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샌프란시스코여, 안녕!

찰라777 2012. 7. 29. 17:21

샌프란시스코여, 안녕!

 

골든게이트는 역시 아름다웠다. 확 트인 바다위에 아름답게 펼쳐진 골든게이트를 바라보노라니 교통사고로 조사를 받았던 찝찝했던 말끔히 씻어내려 가는 것 같았다.

“와! 정말 멋있군요!”

아내도 푸른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차를 몰아 금문교 뒤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보, 오늘 숙소를 정해야지요.”

금문교에서 내려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유스호스텔을 두 군데나 갔으나 방이 만원사례였다. 세군 데를 가보았으나 다 만원 사례였다. 어는 유스호스텔에서 소개해준 사설 유스호스텔을 갔더니 이건 완전히 슬럼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동차를 파킹 할 수고 없었고, 마리화나를 피었는지 술을 과음했는지 대낮부터 흑인들과 괴상하게 생긴 백인들이 건들거리고 다녀서 잘 엄두가 안 났다. 방안에 들어가 보았으나 쾌쾌한 냄새가 코를 질러 아내는 도저히 여기서는 잘 수가 없다고 했다.

미리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지 않은 게 또 불찰. 시내의 모텔급 이상은 거의 백 달러 수준으로 하루 밤 자기에는 너무 비쌌다. 백 달러를 주고도 들어가자고 했으나 아내는 그렇게 비싼 방에서 잘 필요가 없다고 반대를 했다.

“오늘 아침부터 자꾸 일이 꼬이네. 당신 예약을 안 해도 방이 있다고 큰 소리 치더니 어찌 된 거예요?”

“글쎄. 방학철도 아닌데, 대도시 관광지의 유스호스텔은 꼭 예약을 해야 갰구먼.”

“또 다른 데는 없나요?”

“그럼, 내일 스탠포드 대학도 견학을 할 겸, 그 쪽에 있는 유스호스텔로 가볼까?”

“여기서 얼마나 먼데요?”

“거리상으로 2시간정도 걸릴 것 같은데.”

“그럼 전화를 해 보고 그 쪽을 가지요.”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로스 알토스 힐이란 유스호스텔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좌우간 그 쪽으로 가서 방을 얻지 못하면 스탠포드 대학 근처의 아무 모텔에서 자자고.”

우리는 차를 다시 101번 도로를 타고 스탠포드 대학 쪽으로 달렸다. 일단 스탠포드 대학 쪽으로 빠져나와 82번을 타고 날이 어두워 질 때 쯤 해서야 언덕에 있는 로스 알토스 힐 유스호스텔에 도착을 하였다.

“저희들 유스호스텔은 내일부터 여름캠프가 시작되어 일반 손님은 받지를 않습니다.”

“먼데서 왔는데, 내일 아침 일직 떠날 테니 사정을 좀 봐 주시지요.”

“규칙상 할 수 없답니다. 미안합니다.”

마음씨가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와 동양인 소녀 두 사람이 정문에서 딱 한 듯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에, 여기까지 물어물어 왔는데…….”

아내는 그만 울상이 되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아침부터 교통사고에다, 하루 종일 헤매고 나니 그럴 만도 했다.

“죄송해요. 선생님. 여기 과일 좀 들고 가세요.”

동양인 소녀는 정말 딱한 듯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니요. 감사합니다. 자, 여보 그만 갑시다. 이것도 액 땜 하는 셈치고.”

밤이 되어 날은 이미 깜깜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모텔을 찾는데도 다시 애를 먹어야 했다. 로스 알토스 지역은 거의가 주택가라 모텔이나 호텔은 보이지를 않았다. 우리는 거의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 다 와서야 멕시코 인이 경영하는 모텔을 76달러에 잡았다.

지옥 같은 하루를 지나고 나니 태양은 다시 밝게 떠올랐다.

“자, 각하! 새로운 날이 다시 밝았습니다. 슬슬 거동을 해 볼까요? 하하하.”

“그 고생을 하고도 웃음이 나와요.”

“여행은 트러블의 연속이라고 했잖소. 그런데 이 한 달간 아무런 트러블이 없던 게 나는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에 액땜용 트러블이 일어났구려.”

스탠포드 대학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야자수 나무가 시원스럽게 줄 지어 서 있었고, 넓은 잔디밭이 눈의 피로를 씻어주듯 파랗게 깔려 있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교정의 사이사이를 다니고 있었다. 교정이 워낙 넓어서 자전거를 타고 수업을 받으러 다닌다고 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돌아오니 12시30분. 배낭을 대합실에 먼저 내려놓고 아내더러 기다리라고 한 다음, 렌터카를 리턴 시켰다. 렌터카 회사와 공항 대합실과의 거리는 꽤 멀었기 때문.

우리는 공항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고 체크인을 하고 나니 모든 게 홀가분해졌다.

“이제 드디어 돌아가는군.”

“이 한 달간의 여행이 너무도 즐거웠어요.”

“당신 어제 밤에는 울기까지 해 놓고?”

“몰라요!”

“트래블 이즈 트러블! 트러블이 없는 여행은 싱겁지?”

“그래도 사전에 트러블을 막을 수도 있잖아요.”

여행은 트러블의 연속이다. 그러나 아내의 말처럼 사전에 좀더 준비를 하면 그 트러블을 최소화 할 수도 있다.

“7월 1일부터는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각오로 출발을 해야겠군.”

“당신이 바빠지겠어요.”

한국에 도착하면 6월 30일. 귀국하여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일터는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었다. 거기서도 트러블은 일어나겠지.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자 아름다운 금문교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