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고추가 빨갛게 익었다. 빨간 고추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곧 가을이 성큼 다가 온 느낌이 든다. 고추잠자리가 고추밭 주변을 빙빙 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입추가 벌써 지났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절기가 입추가 아닌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도 가을은 이렇게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입추가 지나면 김장용 무, 배추를 심을 시기다. 비가 그치면 김장용 무, 배추를 심어야겠다. 잘 익은 고추를 따고 말려서 김장용으로 저장을 해 두고.... 다음주면 곧 처서가 다가온다. 처서가 지나면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게 된다. 비가 내리고 나니 이곳 연천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
오늘 아침(8월 12일)에는 일찍 고추를 따기로 했다. 얼마 안 되는 고추이지만 빨갛게 잘도 익었다. 돌풍에 쓰러지고 가뭄에 목이 타던 고추가 아니던가. 양념으로 심어 놓은 고추를 따고 나니 그래도 한 광주리나 된다. 고추를 담은 광주리를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딱 우리가 먹을 양념 고추양이네요."
"그래도 고추가 이렇게 실하게 익어주어 너무나 고맙지 않소?"
"정말 신기해요. 금년 같은 가뭄에 고추가 저렇게 익어주다니."
고추 농사를 처음 지어보는 우리로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앞으로 한 두어 번은 더 따낼 수 있을 것 같다. 여름내 따 먹고도 이만큼 남았으니 금년 고추 농사는 대 성공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기른 고추를 처음 수확하는 기쁨은 크다. 이곳 연천은 고추농사가 비교적 잘 되는 곳이다.
딴 고추를 정자 그늘에 널어놓았다. 고추는 그늘에 2~3일 말렸다가 그 다음에 햇볕에 말려야 고추가 제대로 말려진다고 한다.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정자에 말려 놓은 고추에 사푼히 내려 않는다.
아, 정말 곧 가을이 오려나 보다!
비가 그치고나면 김장용 무, 배추를 심어야겠다.
(20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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