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이 닦기를 게을리한 업보로...

찰라777 2013. 11. 5. 06:14

 

 

오늘은 치과에 가는 날이다. 누구나 가장 가기 싫은 곳이 치과다. 그 무서운 집게나 송곳 같은 날카로운 도구를 들고 입을 벌려 입안에 집어 넣을 때면 언제나 겁이 난다. 그래도 어쩔수 없이 가야 하는 곳이 치과다.

 

  

이제 내 이빨도 수명이 점점 다해가는 모양이다. 금년부터 위 어금니 두 개가 시큰거려 진단을 해보니 잇몸이 좋지 않아 빼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20여년전부터 이 두 개의 이가 좋지 않아 금으로 덮어 쒸우기도 하고 살살 달래며 써왔는데 이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나는 30년도 넘게 서울 강남 서초동 어느 골목에 있는 A치과에 다니고 있다. A치과는 오래된 낡은 5층 건물 3층에 있는데, 엘리베이터도 없는 후진 건물이다. 찾아가기도 힘들고 3층 까지 헉헉대고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도 니이든 단골 고객들이  항상 많다. 그만큼 성실하고  솔직하게 이를 잘 치료해준다는 증거다.

 

A치과의 안 박사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대학에서 보철을 전공하신 분이다. 그는 어지간하면 이를 빼지 않고 본 이빨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이론을 가진 분이다.

 

그런데 그 안 박사마저도 이빨을 빼야 한다고 해거, 나는 어쩔 수 없이 한 달 전에 아끼고 아끼던 어금니 두 개를 눈물을 머금고 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지난달에 게맛살 엄지를 깨물어 먹다가 그만 윗니 하나가 부러져 버렸다. 나이가 드니 이도 힘이 없는 모양이다.

 

“엄청 비싼 게를 잡수셨군요.”

 

안 박사는 부러진 이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다행히 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가 약해지닌 너무 딱딱한 것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는 임플란트를 해볼까 해서 가까운 친구의 추천으로 서울 강남 한 복판 대로변에서 임플란트를 잘 한다는 S치과에 가서 진단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치과에서는  임플란트를 한 개 하는데 250만 원 정도나 들어간다고 했다. 잇몸이 약해서 뼈를 이식을 해야 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임플란트 1개에 150만원, 뼈 이식비용이 100만원이 들어간다는 진단이다.

 

가난한 서민이 어찌 이 하나에 250만원이나 들어서 임플란트를 할 수 있겠는가. 두 개를 하려면 무려 500만원이나 들어간다. 나이들어 이를 한 번 개비를 하려면 입안에 다들 자동차 한 대를 몰고 다닌다고 하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그렇다고 빚을 내서까지지 그 비산 임플란트를 할 수는 없다. 옛날 시골 어르신들은 임플란트는 커녕 치과에 갈 엄두도 못내고 그냥 이가 빠진 채로 살아가지 않았던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강대강 씹어서 삼키고 살다가 한편생을 그냥 살아갔다.  

 

A치과 안 박사는 임플란트를 하던지 브리지를 하던지 환자의 선택이라고 하면서, 임플란트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부작용도 많다는 것. 이 정도면 브리지(양쪽 이에 거는 것)를 해도 10년 넘게 쓸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브리지를 걸수 있는 이가 있어 다행입니다."

 

안 박사는 나를 위로하듯 웃으면서 말했다. 10년을 더 살면 그 때 내 나이가 어떻게 되지? ㅋㅋ 그래서 나는 임플란트 대신 브리지를 하기로 선택했다.

 

A 치과에서는 30년 단골고객인 나에게 브리지를 1개당 30만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다른 고객들은 35만원을 받는다고 하면서... 흐음...그럼  4개를 하더라도 120만 원 정도면 할 수 있다. 내게는 120만원도 버거운 금액이지만 S치과 임플란트 1개 값인 25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이다.

 

젊은 날에 이를 닦는 것을 게을리 한 업보다.  치복(齒福)도 오복 중에 하나라고 했지 않던가. 평소에 이를 잘 관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치과마다 임플란트 가격이 왜 이리 천차만별일까? A치과에서는 만약 임플란트를 원하면 1개당 120만원이 든다고 했다. S치과의 절반가격이다.

 

임플란트 가격이 왜 이렇게 치과마다 다를까? 그 내용을 알아보니 고가의 비용을 받는 치과에서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가의 비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고, 저가의 임플란트 가격을 책정한 치과에서는 재료를 대량으로 공동구매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여 저렴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임플란트 시술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잇몸뼈에 차아의 뿌리역할을 하는 티타늄 합금 인공치근을 심은 후, 2~3개월 뒤 인공치근이 잇몸뼈와 잘 붙으면 인공기둥을 연결한 후 그 위ㅔ 차아를 만들어 쒸우는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따라서 이렇게 복잡하고 정교한 임플란트 수술은 전문의의 경험과 시술경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반영구적이라고 알려진 임플란트라 할지라도 시술 후 관리를 잘해주지않으면 염증 등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임플란트 재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임플란트 시술을 앞둔 환자의 치과선택 포인트는 치주과, 보철과, 구강외과 전문경력이 있는 치과전문의가 있는지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고, 자체기공실을 두었는지, 3D CT등을 통한 정확한 진단을 하는 치과인지를 확인을 한 후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아무튼… 아내도 어금니 두 개가 시원치 않아 함께 치과에 가야 한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치과 약속이 오전 11시니 늦어도 3시간 전에는 나가야 도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아침을 7시에 먹고 8시 경에 소요산역으로 향했다. 8시 30분, 자동차를 소요산역에 파킹을 하고 전철을 타러 가니 전철이 금방 8시 28분에 출발을 하고 말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