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비온 뒤의 섬진강

찰라777 2011. 11. 19. 08:41

그제와 어제 지리산 자락에 계속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계곡엔 물이 제법 흘러내리고, 계족산엔 한시적인 폭포도 흘러내린다. 이렇게 가을비가 많이 오기는 근자에 보기 힘든일이다. 아침에 산책을 나가 보니 바람이 북서풍으로 바뀌어 불어 온다. 남서풍이 불면 비가 내리는데 이제 비는 그칠 모양이다. 멀리 지리산의 산정엔 운해가 자욱이 끼어 있어 봉우리가 보이질 않는다. 대신 섬진강을 휘어 감는 운해가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제 비가 오면 날씨가 추워질 것이다. 이상기후로 계절의 변화를 예측을 할수 없에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동장운 찾아들 것이다. 이곳 지리산을 아침에 바라볼 날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날마다 아핌이면 일어나 지리산과 백운산, 그리고 계족산을 바라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곤 했던 추억이 운해 속에 아스라히 그려진다. 이제 그 추억도 저 운해 속으로 사라지겠지. 아마 평생토록 이곳 생활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내 생애에 있어서 이곳 섬진강 자락은 많은 것을 느끼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게 했던 곳이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정들었던 담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백운산에서 흘러 내리는 냇물을 따라 길게 늘어선 돌담장은 아련한 추억을 담아준 곳이다. 그 돌담장안에 내가 1년 동안 살았던 보금자리가 있다. 돌담장 사이사이로 지나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텃밭은 이제 빈 공간이다.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와 무를 모두 뽑아냈기 때문이다. 아내는 어제 밤 늦도록 혜경이 엄마 집에서 깁장을 했다. 아랫집 선호 아줌마가 와서 함께 거들어 주었다. 뒤안으로 돌아가보니 내린 비로 표고버섯이 훌쩍 자라나 있다. 바람이 으스스분다. 내일부터는 추워진다는데 ....

 

 

 

 

 

 

 

 

 

 

 

 

 

 

(201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