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헤, 보긴 뭘 봐?
▲아기고라니의 천진난만한 눈동자
해땅물자연농장에는 벼가 풀과 함께 자라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호미로 흙을 파서 심은 벼가 55일 만인 8월 21일부터 벼이삭을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낱알이 굵어져 가고 있습니다.
긴 장마 탓인지 예상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벼이삭이 피어났습니다. 그래도 튼튼하게 자라난 벼는 이번 태풍에도 끄떡없이 한포기도 쓰러지지 않고 싱그럽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논을 갈지 않고, 거름도 농약도 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라나 벼이삭이 돋아나다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벼이삭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신비한 논을 둘러보다가 고라니 두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녀석들은 논에서 무언가 찾아서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자니 물을 먹는 것인지, 아니면 벼이삭을 먹는 것인지 잘 분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어미 고라니로 보이는 덩치가 좀 큰 녀석이 후다닥 튀어나오며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아기고라니로 보이는 작은 녀석은 천연스럽게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녀석은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혀 경계의 눈초리를 취하지도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헤헤헤, 보긴 뭘 봐? 고라니 처음보나요?”
녀석은 마치 그런 모습으로 멋진 포즈를 취해주고 있습니다. 쫑긋한 두 귀, 천진스런 검은 눈동자, 짙은 회색 코 밑에 살짝 벌린 입이 그저 귀엽기만 합니다. 녀석은 그렇게 한동안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녀석은 슬금슬금 엄마가 달아난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빨리 오라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엄마 고라니의 마음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는 슬금슬금 아기고라니를 따라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 멀지 않는 벼이삭 사이에 숨어있던 엄마고라니가 다시 후다닥 튀어 오르며 산 쪽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엄마고라니는 아기고라니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사람의 인기척이 나자 다시 달아난 것입니다. 전혀 엄마 고라니를 해칠 마음이 없는데도 의심이 많은 고라니는 애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기고라니는 엄마고라니의 그런 모습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갔습니다. 고라니는 거끔 벼 낱알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싱그러운 벼이삭 속에서 걸어가는 고라니를 바라보자니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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