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헤엑, 으헤엑~"
가래침을 뱉어내는 듯한 고라니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고 밝은 대낮처럼 훤하다.
태풍끝이라 그런지 보름달이 으스름한 구름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듯 오락가락 한다.
들창문을 열어보니 달이 휘영청 밝게 떠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음력 7월 15일 백중 전야다.
백중날 불교에서는 우란분재(盂蘭盆齋)일로 정하고
부처님과 돌아가신 조상님께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린다.
고라니 울음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달빛에 부서진다.
안개가 짙게 낀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과 동이교가
실루엣처럼 어슴프레하게 가물거린다.
괴괴한 달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돌아가신 부모님 모습이
달빛 속에 포개지며 어른거린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갑자기 내 존재에 대한 화두가 화살처럼 꽂힌다.
잠을 설친 나는 달을 향하여
내 존재의 화살을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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