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땅, 물로만 짓는
<자연농사> 실습을 시작하며...
4월도 다 지나가고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보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올 들어 유난히도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땅에서 솟아나온 새싹들도 들쭉날쭉 제정신이 아니다.
날씨가 너무 따듯해서 고개를 내밀었다가 된서리를 맞고 기절을 하기도 하고, 꽃망울이 맺혔다가 다시 오므라들기도 한다. 그런데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북한의 약속을 받고 수천억 원을 투자한 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자연농사를 짓는 <해땅물자연농장>
그래도 해는 떠오르고 계절은 흘러간다. 국가나, 기업 개인도 무언가 새로운 국면의 변환을 도모해야 한다. 물론 농촌에 묻혀 사는 나에게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한다. 여명이 터 오르는 새벽 나는 중국 은나라 시대 탕왕(湯王)이 욕조에 새겨놓고 날마다 그 자신을 새롭게 재무장을 했다는 글귀를 떠올렸다.
"날마다 그대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은나라(BC 18~12세기) 창시자인 탕왕은 온후하고 관대한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가뭄이 들자 자신을 희생물로 바치는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제사가 끝나기도 전에 비가 내렸고, 탕왕은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있다. 과연 성군이다. 과연 이 시대에도 백성들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희생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을까? 탕왕 같은 성군이 욕조에 이 글을 새겨놓고 날마다 바라보며 자신을 새롭게 재무장하는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해땅물자연농장의 논. 못자리 판이 있고, 현재 잡초속에 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오늘 나는 탕왕이 욕조에 새긴 글을 생각하며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작은 전환점을 모색했다. 전부터 <자연농사>를 짓는 것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연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인 대한 실습을 선도 농가에서 실시한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달 자연농사를 짓고 있는 <해땅물자연농장>(이하 해땅물, http://cafe.daum.net/sameasme)에서 실습을 하는 것을 신청했다.
다행히 운 좋게 그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오늘 <해땅물> 농장 홍려석 선생님과 함께 연천군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약정을 체결했다. 주요 약정내용은 하루에 8시간, 한 달에 20일, 5개월간 실습을 받는 것이 그 골자이다. 이 새로운 시도는 내 삶에 새로운 모티브가 될 것이다.
▲잡초속에서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는 마늘
홍려석 선생님과 나는 작년에 연천군에서 실시한 귀농교육을 받을 때 <자연농사>에 대하여 2시간 강의를 받은 인연이 있다. 그 강의가 나에게는 무척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 순전히 해와 땅과 물로만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퇴비도, 비료도, 농약도 치지 않고, 심지어 풀도 뽑지않고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냉이와 함께 자라나는 브로콜리
그러나 그는 <신비한 밭에 서서>(가와구치 요시카즈 저)란 책을 읽고 4천여 평의 잡종지를 삽으로 일구어 9년 째 해와 땅과 물로만 농사를 짓고 있다. 홍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나도 그 책을 사서 세 번이나 독파를 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작년에 200여 평의 자갈밭을 삽으로 일구어 텃밭농사를 짓고 있지만, 퇴비까지 주지 않고 박토에서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해땅물 농장의 자연농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아 언젠가는 그 비법을 한번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제도적으로 기회가 온 것이다.
▲제비꽃도 채소와 함께 어울려 예쁘게 피어나고 있다.
▲냉이와 함께 크는 시금치
5월 1일부터 나는 매일 <해땅물> 농장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홍려석 선생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수행 겸 자연농사를 5개월간 전수받을 결심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것은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새로운 변화를 주는 일이다. 탕왕이 말했듯 내 자신을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이런기회를 베풀어준 연천군과 부족한 나를 제자로 받아들인 홍려석 선생님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2013.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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