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 깊은 지리산 형제봉
털중나리꽃과 지리터리풀꽃길을 걸으며....
▲지리산 형제봉에 아름답게 피어난 털중나리꽃
지리산 팔백오십리, 그 웅장한 파노라마 7월 5일, 참으로 오랜만이 날씨가 청명했습니다. 하늘은 맑고 마치 가을 날씨처럼 조개구름이 높이 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지리산 형제봉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지리산 형제봉은 하동 악양면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형제1봉(1115m), 형제2봉(1117m)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는 해발 1117m의 지리산 줄기입니다. 우리 집에서 형제봉까지는 그리 멀지가 않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남도대교를 지나면 바로 부춘이라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부춘골을 타고 형제봉 활공장에 다다르니 그 웅장한 지리산의 힘찬 줄기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노고단과 반야봉 "지리산은 정말 대단해요!" "어머니의 품 같지 않소?" 아내와 나는 골골이 힘차게 뻗어 내린 지리산의 웅대한 산세를 바라보며 감탄에 감탄을 하고 또 했습니다. 멀리 구례 노고단(1507)에서부터 반야봉(1732),삼도봉(1176), 벽소령(1350), 칠선봉(1558), 영신봉(1652), 촛대봉(1703), 제석봉(1806), 천왕봉(1915)에 이르기까지 지리산의 장대한 줄기가 한눈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3개도 6개 군에 걸쳐있는 지리산 팔백오십 리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민족의 가슴을 감동 시키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우리는 활공장(행글라이더 타는 곳) 언덕에 서서 거대한 지리산과 형제봉 아래 펼쳐진 악양의 기름진 들, 그리고 태극마크를 그리며 굽이굽이 흘러 내려가는 섬진강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 이름다운 강산을 두 발로 딛고, 양팔을 벌려 태양을 향해 심호흡을 할 수 있게 해준 이 세상이 모든 것들에 한없는 감사를 드렸습니다. 햇빛, 공기, 물, 나무, 꽃, 나비, 풀… 그 모든 것들이 신비롭고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입니다. ▲두 팔을 벌려 오늘 이 순간을 존재하게 해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를 드려본다. 존재의 기쁨과 환희 나는 이제 겨우 세 살배기 아내의 손을 잡고 형제봉 정상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내는 이제 겨우 세 살입니다. 왜 그러냐하면, 아내는 3년 전에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3년 전에 2년 시한부 인생이라는 심부전 환자였습니다. 의사로부터 심장을 이식 하지 않으면 겨우 2년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천우신조인지, 천지신명의 도움인지 아내는 어느 고마운 사람(이름도, 성도 모르는)으로부터 장기를 기증을 받고 심장이식에 성공을 하여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 때가 2008년 7월 1일이었습니다. 2011년 7월 1일이니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리는 지난 6월 30일 날 3년 검사를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그리고 심장 이식을 받은 병원에서 아내에게 2년 시한부 인생 선고를 내린 바로 그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심장의 모든 기능이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활공장과 형제봉 정상 갈림길 ▲노음방초 우거진 형제봉 숲길
"어? 어느 듯 3년이 되었군요. 심장기능이 모두 정상입니다. 3 돌을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의사선생님 앞에서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눈물겹도록 감사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기차를 타고 이곳 섬진강으로 내려왔습니다. 아내의 소망을 좇아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생을 살아온 서울을 등지고 1년 전에 이곳 산수가 맑은 지리산 섬진강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세 살배기 아내의 손을 잡고 형제봉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사하고 기쁨에 넘치는 환희입니다. 텃밭을 가꾸며, 텃밭에서 나온 야채로 밥 한 그릇 먹는 소박한 삶이 그리도 소중하고 감사한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헹글라이더 타는 활공장으로 가는 길 ▲형제봉 활공장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과 시루봉 인생은 오래 산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 지구상에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남자와 여자가 인연을 맺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건강하게 알콩달콩 살다가 어느 정도 수명이 다하여 비슷한 시게에 고통 없이 죽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허지만 그런 삶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활공장에서 형제봉 정상까지는 1.5km라는 안내 표시판이 보입니다. 숲이 우거진 오솔길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 살배기 아내를 앞세우고 나는 아내의 뒤를 따라갑니다. 녹음이 우거진 숲길에는 숲 특유의 향기가 온 몸을 감싸고돕니다. 나는 짙푸른 숲 속에서 할 떨기 붉은 나리꽃을 발견했습니다. ▲형제봉 능선에 핀 털중나리꽃 ▲줄기에 잔털이 있는 것으로 보아 털중나리꽃이다 "어머나! 나리꽃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으음, 털중나리꽃이군!" 아마 길섶에 핀 나리꽃은 '털중나리'인 듯싶습니다. 나리꽃에 털이 있으면 '털중나리', 털이 없으면 '중나리', 하늘을 보고 있으면 '하늘나리', 땅을 보고 있으면 '땅나리'…이렇듯 꽃들의 이름은 모양에 따라 이름도 달라집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털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지리산 털중나리인 것 같습니다. 나리꽃은 듬성듬성 길섶에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지나 깜찍하고 아름답던지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없습니다. 아내는 아름다운 나리꽃 앞에 멈춰 앉아서 그 아름다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 중에서도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꽃을 보고 아름다워 할 줄 아는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그 마음을 두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푸른 숲길에 핀 털중나리꽃은 정람로 아름다웠습니다. 나는 나리꽃에 취해서 정신 없이 카메라 담아 보았습니다. 6개의 수술이 한개의 암술을 감싸고 있다. 꽃이 피기전 꽃망울과 꽃이 피어 뒤로 말린 모습 꽃잎 안쪽에는 짙은 자주색 반점이 있다. 호랑이 가죽처럼 생긴 반점 때문에 가호피꽃이라고도 한다 줄기전체에 잔털이 나있다 피침형 잎 양면에는 잔털이 빽빽히 나있다 짙은 자주색 반점이 특이하다 갈라진 가지끝마다 1개씩 황정색 꽃이 옆이나 밑을 향해 핀다. 줄기는 50~100cm 높이로 곧게 자란다 줄기는 어긋나게 돋아난다 활짝 벌린 꽃잎, 여섯개의 수술 중앙에 쑥 내민 암술대, 그리고 호랑이 껍질처럼 점점이 박혀있는 점박이… 아무리 보아도 나리꽃은 매력이 넘칩니다. 나리꽃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나리꽃을 다른 이름으로 가호피백합(假虎皮百合)이라고 하는데, 이는 꽃과 새갈의 형태가 호랑이 껍질을 닮은 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형제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나리꽃 말고도 노루오줌, 싸리꽃, 까치수영, 양지꽃들이 앙증맞게 피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꽃들에 취하며 길을 재촉했습니다. 고추잠자리와 나비들이 꽃 위를 맴돌며 길손을 반기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길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지리산에만 자생하는 희귀한 지리터리풀 꽃 "어머, 이 꽃은 무슨 꽃이지요?" "오, 이건 지리터리풀 꽃이야!" "지리터리풀이라니요?" "우리나라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식물인데 꽃차례가 먼지떨이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래." "아하, 그러고 보니 먼지떨이와 비슷하게 보이네요!"
▲우리나라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지리터리풀꽃.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귀한 꽃을 보게 해주다니… 우리가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지리터리풀 꽃을 보게 된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붉은 색에 가까운 자홍색 꽃잎이 솜털처럼 부드럽게 뭉쳐 있습니다. 그 솜털 잎은 마치 손바닥처럼 하늘을 향해 벌리고 있습니다. 줄기 윗부분의 엉성한 집산꽃차례에 자잘한 분홍색 꽃이 촘촘히 피어 있습니다. 마치 짧은 머리를 핑크색으로 물을 들여 풀어 놓은 듯 합니다. 미용사라면 지리털리풀꽃 형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볼만도 합니다. 아직 피어나지 않는 꽃망울은 마치 원자입자가 분열을 하듯 점점이 이어져 있습니다. 꽃망울에 벌레가 한마리 붙어 열심히 꽃을 갉아 먹고 있습니다. 점점이 이어진 둥근 봉우리에서 분홍색 털이 하나씩 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하게 보입니다. 지리터리풀은 지리산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고, 세계적으로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이라고 합니다. 노루오줌이나 터리풀 꽃의 색갈이 연본홍인 반면, 지리터리풀 꽃은 붉은 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깔이 진하고 아름답습니다. 1m정도의 높이에 피침형의 작은 잎은 결각모형의 톱니가 있습니다. 키가 커서 자칫 나무로 착하기 쉽습니다. 오, 고마워요 희귀한 꽃 지리산에 핀 아름다운 꽃 세상 더러눈 먼지 다 털어주려고 지리산에 피어났네! 섬진강에 발을 담근 우애깊은 형제봉 숲은 이렇게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를 생산하고, 맑은 물이 흐르도록 스펀지 역할을 해줍니다. 우리는 그 고귀한 지리터리풀 꽃에 취해 있다가 형제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발아래 섬진강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천왕봉에서 뻗어내려 섬진강에 발을 담근 형제봉 아래 80만평의 하동 평사리 악양들판이 펼쳐져 있다. "형제봉에서 섬진강을 보지 않고서는 섬진강을 보았다고 하지 말라."
어느 누군가가 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형제봉은 지리산 주봉에서 마치 부처의 손처럼 섬진강으로 쑥 내리 뻗다가 갑자기 멈춰 서버린 듯합니다. 지리산도 섬진강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것일까요? 섬진강 건너편에는 백운산 자락이 지리산 못지않게 않게 웅장하게 산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왼편으로는 스로시티의 고장 악양들이 제법 너르게 펼쳐져 있습니다. 비옥하고 너른 악양들은 사이좋은 형제봉을 두 팔 벌려 감싸고 있습니다. ▲형제봉 밑으로 흘러가는 섬진강 이 암벽 위에 형제 2봉이 있다. 해발 1117m 형제2봉 ▲형제 2봉에서 바라본 형제 1봉 하동 악양은 중국 호남성의 악양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형제봉 정상에서 우리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들판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지난번 폭풍전야 때 이곳에 올랐을 때에는 물안개에 잠긴 섬진강 자락이 산수화처럼 황홀한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지리산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입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존경하고 보호해야겠지요. 형제봉은 경상도 '성제봉(聖帝峯)'이라고도 합니다. 성제1봉 표시 석은 '성제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형'을 '성'이라 부르는 경상도 사투리의 영향이겠지요. 형제1봉으로 가는 벼랑길 해발 1115m의 형제 1봉, 경상도 사투리를 원용하여 '형'을 '성'으로 부르고 있다.
80만평에 이른다는 악양들판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달려온 사줄기가 말발굽처럼 끌어안고 있습니다. 그 들판 아래로 태극무늬 그리며 선명하게 흐르는 유려한 섬진강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도대체 시선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심히 혼란스럽습니다. 아내를 형제2봉(1117m)에 두고 가파른 줄을 타고 내려가면 형제1봉(1115m)이 곧 향님 아우처럼 다정하게 나옵니다. 우애 깊은 형제봉은 모두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마에 닿을 듯 가까운 형제봉 두 봉우리에서 아내와 나는 서로 손을 번쩍 들어 봅니다.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날입니다. 먼 길 달려 내리 뻗은 우애깊은 성제봉 기름진 악양들 이루고 섬진강에 두발 담그네 형제봉에서 보았던 꽃들 까치수영 흰 노루오줌 분홍 노루오줌 양지꽃 싸리꽃 산붓꽃 지리터리풀 꽃 풀속에 핀 지리털이풀 꽃 천왕봉을 바라보며 녹색터널 지리산 천왕봉의 위용
'국내여행 > 섬진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참새와 시골 참새 (0) | 2011.07.13 |
---|---|
쿵쿵 바위가 떠내려가는 계곡물 소리에 잠을 설치다! (0) | 2011.07.10 |
원추리 꽃길을 걸으면 부부금실이 좋아 진데요! (0) | 2011.07.09 |
원추리 꽃길을 걸으며 근심을 털어 버리세요! (0) | 2011.07.08 |
아니 벌써 고추잠자리가?-지리산 형제봉 고추잠자리 (0) | 201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