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티베트 순례자들의 마지막 종착지 조캉사원

찰라777 2011. 7. 15. 06:42

라싸의 심장 조캉사원

티베트 순례자들의 마지막 종착지

 

 

▲티베트 순례자들의 마지막 종착지이자 라싸의 심장인 조캉사원 옥상에 설치된 황금탑과 팔정도 수례

 

 

조캉 사원은 티베트 순례자들의 마지막 종착지이자 라싸의 심장이다. 티베트 전국 각지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조캉사원의 바코르를 오체투지를 하며 순례한다.

 

아내와 나는 조캉 사원 입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마니차를 하나 샀다. 마니차(Mani) 안에는 불경을 새진 종이가 들어 있다. 문맹률이 높은 티베트인들은 이 마니차를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마니차 한번을 돌리면 불경을 한번 독경하는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티베트 순례자들은 한손엔 마니차를 또 다른 한손엔 108염주를 들고 끊임없이 "옴 마니 밧메 훔"이란 주문을 외우며 바코르를 돈다. 가름과 먼지가 범벅이 된 남루한 옷을 입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이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순박하게 빛났으며, 표정은 편안하게 보인다.

 

 

 

▲조캉사원 전경

 

 

아침 일직인 데도 조캉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많은 순례자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캉사원은 티베트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인 송첸캄포 왕 시절에 지어졌다. 당시 티베트는 토번왕국으로 티베트 전역을 통일하고 당나라와 네팔로부터 조공까지 받았다고 한다.

 

송첸캄포는 네팔 공주인 브리쿠티Bhrikuti와 결혼(632)을 하면서 지어진 사원이다. 네팔 공주는 시집을 오면서 가져온 '미쿄 도르제Mikyo Dorje(부동금강류금동상)'를 모시기 위해서 만든 사원이다. 사원의 정문이 네팔을 향하고 있는 점, 초기 사원이 네팔 사원과 비슷한 양식으로 되어있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조캉사원 건립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사원이 라모체Ramoche사원이다. 라모체 사원은 송첸캄포의 제2왕비인 당나라 문성공주Wencheg(文成公主)가 가져온 불상인 조워 석가모니Jowo Sakyamuni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 졌다.

 

 

▲당나라 문성공주가 송첸캄포에 시집을 올때 가져 왔다는 조워불상

 

 

송첸감포 왕이 사망한 이후 문성공주는 조워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라모체에서 조캉으로 옮겨 숨겨 놓았다. 조워 불상은 지금까지 티베트에서 가장 중요한 불상으로 '조캉'은 '조워'가 머무는 집, 즉 조워 석가모니의 집이란 뜻이다. 이는 바로 '붓다의 집'을 의미한다. 티베트 순례자들이 조캉 사원을 한 번 가서 기도를 올리기를 이유가 바로 이런 유래에 연유한다고 한다.

 

조캉 사원은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이 시각이 사원을 순례하는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이때는 부지런한 티베트인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고 비교적 고요하다. 정오가 지나면 순례자들은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영어 가이드를 동반한 관광객들로 메워진다.

 

 

 ▲조캉 사원 내부를 한바퀴 도는 순례길 랑코르

 

 

▲낭코르의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를 드리는 티베트 순례자들

 

 

사원 내부로 들어가니 순례자들은 낭코르Nangkor 코라를 돌며 불상과 벽에 이마를 대고 머리를 조아리며 경의를 표한다. 촛불에 버터기름을 뿌리며 경의를 표한다. 조캉사원을 제대로 순례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하는 대로 불상에 머리를 조아리고 촛불에 경의를 표했다. 이는 로마의 베드로 성당에 가서 성호를 긋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사원의 내부는 어둡다. 1층 대법전에는 조워 석가모니를 모시고 있다. 입구 양쪽에는 노진Nojin과 나가Naga 수호신이 지키고 있고, 중앙에는 승려들이 예불을 올리는 킬고르 틸Kylkor Thil이란 법전이 있다. 대법전에는 티베트 스님들이 양편에 늘어서 앉아있고, 특유의 낮은 음성으로 불경을 이중 삼중으로 우렁차게 낭독하고 있다. 어찌나 우렁차든지 내 배와 가슴이 다 울려오는 것 같다.

 

 

▲조워불상 앞에서 카따와 버터기름을 부으며 기도하는 순례자들

 

 

▲조워불상을 참배하기 위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순례자들

 

 

대법전에는 6개의 불상이 있는데, 가장 줄을 많이 서 있는 불상이 조워 불상이다. 조캉의 본존불은 조워 불상은 높이 1.5m로 붓다의 12세 때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화려한 의복과 금은보석으로 장식한 조워불상은 호화롭다 못해 현란하다. 은좌에 놓인 조워불상 앞에는 순례자들이 하염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까탁 Kathak(흰천)을 바친다.

 

대법전 오른쪽에 잠파Jampa(미륵불), 왼쪽에 구루 링포체Guru Rinpoche)란 거대한 불상이 있다. 이 불상의 크기는 높이가 6m나 된다고 하는데 8세기경 티베트에 불교를 최초에 전래한 승려라고 한다. 두 불상 아이에는 천개의 팔을 갖고 있는 첸레식Chenresig(천수관음상)이다. 조워 석가모니 불상을 등지고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불상들이 어둠 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순례자들은 마니차를 돌리다가 합장을 하고 불상마다 이마를 대고 기도를 한다. 나도 그들처럼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를 따라 해본다.

 

 

▲특이한 눈을 가진 티베트 불상

 

 

 

"이곳 불상은 눈이 특이해요."

"여자의 눈처럼 요염하기도 하고, 맹수의 눈처럼 무섭게도 생겼어."

 

1층 내부 법전에서 2층으로 올라가니 남쪽에 석가모니를 모신 법전이 있고, 서쪽에는 송첸 감포를 비롯한 왕들을 위 법전이 있다. 북쪽에는 구루 링포체가 있다. 3층 옥상으로 올라가니 황금 지붕 탑이 바로 가까이 보인다. 바코르를 도는 수많이 순례자들이 개미처럼 사원 주위를 돌고 있고, 끊임없이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도 보인다.

 

 

▲조캉사원 옥상에 있는 황금탑

 

 

▲두 마리의 산양이 팔정도의 수례를 우러러 보고 있다.

 

 

 

▲조캉사원 옥상에서 바라본 티베트 설산

 

 

 

▲조캉사원 옥상에서 바라본 포탈라궁

 

 

▲조캉사원 앞 광장

 

 

▲조캉사원에서 쓰는 촛대 등 성구를 닦고 있는 스님과 신도들

 

팔정도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두 마리 황금 사슴 사이로 파란 하늘이 시원스럽게 트여 있다. 나는 옥상에 서서 순례자들과 하늘, 그리고 설산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험난한 순례의 길을 걸어와서 끊임없이 기도를 올리는가?

 

그대, 어디서 왔는가?

잠시 버터차나 한잔 마시게

그대,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잠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게

그대, 누구를 위하여 기도하는가?

잠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게

 

 

 

(티베트 라싸 조캉사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