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어린 브로콜리 모종의 서울 나들이

찰라777 2015. 8. 2. 01:39

브로콜리, 비트, 로메인, 배추... 어린 모종들의 서울 나들이

 

▲자동차 트렁크로 실려지는 브로콜리, 비트, 로메인 상추, 배추 모종들

 

배추영감님, 정말 우리도 서울 나들이 가나요?”

, 비트. 찰라님의 성격상 아마 우리 모두를 데리고 갈 것 같소.”

정말요? 으으 난~ 멀미를 하는데 어쩌지.”

로메인, 너무 걱정 마. 내가 곁에 있으니까.”

브로콜리, 넌 괜찮아?”

, 난 오래 전부터 도시 구경을 하고 싶었거든.”

 

찰라네 육묘장에서는 배추, 비트, 로메인 상추, 브로콜리가 한창 자라나고 있습니다. 로메인은 77일 날 파종을 했고, 비트와 브로콜리, 김장배추는 720일 날 파종을 했습니다. 그런데 찰라씨가 아내 병원외래와 봉사 모임 때문에 5일정도 서울에 가 있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브로콜리 얼리유 어린 모종

 

, 진정들 해요. 그래도 장맛비에 흠뻑 적시거나 땡볕에 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소?”

허긴 그래요. 그런데 찰라씨네 서울 아파트는 23층까지 올라간다면서요?”

그렇소.”

으으, 무서워요. 너무 높아 현기증이 날 것 같은데.”

드디어, 저기 찰라씨가 우릴 차에 태우려고 오네요!”

 

찰라는 배추, 로메인, 비트, 브로콜리 육묘판을 신주 모시듯 차례로 들어서 조심스럽게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5일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 누가 물을 줄 사람도 없고, 장마철인이라 너무 비가 많이 맞거나, 혹은 땡볕에 오래 있다 보면 말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 어린모종

 

이곳 연천 금가락지에서 서울까지는 거의 100km의 거리입니다. 이윽고 자동차가 서서히 움직이자 트렁크에 자리를 잡은 육묘들도 설렘과 걱정으로 술렁거립니다.

 

아유~ 난 벌써 멀미를 하려고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자란 로메인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다소 웃자라서 허리가 취약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도로 턱을 지날 때마다 몸 전체가 출렁거려 로메인은 비명을 지르곤 했습니다.

 

로메인, 엄살도 너무 심하네. 우리보다 무려 13일이나 먼저 심어졌으면 뿌리도 튼튼할 거 아냐? 그러면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

 

▲웃자라서 허리가 비실비실한 로메인 상추

 

비트와 브로콜리, 배추는 이제 겨울 고개를 내밀고 있어 키가 작은 탓에 멀미는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찰라씨가 차를 조심스럽게 몰아 다행인줄 아시유. 조용히들 하시유. 운전에 방해가 될 터이니.”

 

한국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배추가 비트, 브로콜리, 로메인들에게 어른스럽게 주의를 줍니다. 이름이 외래어로 표기되듯 이들은 모두 유럽 지중해나 로마가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김장배추 불암 3호의 어린 떡잎

 

드디어서울에 도착한 찰라는 육묘상자를 제일 먼저 조심스럽게 꺼내 엘리베이터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23층 아파트 베란다에 차례로 옮겨 놓았습니다.

 

로메인. 괜찮아?”

, 좀 어지럽기는 하지만, 비트 네 덕분에 잘 왔네. , 23층은 너무 현기증이 나.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 넌 괜찮아?”

높은 곳에 올라오니 전망은 좋은데, 어쩐지 갑갑한데. 브로콜리, 넌 어때?”

아유, 매연 때문에 숨이 콱콱 막히네.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

다들 조용히들 해요. 그래도 말라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5일은 금방 지나가요.”

 

▲23층 아파트 베란다로 옮겨진 모종들

 

찰라는 아침저녁으로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육묘들을 살펴보며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 역시 갑갑하고 답답해서 빨리 연천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서울에서 볼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지난 5일 동안 육묘들은 별 탈 없이 잘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5일 후인 29일 날 다시 연천 금가락지로 돌아왔습니다.

 

애들아 미안하고나. 다들 괜찮니?”

휴우~, 이제 살 것 같네요!”

역시 우린 연천이 좋아요. 공기도 신선하고, 막힌 데도 없고.”

그래? 그 점은 나도 동감이야. 먼 길 다녀오느라 수고 했으니 다들 편이들 쉬여요.”

 

▲5일 동안 가운데 떡잎이 하나 더 자란 김장배추

 

비트야 , 자니?”

브로콜리, 왜 그래? 지금 막 잠이 들려는 참인데.”

난 서울에서는 도저히 못 살 것 같아. 죽더라도 여기 금가락지 당에 묻히고 싶어.”

하하, 사실 나도 그래. 로메인 너는?”

말이라고 해. 나는 왔다 갔다 하는데 차 안에서 어지러워 죽을 뻔 했다니까? 배추 영감님은 어떠세요?”

허허, 이제 다들 조용히 하고 잠이나 잡시다. 농약도 안 치고, 물도 주고, 늘 노심초사 우리를 보살펴 주는 찰라님 한 테 감사하면서그리고 곧 우리는 노지 땅에 옮겨 심어질 텐데 그 때 찰라님께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커주어야 하지 않겠소?”

옳소.”

맞아요.”

“역시 공기도 좋고, 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벌과 나비들이 춤을 추는 금가락지가 최고야!”

 

▲서울 나들이 갔다가 연천 금가락지로 돌아온 모종들

▲메리골드 향기 가득한 금가락지

 

메리골드 향기 가득한 금가락지에는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벌과 나비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다시 금가락지로 돌아온 배추, 로메인 상추, 비트, 브로콜리 어린 모종들은 신선한 공기와 바람, 소음도 없고 임진강이 흐르는 조용한 금굴산 자락 금가락지 품안에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

'국내여행 >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배추밭 준비  (0) 2015.08.06
양배추 추가 정식  (0) 2015.08.02
배꼽이 터진 방울토마토  (0) 2015.08.01
두포리 오갈피농장에서 만난 천사  (0) 2015.07.23
추석배추를 심다  (0) 201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