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케논 볼 비치, 틸라묵- 섹시한 아내, 섹시한 남편

찰라777 2012. 7. 29. 17:12

섹시한 아내, 섹시한 남편

캐논 볼 비치에서 틸라묵으로...

 

▪ 마음의 귀를 열어주는 남편

‘당신이 배우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섹시한 일 가운데 하나는 그의 곁에 가만히 앉아서 살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우려 주는 것이다.’

도대체 단 한 시간 동안만이라도 아내와 남편들 사이에 단둘이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는 부부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통계에 의하면 결혼을 한지 몇 십 년이 지난 부부라 할지라도 부부간의 진솔한 대화를 단 몇 분도 지속하지 못하고 중단되고 만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 째는 서로를 존중해주지 못한 다는 것. 둘 째는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방해하는 공해가 너무 만다는 것(TV, 컴퓨터 등). 셋째는 일, 시간 등 바쁘다는 핑계로 둘만이 보내는 시간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 등. 그 이외에도 많지만 이 몇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단 두 사람, 부부만이 여행을 떠난다면, 당신은 가장 섹시한 남편, 섹시한 아내가 될 수 있다. 단 그 여행은 패키지여행이 아닌 둘만이 떠나는 여행이여야 한다. 배낭여행도 좋고, 자동차여행도 좋다. 한국이 아닌 곳, 한국어를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해외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곳에는 당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당신들의 대화를 방해하는 그 무엇도 없게 된다. 이 분위기는 저절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된다.

그것은 단 몇 마디의 말이어도 좋고, 침묵이어도 좋다. 이 때 당신은 아내의, 남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우려 보라. 서로가 너무 섹시하게 보일 것이다.

아무도 없는 무인고도에 당신의 아내가, 당신의 남편이 반라의 원시차림으로 단 둘만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어찌 내 아내가, 내 남편이 섹시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선택이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곳에서는 서로에 대한 불평도 사라진다. 그곳엔 오직 둘만의 사랑만이 존재할 뿐이기에…….

 

▪ 딱 아내와 둘이서만 여행을 떠날 때

우리는 시청각을 현혹하는 너무도 많은 공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부부간에 서로 귀한 줄을 모르고 지나게 된다.

딱, 당신의 아내(남편)와 둘이서만 여행을 떠날 때, 당신의 아내(남편)는 더욱 섹시하게 보이지 않을까? 섹시하다는 말은 바꾸어 표현하면 사랑스럽다는 것.

포틀랜드에서 렌터카로 우리 둘만이 떠났던 7일간의 자동차 여행은 우리부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해주었다. 낯선 땅, 낯 선 길, 낯 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자동차라는 공간에 딱 둘만이 있게 되니 자연히 상대방의 발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오리건 코스트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아내가 소리 내는 감탄사 한 마디가 바로 시처럼 들렸고, 자연의 품에 선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모델이 되었다.

우리는 평상시에는 별 의미도 없게만 들리는 유머 한 마디에도 재미있어 하며 서로를 흥분시켰다. 그 것은 무얼까? 서로에 대한관심, 귀 기울임, 자연의 원시로 돌아가는 순수한 마음들에서 오는 것일 게다.

우리는 오리건의 조용한 해변 시사이드 타운에서 이틀 밤을 지내 뒤 남 쪽으로 자동차를 핸들을 돌렸다.

“환상적인 섬이네요!”

캐논 볼 비치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 거대한 돛을 단 범선처럼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 끝에 둥실 떠 있는 헤이스 탁 록이 흰 갈매기 떼와 함께 다가왔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돛처럼 생겼네!”

“자, 이 환상의 모래톱을 한 번 걸어 볼까?”

해변에 늘어 서 있는 아름다운 별장 앞에 자동차를 파킹을 하고 모래사장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연을 날리기도 하고 모래성을 쌓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이곳의 모래는 매우 유명하다.

매년 모래로 조각을 만드는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매년 5월에는 세계의 모래 조각가들이 캐논 볼 비치로 다 몰려든다.

“여보, 저 모래성을 좀 봐요!”

거기에 정말 해변의 모래성이 있었다. 젊은이들 몇 사람이 영국의 스털링 캐슬 같은 멋 진 모래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왔는데요. 모래성을 쌓고 있지요.”

그들은 쌓으면 허물어질 모래성을 즐거운 마음으로 쌓아 올리고 있었다.

“할 일도 없나 봐요. 모래성을 다 쌓고 있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게 아니겠소.”

“하기 그렇기도 해요.”

이 무대는 영화 ‘구니스’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했다. 우리는 예술가들의 거리를 지나 멀어져 가는 거대한 바위섬을 뒤로하고 틸라묵으로 향했다.

 

▪ 틸라묵 치즈, 틸라묵 아이스크림

나는 틸라묵 헤드라고 표시된 이정표를 따라 자동차의 핸들을 돌렸다. 해변의 초원에 서 있는 일단의 건물이 나타났다. 그 유명한 틸라묵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틸라묵 치즈에 대한 역사를 전시하는 전시장이 현관에서부터 진열되어 있었다. 창설자의 흉상과 목장에서 우유와 재료를 가져와 치즈를 생산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세상에! 치즈 박물관도 다 있군요.”

전시장에서 치즈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따라 올라가보니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로 관람통로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모든 종업원들이 하얀 백색의 유니폼, 모자로 통일하여 분주하게 공정별로 치즈를 만들고 있었다.

“치즈를 좀 사야겠어요.”

치즈 공장 견학을 마치면 바로 치즈 숍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더 끌리는 걸.”

아내는 치즈를 색깔별로 다섯 덩어리나 샀고, 나는 딸기, 바나나. 체리 등을 골고루 섞인 컬러풀한 아이스크림콘을 입에 물었다.

“달콤하고 새콤하고 상큼한데…….”

“어디 맛 좀 봐요.”

불행하게도 당뇨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는 아내가 내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뺐어갔다.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아이스크림 맛이 전혀 달라요.”

“그건 당신이 다 먹어요. 내가 키스를 해 놓은 것이니 맛이 더욱 특별할거라고.”

나는 숍에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사 왔다. 아내는 정말로 맛있다고 그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다. 어린에처럼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 먹는 아내의 모습이 섹시하게 보였다.

“오늘 점심은 다 먹었네.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배가 불러.”

둘 만이 떠나는 자동차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뜻하지 않는 곳에서 뜻하지 않는 사랑을 몰고 오고 있었다. 태평양의 아름다운 오리건 코스트 초원에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편, 섹시한 부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