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폭설 뒤의 임진강 풍경

찰라777 2012. 2. 3. 22:49

폭설이 내린 후 명경처럼 맑은 아침 하늘

 

 

2월 1일. 어제는 그렇게도 심하게 폭설이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이 명경처럼 맑다. 우리 집 위의 하늘은 푸른 휘장을 두른 듯 파랗고 유리알처럼 맑다. 그런데 해가 뜨는 동쪽 방향은 마치 붉은 휘장을 두른 듯 아침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어제 내린 폭설로 온 천지는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런데다가 임진강마저 우윳빛 안개가 서려 있어 더욱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니! 자연은 참으로 위대한 마술사다.

 

 

 

 

 

 

 

 

 

 

 

 

 

 

 

 

 

 

 

 

 

 

오늘 아침은 수운주가 영하 17도까지 쑥 내려가 있다. 내가 동이리에 이사를 온지 가장 낮은 기온이다. 이곳은 강원도 철원보다는 2도가량 높고 서울보다 4~6도 가량 기온이 낮다. 카메라의 쇠붙이에 손가락을 대면 쩍쩍 들어붙는다. 바람이 불어 아마 체감온도는 -20도 이하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내일은 영하 21도까지 떨어진다니 살인적인 한파다.

 

 

 

 

그러나 풍경은 추운만큼 아름답다. 정자 앞 장독대가 하얀 모자를 둘러쓰고 나를 반긴다. 밤새 추위에도 끄떡없이 제자리에 서있는 소나무가 갑자기 위대하게까지 보인다. 나무는 추워도 옷을 껴입지도 못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자 뒤로는 붉은 휘장이 부끄러운 색시 볼처럼 홍조를 뛰고 있다. 아름답다!

 

 

금가락지 지붕도 하얀 도화지로 변해 있다. 눈은 세상을 이렇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체통에도 나무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어제 쓸어놓은 대문 밖 길에도 다시 눈이 쌓여 있다. 얼기 전에 쓸어야지…

 

 

 

 

주상절리에도 눈꽃이 피어 있다. 적벽이 흰 벽으로 변해 아름다운 설화를 연출하고 있다. 주상절리 밑 임진강에는 뽀얀 물안개가 우윳빛으로 낮게 드리워져 있다. 이렇게 추운 날에도 물안개가 서리나? 저게 다 우유라면 얼마나 좋을까? 물안개는 눈 쌓인 주상절리와 어울려 절묘한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나는 잠시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를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끼룩끼룩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에 놀라 바삐 윗집 정자로 발길을 옮겼다. 윗집 정원에는 분재가 여러 그루 심어져 있는데 눈꽃이 핀 분재가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남의 집을 함부로 들어가는 것이 머뭇거려진다. 그러나 이미 지난번 집 주인에게 구두로 허락을 받아 놓았다. 주말에만 잠시 들리는 윗집 주인에게 나는 정원을 통해서 금굴산도 오르고 새들을 조망하는 장소 가끔 이용하겠다고 귀띔을 했었다. 물론 빈 집도 봐주겠노라고 했더니 집주인 장사장님은 웃으며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소나무 분재 사이로 비추이는 아침노을이 바라보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오늘아침에는 전봇대도 전깃줄로 아름답게만 보인다. 정원 뒤로 바라보이는 금굴산의 나무들이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눈 덮인 별장은 정원수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다. 다음에 집 주인이 주말에 오시면 이 사진을 한 장 뽑아주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집 주인이라도 이곳에 없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눈 덮인 자기 집의 풍경을 볼 수 없지 않은가!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임진강 물안개와 눈 덮인 산이 금가락지 정자 뒤로 환상적인 배경을 이루고 있다. 나는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뒷집 정원을 통해서 금굴산으로 오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좁은 계단을 타고 언덕에 오르니 풍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