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수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어요!

찰라777 2012. 8. 12. 06:44

뒤늦게 넝쿨째 열리는 수박

 

밤잠을 설치며 올림픽 축구 한일전을 관람하고 난 후 한국팀 승리의 도취되어 텃밭을 살펴 보던 중 나는 수박 넝쿨에 맺힌 작은 수박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거실로 들어갔다. 밖에서 갑자기 환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오는 나를 바고 아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보, 수박이 열통이나 더 열렸어요!"

"와아, 정말이예요?"

"한 번 가서 봐요."

 

 

▲뒤늦게 열리고 있는 아기수박(8월 11일)

 

 

나는 절둑거리는 아내를 데리고 수박넝쿨이 뻗어 있는 텃밭으로 갔다. 텃밭에 심은 수박은 넝쿨을 잔디 밭으로 맹렬하게 뻗으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주고 있다. 넝쿨에 맺힌 수박을 바라보며 아내는 입이 귀에 걸렸다.

 

아내와 나는 마치 축구 골을 넣은 듯 환호를 지르며 수박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에게는 어쩌면 올림픽 축구 골을 넣은 것보다 더 기쁜 일인지도 모른다.

 

"와아~ 정말이네요!"

"우리집에 수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어요!"

 

늑장을 부리며 생각지도 못했던 수박이 열리니 마치 수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느낌이다

 

 

우리 집 텃밭에는 뒤늦게 수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고 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이미 우리는 수박을 다섯 통이나 따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박이 다섯 통이나 열렸을 때 아내와 나는 환호성을 질러댔었다.

 

 

시련을 딛고 기적처럼 살아난 수박 네 그루

 

수박 농사를 처음 지어 보기도 하지만, 극심한 가뭄과 날벼락 같은 우박을 맞은 수박이 도저히 살아나 가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정성스럽게 물을 주었다.

 

 

 

▲지난 봄 수박 4그루를 심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었다(5월 13일)

 

 

수박은 그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가뭄과 우박의 시련을 딛고 다시 힘차게 자라났다. 그리고 예상을 뒤엎고 수박이 다섯 통이나 열리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섯 통의 수박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그 다섯 통 중에서 첫수확은 지난 7월 23일 부탄 여행을 함께 했던 팀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손수 기른 수박을 첫수확했을 때, 아내와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았다. 우리 생애에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수박의 수확이었다.

 

 ▲6월 19일 여리게 열린 수박(우박이 내리기전)

 

 ▲우박으로 난도질을 당한 수박(6월 19일)

 

▲시련을 딛고 다시 생기를 찾아 자라나는 수박(6월 25일)

 

가뭄과 우박이란 고난을 딛고 기적처럼 자라나 준 수박이 신기하기만 했다. 마치 아내가 난치병으로 두 번이나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살아가다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그것은 하나의 작은 기적이었다.

 

아직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이 서근서근하고 당도가 좋았다. 지난 7월 30일에는 두통을 따서 한통은 수박을 함께 심었던 내 친구에게 전해주고, 한통을 서울 집으로 가져와 아이들과 함께 쪼개먹었다.

 

 ▲7월 23일, 첫 수확을 한 수박

 

▲너무 빨리 따서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당도 좋고 맛도 좋았다

 

그리고 나머지 두 통은 지난 8월 5일 농사일을 도와준 친구가 왔을 때 마저 따서 한통은 텃밭에서 작업을 하면서 쪼개 먹고, 한통은 아직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있다. 내가 손수 지은 수박을 이렇게 따 먹다니…

 

▲7월 30일 두통을 따서 한통은 농사일을 도와준 친구에게 전해주고

다른 한통은 서울로 가져가 아이들과 쪼개 먹었다.

 

 

이건 정말이지 신통방통하고 나무나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 연약한 줄기와 작은 꽃에서 수박이 이렇게 크게 열리다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여린줄기에 열리는 수박이 귀엽고 신기하기만 하다

 

시련을 딛고 다시 살아난 수박을 바라보며, 행복이란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않고 그 어려움을 극복할 때에 행복은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가뭄과 우박이 준 호된 시련을 딛고 일어선 수박처럼 말이다.-0-

 

(2012.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