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심은지 오늘로 72일째 되는 날이다.
모판에 볍씨를 뿌려서 모를 키우고
잡초가 무성한 논에 모내기를 할 때는
이게 정말 자라줄까?
낱알이 제대로 열릴까?
해땅물자연농장에서 자연농사를 배우는 나는 반신반의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하고 잡초를 뽑고,
농약을 주어온 관행농법에 길들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벼는 보란 듯이 알갱이를 무겁게 달고 점점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속을 들수록 겸손해진다고 하더니 바로 이 벼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모내기를 한 후 논에 이렇다할 일을 한 것이 없다.
그저 물을 몇 번 넣어주었다가 빼주는 일만 했을 뿐이다.
제초제를 준다든지, 농약이나 거름 한줌도 주지 않았다.
허지만 벼는 보란듯이 잡초와 함께 튼튼하게 자라나고 있다.
지난 8월 태풍이 잠시 불어왔을 때에도 이곳 자연농장의 벼는 한 포기다 쓰러지지않았다.
그만큼 벼가 튼튼하게 자랐다는 증거다. 다른 논들의 웃자란 벼는 상당부분 넘어지기도 했다.
자연농장의 풍경은 참으로 신비하다.
개구리 한마리가 울어대자 이곳 저곳에서 개구리들이 일제히 따라서 합창을 한다.
가을에 개구리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우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논에 물을 빼내는 것을 아쉬어 함일까?
농약을 일체 치지 않아서인지 많은 곤충과 야생 동물들이 찾아든다.
"이 번에 마지막으로 물을 빼고나면 피를 뽑고나서 10월에 수확을 할겁니다."
홍려석 선생님은 토마토를 베어내 밭에 덮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논밭 주변에는 물봉선이 한창이다. 빨간 물봉선과 노란 물봉선이 지천에 널려있다.
야생화 사이사이로 납외 벌들이 끊임없이 날아든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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