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200m를 달리는 추억의 장난감 기차, 토이 트레인

"히말라야의 여왕" 인도 다르질링 여행

 

인도 동북부 칸첸중가 산이 바라보이는 산기슭에 위치한 다르질링은 '히말라야의 여왕'이란 애칭을 가지고 있다. 영국 여왕이 좋아하는 맛좋은 <다르질링>차를 생산해서 이런 애칭이 붙었을까? 다르질링은 200년 동안 인도를 지배한 영국인들이 살인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해발 2200m가 넘는 산간지역에 만든 휴양지로 세계의 명차를 생산하고 있다.

 

다르질링Darjeeling이란 이름은 고대 불교 사원인 도르지 링Dorje Ling에서 유래된 말인데, 이는 티베트어로 'Dorje=천둥', 'Ling=장소'란 의미를 가지고 있어 <벼락 치는 곳>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다르질링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우르르 쾅쾅! 천둥을 치며 벼락이 떨어지곤 했다.

 

▲ 해발 2200m위치한 다르질링은 언덕마다 온통 푸른 차밭으로 둘러싸여있다.

 

 

다르질링의 여행성수기는 3월부터 5월말까지, 9월부터 12월까지이지만 그때는 인도의 피서 여행자들이 몰려 숙박비가 비싸다. 히말라야 산악경치를 구경하려면 9월에서 12월 사이가 하늘이 맑아 가장 좋은 시기이다.

 

몬순기간인 6월부터 9월 사이에는 거의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매일 비가 내려 분위기가 매우 우울해 질 수도 있다. 도로는 폭우에 쓸려 유실되고, 산은 늘 검은 구름으로 덮여있다. 그러나 우울한 산정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좋은 여행 철이 될 수도 있다. 기자가 방문한 시기는 우기가 다가오는 5월 초순이었는데도 하루에 몇 번씩 천둥을 수반한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다르질링은 타이거 힐에서 바라보는 칸첸중가 일출, 차밭, 업저버토리 힐 산책, 히말라야 등산학교와 텐징 노르가이 기념관 방문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그러나 다르질링은 아무데도 가지 않아도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그저 초우라스타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거나, 좁은 골목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성냥갑 같은 언덕위의 집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다.

 

▲ 인도 다르질링-뉴잘패구리역을 오가는 토이 트레인

 

130년 전 과거 회귀하는 추억의 토이 트레인

 

허지만 다르질링에서 꼭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추억의 장난감 기차인 <토이 트레인Toy Train Joy-Ride)를 타보는 것이다. 토이 트레인은 원래 1881년 영국군이 다르질링 차밭에서 차와 군인들을 운반하기 위하여 개설한 폭 61cm 협궤 같은 철길을 달리는 산악열차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장난감 같은 기차는 다르질링을 방문하면 누구나 한번쯤 타고 싶은 추억의 기차로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 130년 전에 건설된 폭 61cm의 철길

 

철길은 산비탈을 따라 좁은 도로 위에 자동차 길과 함께 설치되어 있다. 기차는 성냥갑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처마 밑을 거의 스칠 듯 달려간다. 기차가 지나가면 그 위로 사람도 다니고 자동차도 다닌다.

 

인도의 명물인 이 산악열차는 여전히 석탄을 때서 달려가는 증기기관차로 마치 미니어처 소인국을 달리는 장난감 열차를 방불케 한다. 토이 트레인은 지금도 다르질링 역과 씰리구리 근처 뉴잘패구리(NJP)까지 총 88km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NJP에서 다르질링으로 출발하는 여정은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다. 총 11개의 산악 역을 통과하게 되는 데 무려 7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나 시간이 남아도는 여행자라면 천천히 산악경치를 구경하며 재미삼아 타볼 만도 하다.

 

▲ 처마끝을 스칠듯 지나가는 토이 트레인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다르질링 역에서 굼Ghoom역을 오가는 '조이 라이드Joy-Ride'를 이용한다. 이 열차는 매일 오전 10:30에 다르질링 역을 출발하여 바따시아 루프를 지나 굼역을 왕복한다.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조이 라이드를 타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휴가철이면 인도의 부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두 칸짜리 조이 라이드 열차는 티켓이 25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다르질링에 도착한 다음날 토이트레인을 타러 갔으나 티켓이 이미 다 팔려버려 그 다음날 표를 겨우 구입했다.

 

▲ 토이 트레인 조이라이드를 타는 인도의 여행객들(다르질링역)

 

드디어... 다르질링 역에서 토이 트레인을 탔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기관사들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기차를 땀을 뻘뻘 흘리며 삽으로 시뻘건 화통에 석탄을 집어 넣는다. 증기기관차는 매우 오래된 흔적이 여기 저기 보인다.

 

 

▲ 130년 전 건설된 토이트레인은 지금도 여전히 석탄을 때는 증기기관차다.

 

드디어 기차가 빽~ 하고 기적을 울리더니 덜커덩거리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두 칸짜리 열차는 모두 일등석으로 좌석이 편하다. 언덕에 성냥갑처럼 늘어선 집 밑으로 가설된 좁은 협궤를 따라 기차는 느리게 기어간다. 건물의 처마가 손에 닿을 듯 이어진 대문 앞에 서서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인도의 부자들이 사진을 찍으며 휴가를 즐긴다. 함께간 아내와 정 선생님은 창밖으로 손을 흔들기도 하고,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과 언덕아래로 펼쳐진 차밭을 바라보며 때로는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흘러가는 차창밖을 바라보면 저절로 생각에 잠기게 된다.

 

▲토이 트레인을 타고 휴가를 즐기는 인도의 부자들

 

▲창밖을 바라보며 뭘 생각하고 있을까?

 

칙칙폭폭, 칙칙폭폭 힘겹게 달려가던 기차는 어느 언덕에서 멈추더니 치익치익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기관사 두 명이 내리더니 언덕위로 올라가 파이프의 스위치를 돌리고 물을 공급받는다.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기 위해 물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란다. 20여분 동안 물 공급을 받은 기차는 다시 출발을 한다.

 

▲ 중간에 물을 공급받는 토이 트레인 증기기관차

 

증기를 내뿜으며 출발한 기차는 어느 언덕으로 360도를 빙 돌아 올라간다. 바따시아 루프Batasia Loop역이다.  루프역 정상에서 기차는 정차를 했다. 여기서 약 10여 분간의 시간을 준다고 한다. 승객들은 차에서 내려 멀리 바라보이는 칸첸중가 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전쟁기념탑을 돌아보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르질링의 집들, 병풍처럼 펼쳐지는 칸첸중가의 풍광이 일품이다.

 

바따시아 루프에서 잠시 숨을 고른 기차는 전쟁기념탑을 360도 회전하여 내려가 달려가다가 굼Ghoom 역에 정차를 한다. 해발 2258m에 위치한 굼역은 세계에서 몇 번째 안 가는 높은 기차역이다.

 

 

▲ 해발 2258m 바따시아 루푸역에서 칸첸중가를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자들

 

동화마을 미니어처 소인국 같은 다르질링

 

이 역에는 다르질링 히말라야 철도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다르질링의 험한 산정에 철도를 가설하고, 그 당시 달렸던 기차들이 흑백사진으로 진열되어 있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장 철도에 사용되었던 각종 기구들도 진열되어 있다.

 

굼 박물관을 관람하고 내려오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차는 화통을 열고 석탄을 때며 다시 출발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차는 굼역을 출발하여 다르질링으로 향했다.

 

▲ 토이트레인 철도박물관이 있는 굼역

 

 

 

귀여운 꼬마열차는 비좁은 길을 소리를 빽빽 지르며 달려갔다. 성냥갑 같은 집에는 건물과 대조를 이루는 화려한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창밖에는 아름다운 꽃이 핀 화분을 장식해 놓고 있다. 꼭 어린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는 인형의 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궤도협궤처럼 좁은 철길 옆으로는 역시 장난감 같은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기어간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기차를 보면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흔들어댄다.

 

▲ 소인국처럼 아름다운 드르질링. 언덕에서 찻잎을 따는 인도 여인들은 하루종일 찻잎을 따도 불과 몇 천원의 품삯을 받는다.

 

언뜻 보기엔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동화마을 같은 다르질링. 그러나 철길 밑 가파른 차밭에서는 찻잎을 따는 여인들의 검게 탄 고단한 모습이 보인다. 땡볕에서 하루 종일 일 찻잎을 따도 그들은 고작 몇 천원의 품삯을 받는다. 겉으로 보는 풍경은 아름다운데, 민초들의 삶은 어디를 가나 고달프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