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걸어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환상적인 코스모스길

찰라777 2012. 9. 8. 15:55

주상절리와 코스모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평화누리길'

 

 

평생동안 이렇게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코스모스를 본 적이 없다! 연천 동이리 주상절리 적벽을 배경으로 임진강을 따라 활짝 피어있는 코스모스 길은 걸어도 걸어도 또 걷고 싶은 길이다. 더구나 이른 아침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은 코스모스가 안개 낀 주상절리 수직 벽을 따라 꼬리를 물고 피어있는 풍경은 환상 그 자체다! 물위에 반영된 주상절리 적벽이 환상적인 코스모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러 말이 필요없다! 와서, 보고, 걷고, 느껴보아야 한다!

 

9월 6일, 이곳 연천 DMZ 부근 임진강 변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오늘(7일) 오전 6시 기온이 섭씨 13도로 어제보다 수은주가 7도나 떨어져 한기마저 느껴졌다. 주상절리 적벽에는 짙은 물안개가 끼어 있다. 태양이 적벽위로 솟아오르자 햇빛 속에서 안개가 환상적인 안무를 펼치며 점점 사라져 간다. 자연의 변화는 참으로 신비하고 위대하다.

 

 

 

 

▲ 물안개를 배경으로 아침이슬을 머금은 코스모스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 동이리 주상절리에 환상적으로 피어있는 코스모스

 

 

가족과 함께 꼭 한번 걸어보아야 할 '평화누리길'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살아있는 안보교육의 현장

 

 

 

 

이윽고 안개가 걷히자 하늘이 맑고 푸르다. 태풍이 지나간 후 모처럼 푸른 하늘을 본다. 노랗게 고개를 숙인 벼들이 들판을 풍요롭게 장식하고, 고추도 빨갛게 익어가 가을 분위기를 한층 더 물씬 풍기게 한다.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아래 피어있는 아름다운 코스모스 길을 걷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강심을 따라 피기 시작하는 동이리 코스모스는 이번 주에서 다음 주까지 절정을 이룰 것 같다.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과 함께 분단의 역사를 찾아보고,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환상적인 평화누리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평화누리길'은 경기도 김포시 대명항에서부터 시작하여 연천군 신탄리역까지 장장 182.3km에 이르는 길이다. DMZ 접경지역을 따라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잇는 평화누리길은 우리 국민의 간절한 통일염원과 평화를 담은, 다른 지역의 둘레길과는 이색적인 의미를 가진 둘레길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그어진 DMZ는 이제 지구상에서 '냉전의 마지막 유물'로 존재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가 첨예하게 대립되며 출입이 통제되었던 DMZ 부근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썩은소의 전설' 따라 걷는 이색적인 숭의전 둘레길

 

 

평화누리길 중에서도 연천 '동이리 주상절리'는 가장 경관이 뛰어난 구간이다. 연천 숭의전지에서 군남홍수조절지까지 이어지는 18.9km 구간에 동이리 주상절리가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류되는 도감포에서부터 길이 3.5km에 이르는 주상절리는 연천지역 주상절리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직선 1.5km에 이르는 동이리 주상절리는 임진강 여울과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가장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구간이다.

 

동이리 주상절리로 가는 평화누리길은 아미산 자락 숭의전지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숭의전은 고려 태조 왕건과 현종, 문종, 원종 등 4명의 왕과 고려 충신 16명의 위패를 모셔놓고 1년에 두 번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숭의전 앞 임진강 언덕에는 수령 57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고려와 조선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고 있다.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다 보면 어느덧 먼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숭의전을 출발하여 임진강을 따라 20~30분을 걷다보면 고구려 시대의 당포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당포성은 당포나루로 흘러 들어오는 당개 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에 형성된 높이 약 13m의 성곽이다. 당포성 꼭대기에 이르면 사방이 확 트여 임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려태조 왕건 등 4명의 왕과 16명의 고려충신 위패를 모신 숭의전지

 

 

 570년된 느티나무

 

 

 

 

 잠두봉으로 가는 길

 

 

고구려 성 당포성에 바라본 임진강

 

 

고려태조 왕건의 혼백에 얽힌 '썩은소'의 전설 

 

당포성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동쪽으로 1.5km를 더 가면 '썩은소' 나루터가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이곳은 동에서 서로 흐르는 임진강이 굽이치며 남에서 북으로 방향을 꺾어지는 지점으로 '썩은소(沼)'라고 한다.

 

 

▲ '썩은소'의 전설을 간직한 임진강. 오른쪽 툭 튀어나온 지점이 썩은소 지점이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가 멸망한 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고려 왕족인 왕씨(王氏)를 멸족시키려 하자, 왕씨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갖가지 인연에 따라 전씨(田, 全), 김씨(金), 옥씨(玉), 금씨(琴), 박씨(朴) 등으로 성을 바꾸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피신하였다. 그 중에 뜻있는 왕씨 몇 사람이 의논을 하였다.

 

"우리들이 모두 변성을 하더라도 우리 조상님은 한 분이니, 왕건 태조 할아버지의 신주는 우리들이 안전한 곳으로 편안히 머무시도록 해 드립시다."

 

그들은 돌로 배를 만들어 송도에 안치된 왕건의 신위를 그 돌배에 모신 후 송도 앞 예성강에 띄우며 신위를 향하여 말하였다.

 

"이곳 송도 땅에서 모진 고난을 당하시느니 차라리 이 돌배를 타시고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하소서."

 

그 돌배는 임진강과 합류지점에 도달하여 임진강을 역류하여 강원도 철원과 경계인 황해도 안악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강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하여 지금의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임진강 어느 벼랑 밑에 멈추어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신위를 모신 돌배를 차마 홀로 떠나보낼 수 없어 돌배에 같이 타고 있던 왕씨 몇 사람들이 다시 의논을 하여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곳을 피신 장소로 태조 할아버지께서 정하신 듯 하니 여기에 모시도록 합시다."

 

그들은 배에서 내리면서 쇠로 만든 닻줄을 매어 놓고, 근처에 사당을 지을 명소를 물색하여 정한 후 강가에 나가보니, 하룻밤 사이에 쇠 닻줄이 썩어 끊어지고 돌배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었다. 급히 하류로 가서 찾아보니 그곳에서 4km 쯤 떨어진 '누에머리(蠶頭奉)'라는 절벽에 돌배가 붙어서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돌배가 멈춘 숭의전 누에머리(잠두봉)

 

잠두봉에서 바라본 임진강

 

 

이에 왕씨들은 그곳 절벽 위에다 사당을 지어 태조 왕건의 신위를 모시고 '숭의전(崇義殿)'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곳이 지금 미산면 아미리에 있는 숭의전지 자리다. 지금도 청명한 날에는 누에머리 절벽 밑에 가라앉은 돌배가 보인다고 전해지고 있다. "썩은소'란 이름은 하룻밤 사이에 쇠 닻줄이 썩었다고 하여 '썩은쇠'라고 불리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말소리가 변하여 '썩은소'로 불리어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직적벽을 따라 어우러진 '환상적인 코스모스 길'

 

 

 

▲ 한반도의 중심 중부원점에 건설되는 37번국도상 동이교(가칭)

 

 

썩은소의 전설을 음미하며 걷다보면 37번 국도를 연장하는 동이리에서 전곡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한창 건설 중에 있다. 한반도의 중심인 중부원점(동경 38도 북위127도)에 건설되는 다리는 길이 400m, 폭 20.9m, 왕복 4차로로 사장교형식으로 건설하고 있는데, 높이가 100m는 넘어 보이며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다리 건설 현장을 지나면 드디어 동이리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드러난다. 높이 40여m, 길이 1.5km나 되는 거대한 주상절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 흔히 주상절리하면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5각형, 6각형의 검은 돌기둥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 동이리 주상절리는 칼로 내려친 듯 단애의 절벽에 조각조각 붙은 현무암이 붉은 색깔을 띠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명경처럼 맑은 잔잔한 강심에 반영된 주상절리 적벽의 기묘한 절경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강변에 깔려있는 몽글몽글한 돌을 밟으며 걷다보면 어느덧 30만 년 전 구석기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느낌이 든다.

 

 

 

 

 

 

 

거대한 성벽처럼 웅장하게 펼쳐진 주상절리 적벽에는 아직 푸른 담쟁이 넝쿨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적벽에 붙은 담쟁이 넝쿨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갈 즈음에는 또 다른 놀라운 풍경으로 변한다. 해가 기울어 저녁노을이 지자 푸른 담쟁이 넝쿨 사이로 수직 적벽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강심에 반영된 적벽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때 묻지 않는 태곳적 적벽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의 위대한 창조활동에 절로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구간은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북한에서 시도 때도 없이 댐을 방류하여 갑자기 강물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강물이 불어 날 때는 실시간으로 대피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므로 대피경보를 들으면 재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을 해야 한다.

 

동이리 평화누리길은 임진강변을 따라 신탄리까지 이어진다. 고구려가 백제군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무등리 보루, 북한의 임진강 댐 방류를 조절하기 위한 군남홍수조절지, 철도중단점인 신탄리역까지 18.9km에 이르는 길을 걷다보면, 때묻지 않은 DMZ 풍경과 자연의 위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연천 동이리 주상절리 오는 길

 

서울-자유로-파주37번국도-어유지리 삼거리에서 좌회전-삼화교건너 우회전-태풍부대 지나 우회전하여 직진-롯데건설 다리건설 현장에서 좌회전하여 직진하면 됩니다.

 

동이리 주상절리는 네비에 나오지 않으므로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마을회관>을 찍고 오시다가 동이리마을 들어가기 직전에 <롯데건설>다리건설현장으로 우회전하여 <마동로 196번 길>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동이리 주상절리 코스모스는 9월 15일 전후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