 07:44

티베트 순례자들의 종착지 바코르

-아무도 그들의 기도를 막을 수 없다!

 

티베트는 우리나라 11배 크기의 땅이다. 해발 4000~5000m의 고원에 위치한 티베트는 제임스힐톤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샹그릴라'로 회자되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오늘도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은 채 수천km를 오체투지와 도보로 영혼의 도시 라싸로 순례길을 온다. 그들의 최종 순례 종착지는 라싸의 조캉사원 바코르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바코르를 순례하는 그들의 표정은 소박하고 밝다. 그들은 코라를 돌며 기도로 아침을 열고, 역시 코라를 돌며 저녁기도로 하루를 마감한다. 아무도 그들의 기도를 막을 수 없다. 그들의 기도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평화를 위한 영원의 기도이기 때문이다.

 

 

▲영혼의 도시 라싸, 바코르를 도는 순례자들

 

 

순례자들은 우주계의 횡성처럼 라싸의 코라를 돌았다.

 

티베트 라싸에 도착하여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자연도 아니요, 건물도 아닌 순례자들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로 라싸 시내는 곳곳에 물결을 이루며 코라를 돈다.

 

 

라싸에 사는 티베트인들은 아침에 코라를 돌며 기도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저녁에 다시 코라를 돌며 기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그것은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횡성처럼 보였다. 횡성이 어디 말을 하던가? 그들은 말이 없었다. 코라에는 사람들은 없고 순례자들만 있었다. 티베인들도, 여행자들도 모두 코라를 돌았다. 코라를 돌지 않는 사람들은 중국정부의 감시원들이다.

 

 

 

▲코라를 돌며 기도를 하는 것은 티베트인들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중국의 엄청난 감시에도 불구하고 살사는 여전히 경이로운 도시다. 티베트인들의 심장이자 영혼의 도시인 라싸는 기름진 키추(라사 강) 골짜기에 들어 서 있다. 라싸는 동쪽 구시가지와 서쪽 중국인 지구인 신시가지로 나누어진다. 중국인 거리는 살벌한 시멘트 빌딩과 넓게 확장한 도로 외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에 모든 볼거리 할거리가 모여 있다. 코라도 이 거리에 집중되어 있다.

 

 

코라Kora는 티베트인들의 순례길이다.

시계방향으로 돌고 돌아가는 순례자들의 길…

라싸는 어디를 가나 코라가 거미줄처럼 형성되어 있지만 라싸에는 크게 네 개의 코라가 있다. 코라는 티베트의 심장인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조캉사원내에 있는 낭코르를 도는 순례자들

 

 

낭코르Nangkor는 조캉사원 내부를 도는 가장 짧은 코스다. 낭코르를 돌려면 아침 일찍부터 사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추어 줄을 서야 한다. 프랑스 두 배 크기의 티베트 각처에서 물결처럼 기도를 하며 모여든 순례자들로 발 딛을 틈이 없이 붐비기 때문이다.

 

 

바코르Bakor는 조캉사원 외부를 한 바퀴 도는 순례길이다. 1km가 조금 안 되는 이 순례길은 라싸에서 가장 유명한 코라다. 이 코라는 아침, 낮, 저녁 할 것이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순례 객들로 붐빈다. 순례자들은 하루 종일 몇 번이고 바코르를 돈다. 아니 순례들이 아니더라도 이곳에 오면 누구나 순례자가 되고 만다.

 

 

▲아이를 등에 업고 바코르를 도는 순례자

 

 

포탈라 코라 Potala Kora는 포탈라 궁을 따라 궁 외각을 한 바퀴 도는 코라다. 바코르와 더불어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붐비는 코라다. 13층 높이에 해당하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세계 건축학적 경이로움의 하나이다. 순례자들은 티베트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거주했던 백궁(白宮)과 종교적 행사를 했던 홍궁(紅宮)을 오른쪽에 두고 '옴 마니 반메훔'을 끊임없이 외우며 코라를 돈다.

 

 

▲포탈라 궁 코라를 도는 순례자들

 

 

링코르Lingkor는 라싸 구 시가지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무려 8km나 된다. 지금은 중국정부가 라싸를 개발 한답시고 4차선 도로들이 나는 바람에 코라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버렸다. 순례자들은 자동차들로 거리가 복잡해지기 전 이른 아침에 링코르를 돈다.

 

 

야크호텔에서 라싸의 첫날밤을 보낸 우리는 이른 아침 야크호텔 오른쪽에 있는 중국인 간이식당인 산성천채관山城川菜館에서 버터차 한잔과 모모(만두의 일종) 두 개로 아침을 먹었다. 주로 티베트인들이 애용하는 현지 식당이다. 달덩이처럼 둥그런 타원형의 얼굴을 가진 아주머니 한분과 마음씨 좋아 보이는 남편 둘이 운영하는 세 크기의 이 식당을 우리는 라싸에 머무는 동안 주로 이용했다.

 

 

▲모모와 버터차를 마시곤 했던 야트 호텔 옆 티베트 간이식당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모를 먹는 동안에도 거리에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 전야라서 그런지 순례자들의 물결은 점점 더 많아진다. 아침을 먹은 우리는 순례자들의 행렬에 끼어서 거리를 걸었다. 꼭 어디라고 할 것도 없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물결을 따라 그냥 걷는 것이다.

 

 

 

 

 

 

▲바코르를 순례하는 기도의 물결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 마니주를 돌리는 사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목발을 짚고 가는 노인, 아이를 무등을 태우고 걷는 아빠, 젊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있는 노인들… 순례자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하나 같이 남루한 차림을 한 그들은 모두가 말없이 코라Kora(순례길)를 돈다. 그러나 코라를 도는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다.

 

 

지구가 도는지 순례자들이 도는지 분간이 잘 안 간다.

나는 그들 틈에 끼어 저절로 순례자가 된다. 무엇이 그들을 돌게 하는가?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 멀고도 힘든 길을 걸어와서 이 바코르를 도는가? 바코르를 돌면 어떤 점이 좋을까? 어떤 힘이 그들을 순례길로 가게 하고 있을까? 그들 틈에 끼어 바코르를 도는 나는 풀수 없는 화두들이 뱅뱅 소용돌이 친다.

 

 

 

 

바코르는 조캉사원 앞에서 시작된다. 1985년에 만들어진 바코르 광장은 중국정부가 티베트인들의 감시하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제복을 입은 무장공안과 군인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쏘아대는 감시카메라에 내 행동의 일거수일투족이 필름에 감기고 있을 것이다.

 

▲순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조캉사원 광장

 

 

조캉사원 정문 옆에는 흰색 항아리 모양의 상캉Sangkang이 짙은 향냄새를 풍기고 있다. 순례자들은 바코르를 돌다가 흰색의 탑 상캉에 향을 뿌리고 버터를 뿌리며 합장을 한다. 상캉 뒤에는 작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서기 822년에 세워진 이 비석은 당시 토번(티베트)과 당나라 사이에 국제 협약과 국경에 관한 협약이 기술되어 있다.

 

 

▲상캉에 향과 버터기름을 뿌리며 기도를 하는 순례자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바코르에는 다양안 기념품점과 상점들이 들어 서 있다. 탕카를 비롯하여 각종 불교용품과 마니 차, 공예품, 골동품 등이 노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티베트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거리다. 바코르를 돌아야 티베트를 조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들의 기도는 간절하다. 그들은 늘 기도를 한다. 집에서도 아침저녁으로 불단에 향을 사르며 기도를 한다. 그들의 기도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평화를 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진실로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기도이다. 그들의 이 기도는 영원하며 죽을 때가지 평생 이어진다. 아니 죽어서도 환생을 하여 다시 이어진다.

 

 

 

 

  

▲누구를, 무엇을 위하여 그들은 기도를 할까? 아무도 그들의 기도를 막을 수 없다.

그들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를 한다고 한다.

 

 

이 간절한 기도의 물결을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아무도 그들의 기도를 막을 수 없다. 막아서도 안 된다. 달라이 라마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티베트인들의 종교 활동과 문화를 말살하려는 중국정부의 의도이다. 2008년 민중봉기 이후 중국정부는 티베트인의 집에 반드시 마오쩌둥, 덩샤오평, 장쩌민의 사진을 걸도록 했다.

 

 

라싸의 서민들은 한 가족 당 비좁은 아파트 단칸에서 대부분 살아간다. 대략 세평자리 방 두 칸에 공동화장실이 달려있다. 그 좁은 집 안방에 불단을 꾸미고 기도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불단에는 버터기름위해 등불을 켜고 있다. 그들은 그 불단 앞에서 기도를 하며 세세생생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순례자들은 따라 하루 종일 바코르를 돌다보니 내 영혼은 어느새 티베트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느리게 돌아가는 바코르에서 나는 조급하지 않고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점점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바코르를 돌다 보니 그곳에 사람은 없고 오직 기도만 남는다. 군중들의 발자국은 기도의 발자국이다. 멈출 수 없는 기도의 발자국……

 

 

▲4박 5일 티베트 여행 동행자를 구하는 방. 붉은 원은 필자가 붙인 방이다.

 

 

저녁 때 야크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휴식을 취한 후 방을 한 장 써서 게시판에 붙였다. 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Wanted(구함)

4박 5일로 네팔로 가는 일정-얌도록초, 간체, 시가체, 롱복,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팅그리, 장무, 네팔. 함께 동행할 세 사람 구함(한국인 2명 확보).

 

 

5월 24일 네팔로 넘어가는 동행자를 미리 구하기 위해 방을 써 붙인 것이다. 카일라스(수미산)를 가려고 했으나 허가, 장비,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를 했다. 어떤 사람이 합류를 할지 기대가 된다. 내일은 조캉사원을 들어가 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 티베트 사원을 방문할 때 지켜야 할 점

 

코라의 순례는 반드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오른쪽으로 돌지 않고 역행을 하면 순례자들과 자꾸만 부딪치게 된다.

라싸에서 절과 사원을 방문을 할 때는 지켜야 할 점이 있다.

 

 

▶사원과 종교적인 구조물 등 코라를 돌때는 반드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불단이나 제단에 있는 것은 건드리지도 치우지도 않는다.

▶기도 깃발이나 마니 석을 자져 가지 않는다.

▶참배를 드리는 중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언제나 사전 양해를 먼저 구한다. 플래시를 사용할 때는 더욱 주의를 한다.

▶사원 안에서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어서는 안 된다.

▶절에 들어 갈 때는 모자를 벗는다.

▶ 담배는 물론 금물이다.

▶가이드를 쓸 때는 티베트인인지를 꼭 확인한다. 중국인들은 티베트 불교나 절의 역사에 대해서 거의 모른다.

▶천천히 걷는다. 뛰거나 빨리 걸으면 당신의 심장이 견뎌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