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쌀자루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드레풍' 사원(Drepung Monastery- 哲蚌寺)은 간덴, 세라 사원과 함께 티벳 불교 겔룩파 3대 사원 중의 하나이다. 1416년 총카파(Je Tzong-K'a pa)의 제자 '잠양 츄제이'에 의해 건립된 이 사원에는 1959년 중국의 티벳 침공 이전에는 15,000명의 승려가 수행하고 있었던 세계 최대의 사원이었다. '드레풍'은 '쌀더미를 쌓아 놓은 모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원입구에서 바라보니 과연 건물 전체가 하얀색 일색으로 흰 쌀 포대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흰 쌀 포대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드레풍 사원은 전성기에는 15,000명의 승려가 수행을 했던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이었다.
드레풍 사원 역시 중국의 티벳 침공과 문화대혁명으로 사원은 크게 파괴되었고, 많은 승려들이 살해, 구속, 추방되었으며 지금도 중국정부의 탄압으로 사원의 승려는 수백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드레풍 사원은 제3대 달라이 라마인 '소남 갸초'가 1518년 몽골의 수장 알탄 칸에게 '달라이 라마'의 칭호를 받고 나서 17세기 5대 달라이 라마가 포탈라 궁으로 주거지를 옮길 때까지 역대 달라이 라마들이 기거하는 사원이었다.
▲거대한 성곽처럼 보이는 사원의 벽
▲꽃이 핀 화분을 놓아둔 사원의 벽
거대한 성곽처럼 이어지는 드레풍 사원의 벽에는 다른 사원과는 달리 꽃이 핀 화분도 놓여 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예외 없이 마니차가 늘어서 있는데, 유독 물레방아 힘으로 돌아가는 마니차가 눈길을 끈다. 우리는 마니차를 돌리며 높다란 흰 벽 사이로 난 골목길을 어슬렁어슬렁 사원으로 걸어갔다.
▲비구니스님이 기거하는 토굴
▲부처님을 새겨 놓은 바위
좁은 골목길을 따라 숨을 고르며 올라가니 왼편 바위에는 '옴마니반메훔'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 위 쪽에는 부처님을 그린 탱화 바위가 있다. 바위 밑에는 작은 토굴들이 몇 개 있는데 토굴 입구에는 태양열 주전자가 놓여있다.
동굴처럼 생긴 토굴 안으로 들어가니 비구니 스님이 홀로 기도를 하며 기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열악한 토굴에서 수행을 하다니, 난방 시설도 없어 겨울에는 강한 인내가 없이는 추위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겔룩파의 창시자 총카파는 보람 있는 명상을 위해서는 강한 인내와 부지런함으로 모든 장해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강한 인내의 갑옷으로 몸을 지키고, 그 인내의 힘이 차오르는 달처럼 자꾸 커지도록 해야 한다."
-제 총카파-
티벳의 수행자들은 깊고 얕은 모든 명상의 목표가 강한 인내만 있으면 성취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순례자들은 거의 누더기 차림으로 먼 길을 걸어서 험난한 수행의 순례길을 떠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강한 인내심이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수행이다.
▲드레풍 사원 입구에 있는 토굴
아내가 약간의 시주금을 비구니 스님에게 건네자 티벳 말로 무어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마 감사하다는 표시 일 것이다. 토굴 내부에는 간단한 침구와 식기들이 놓여 있다. 토굴에는 고양이와 토끼들이 함께 기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토끼들이 토굴 문을 엉금엉금 드나들고 있고, 고양이는 이상한 눈초리로 이방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토굴에서 기거를 하는 비구니 스님의 표정은 매우 순박하고 밝다.
▲토굴에서 스님과 함께 기거하는 토끼들
우리는 비구니 스님의 밝은 미소를 뒤로 하고 토굴에서 나와 다시 골목길을 걸어올라갔다. 드레풍 사원은 골목길 사이로 난 미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자칫 잘 못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코끼리, 호랑이, 비둘기 등 동물 모양의 암각화 그려진 입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방대한 사원 건물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