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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겨울여행③-눈보라 휘날리는 구곡담계곡

찰라777 2012. 4. 5. 10:59

기도란 무엇일까요?

기도란(Prayer)는 하느님, 신, 초월적 영역, 초자연적 세력 등 신성하거나 거룩한 존재에게 무엇인가 간청하는 행위를 말하겠지요. 기도는 역사 전체를 통하여 모든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종교마다 기도의 형식이 있습니다. 또한 기도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가야할 길을 구하거나, 도움을 구하거나, 죄를 고백하거나, 사람의 소원달성을 위해 신에 대하여 자신의생각과 의지를 표현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순례자들은 험한 눈길을 오르다가 간간히 봉정암을 향하여 합장을 하고 기도를 했다. 기도의 힘은 추위도, 눈보라도 이겨내는 듯 하다.

 

 

여기, 봉정암을 오르는 순례자들도 한결같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길을 오르고있습니다.

74살을 먹었다는 한 할머니는 힘든 길을 가다가 종종 설악산을 향해 합장을 하며 기도를 합니다. 그녀의  기도가 무엇인지는 물어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도의 힘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칠십을 넘은 나이에 눈보라가 치는 암벽의 길을 걸어올라간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보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모든 힘든 고통을 참고 견디며 험한 길을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잘 풀리지않는 일도 봉정암만 다녀오면 일 술술 잘 풀린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답답하면 봉정암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봉정암 기도를 세번만 다녀오면 안 되는 일이 업다고도 했으며, 세번이 부족하면 열번을, 열번이 부족하면 100번을 다녀오면 안되는 일도 술술 잘 풀릴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와 함께간 일행 중에는 IMF를 맞이하여 사업과 가산이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오직 몸뚱이만 남았는데, 봉정암기도를 다니면서부터 다시 살아가는 실마리를 하나씩 하나씩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백천간두에 선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를 누군가가 들어 주었을까요? 그래서 그는 오늘 보정암을 스무번째나 오른다고 합니다. 그의 표정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굳은 결의가 엿보입니다. 사람이 죽을 각오를 하고 무엇이든지 하면 살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칠십을 넘은 노구에 큰 배낭을 걸머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정암을 오르는 순례자

 

 

여기, 봉정암을 오르는 사람들은 무엇을 간구하며 이 험한 길을 올라가고 있을까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종교는 복을 비는 기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남을 위하며, 인류를 위하여, 남북통일을 위하여, 인류 평화를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자비를 위하여... 등등의 목적으로 기도를 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누가 뭐라고 해도 기도는 자신의 복을 비는 데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곡담계곡의 아름다운 소

 

 

▲눈보라가 점점 거세가 몰아쳤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휘날리는 눈보라

 

 

 

 

 

 

 

 

 

 

 

 

 

 

 

 

 

 

 

 

 

 

 

 

 

 

 

 

 

 

 

 

 

 

 

 

 

 

▲한발짝만 잘 못 딛어도 미그러져 언덕으로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눈사태

 

 

 

 

 

 

 

 

 

 

 

 

 

 

 

 

 

▲암벽에 열려 있는 고드름

 

 

 

 

 

 

 

 

 

 

굽이굽이 휘돌아치며 뻗어올라가는 구곡담 계곡은 미끄럽고 험하여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아주 험한 고비를 맞이하게 되는  위험한 길입니다. 그런 길을 사람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 딛으며 걷고 있습니다. 옆으로 살짝만 헛딛으면 1~2m의 눈속에 빠져 계곡으로 굴러떨어질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눈보라는 갈수록 점점 세차게 휘날립니다.

 

 

구곡담계곡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폭포와 소(沼)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쌍용폭포, 만수폭포, 용손폭포.... 한 구비를 돌아설 때마다 담과 폭포가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얼음과 눈 사태가 어우러진 겨울 구곡담계곡은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산처럼 쌓인 눈이 녹아내리는 계곡의 물은 터키석처럼 푸르디 푸른 고운 색깔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 물처럼 마음이 깨끗하게 씻어내려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쌍용폭포 왼쪽

 

▲얼어 붙은 쌍용폭포 오른쪽

 

 

 

 

 

 

 

 

 

▲눈보라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위험한 크랙

 

 

 

 

 

 

 

 

 

 

 

 

 

 

 

 

 

 

 

 

 

 

 

 

 

 

 

 

 

 

 

 

 

 

 

 

 

 

 

 

구곡담계곡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쌍용폭포에 다달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계곡의 절경을 바라봅니다. 왼쪽에서 흘어내리는 폭포는 그런대로 바위를 타고 모습이 보이는데, 오른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는 눈과 얼음에 덮여 보이지를 않습니다. 다만 물이 흘러 내리는 소리만 들립니다. 눈속에 파묻혀 흘러내리는 폭포는 두 마리으 용이 생명을 잉태하듯 태고의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쌍용폭포에서 이제 우리는 마지막 깔딱고개를 향하여 길을 재촉했습니다. 너무 늦으면 어두워진 빙판길을 걷게 됩니다. 빙판길은 방향감각도 더디어 지고 그만 큼 위험요소가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눈보라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점점 세차게 내립니다. 바람이 윙윙 강하게 불어와 고개를 들기조차 힘이 듭니다. 나는 문득 영화 '버티컬 리미트(수직한계)'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서 있기조차 힘이 든데도 K2봉을 올라가는 등산가들처럼 묵묵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갔습니다.

 

 

▲깔닦고개를 오르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그만 주저 앉아버린 일행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함께 간 일행중에 한 분이 다리에 쥐가 나서 그만 언덕위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직 깔딱고개를 넘으려면 한참을 가야 합니다. 그는 고통을 참느라 표정이 온통 일그러져 있습니다. 그를 눈밭에 두고 갈수는 없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