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입춘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눈이 살짝 내려 온 천지를 하얗게 덮고 있다. 2월 1일 -21.7도, 2일 -24.6도, 3일 -21도, 4일 -9도… 언론은 2월 기온으로는 55년 만에 기록적인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눈 덮인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인데도 온 나라가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붙고 있다. 나 역시 이곳 DMZ가 가까운 연천에서 내 생애 가장 추운 날씨를 맞이하고 있다. 실내에서 내의를 두 개를 입고 그 위에 양털 재킷을 걸치고 지낸다. 추우면 추운대로 환경에 적응을 해야 한다.
춥다고 '방콕'을 하면 더 얼어붙어 버린다. 나는 빗자루와 눈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현관에서 대문으로 나가는 통로를 쓸고 대문 앞의 눈을 치웠다. 처음에는 눈삽으로 밀어내고 다음에는 빗자루로 쓸어낸다. 빗자루도 새 걸로 하나 사와야겠다. 너무 닿아서 짜리몽땅해져 눈이 잘 쓸리지가 않는다.
대문 앞에 눈을 쓸고 나니 이마에 땀이 난다. 마음도 후련하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역시 운동이란 좋은 거다. 눈을 쓰는 것 자체가 팔운동, 다리운동 몸통운동이 저절로 된다. 눈을 쓸다고 고개를 드니 눈꽃이 하늘에 만발해 있다. 히야, 그것참 멋지네!
눈꽃은 마른 쑥부쟁이와 뽕나무, 느티나무 가지에 아련하게 피어 있다. 금가락지 정자에는 고드름이 얼어 있고 담벼락에는 마른 가지에 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입춘에 피어나는 꽃, 설화! 너무나 아름답다. 날씨가 다소 풀려 어젯밤 살짝 내린 눈이 마른가지에 붙어 그대로 설화가 된 것이다.
설화는 길섶에도, 담벼락에도 만발하게 피어 있다. 나는 넋을 잃고 설화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취해 있었다. 태양을 가리던 구름이 벗겨지자 설화는 푸른 하늘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겨울에 피는 꽃 중에서 눈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으리라.
'국내여행 > 임진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희안한 줄다리기도 다 있네!-임진강참게줄다리기 (0) | 2012.02.07 |
---|---|
겨울여행의 백미, 임진강 탐조여행 (0) | 2012.02.07 |
어? 내 집앞 눈 누가 다 치웠지? (0) | 2012.02.04 |
폭설 뒤의 임진강 풍경 (0) | 2012.02.03 |
한반도 지도모형을 닮은 임진강 (0) | 2012.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