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 향운사 찾아 가장 쉬운 부처되는 법 전달
종정 진제스님 친필 ‘붓다로 살자’ 휘호 전달
지난 10월 24일 오전 11시, 강북구 수유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를 찾은 도법스님은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인 향운사 자비공덕회 회원들에게 ‘붓다로 살자’는 주제로 설법을 하고 진제 종정스님의 친필 <붓다로 살자> 휘호를 전달했다. 도법스님의 법문 내용을 녹취하여 간추려 보았다.
평생을 누더기 한벌로 걸인생활을 한 부처님을 본 받아야
청법가를 하자 도법 스님은 지그시 눈을 감고 눈을 감고 단정하게 합장을 했다. 그 모습이 부처를 닮았다. 청법가를 끝내고 삼배의 예를 갖추려고 하자 도법스님은 손 사례를 쳤다. 비좁은 향운사 법당은 찾은 도법스님은 가사 장삼도 걸치지 않고 불자들의 삼배도 거절했다. 스님은 거추장스러운 의례를 버리고 부처님께서 살아온 대로 살아가는 것이 불자의 참 삶이라는 것.
이렇게 운을 띤 도법스님은 아주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에 붓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여 구경하러 찾아 왔어요.”
웃음.
“설법을 할까요? 이야기를 할까요?”
“이야기를 해주세요.”
“하하, 설법보다는 이야기가 편하지요. 그럼 이야기나 좀 하지요.”
도법스님은 정말 이야기를 하듯 웃으며 아주 쉽게 법문을 이어갔다.
“부처님은 평생 걸인으로 얻어먹으며 살아가셨고, 누더기 한 벌로 평생을 자비정신으로 지냈습니다. 겉 치례 보다는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베풀고 나누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불교를 믿어도 훔치며 베풀지 않고 살아간다면 이는 불자가 아닙니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베풀고 나누며 살면 이는 참다운 불자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를 믿느냐 안 믿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불교는 이처럼 매우 쉬운 진리입니다.”
대청마루를 법당으로 쓰고 있는 비좁은 향운사 법당에는 절을 할 공간도 없이 불자들이 꽉 들어 찾다. 일부는 부엌에 앉거나 서 있어야 했다.
“주지스님께서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내가 만일 도둑질을 하면 그냥 도둑놈일 뿐이에요.”
웃음.
“뭐 유명하다 훌륭하다는 것도 다 허망 되요. 매 순간순간 언제 어디서나 매 순간순간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그람이 괜찮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불교를 믿느냐 안 믿느냐, 불교를 믿느냐 기독교를 믿느냐 이런 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도법스님은 잠시 턱을 괘고 생각에 잠겼다가 대중을 굽어보고 말했다.
“저는 머리 깎고 산지가 50년이에요. 여기 계신 분들도 불교를 오랫동안 하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불교를 해보니까. 좋은가요?”
그러자 신도 한분이 말했다.
“별로 좋은 것도 없네요.”
웃음.
“맞습니다. 좋은 것도 없어요. 하하, 이렇게 솔직한 게 불교에요, 정직한 게 바로 불교지요. 제가 오늘 가사를 안 가지고 왔어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부처님은 일생을 거지로 살았어요. 일생을 돌아다니고 일생을 얻어먹고 살았어요. 맨 날 돌아다니고 얻어먹는 사람이 뭘 거창하게 많이 입겠어요. 돌아 다녀 보면요 많이 갖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어요. 이 많이 갖고 입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얼만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얼마나 한심스러운 것인지 알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돌아다니면서 안 사니까 계속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좋은 줄 알고 있어요.”
“우리 불교도 마찬가지에요. 2500년 전, 2000년 전, 1000년 전, 500년 전, 100년 전… 좋다는 것은 다 쌓아 놓고 있지요. 그러면 좋을 것 같습니까? 그건 짐이에요 짐. 돈 도 많으면 좋은 것 같지요. 돈 많은 데를 한번 들여다보세요. 어디 편한 데가 있는가. 돈 많은 데는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어요. 하루도 한순간도 여유가 없어요. 돈 많은 데는. 하루도 한 순간도 인간다워 질수가 없어요. 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이 줄어드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요. 어떤 형태로든 계속 늘려가려고만 하지요. 그러니 늘 노심초사해야 되지요. 문을 겹겹으로 닫고 살아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혹시 누가 와서 훔쳐 갈까봐…”
“그러니까 실제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약스런 문제에요, 사람다운 삶을 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런 것에 눈뜨고 살도록 하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이에요. 지금 우리사회에서 지식인들이 불교를 가까이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 줄 아세요? … 그건 큰절 세 번 하게 하는 것이에요. 이게 수행으로서는 권장을 할 만한 것인데 일상적인 인사문화로서는 예날 이야기에요. 그런데 우린(불교)는 그걸 계속 시켜요. 이런 부분들, 좋은 것도 계속 쌓아두면 문제가 되는 거예요. 불교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무겁고 거추장스럽고…불교를 하면 인생을 좀 더 홀가분해지려고 불교를 했는데, 이거 ㄴ점점 더 무거워지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이 뜻했던 불교와는 전혀 다른 불교를 하게 되요.”
“사람은 죄 많은 중생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그 고통과 죄에서 벗어나려고 출가를 해서 열심히 수행을 했어요. 해보니까 문제가 안 풀렸어요. 목숨을 걸고 6년 고행을 해도 여전히 안 풀렸어요. 열심히 수행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최고 수준까지 다 해보았지만 그래도 안 돼. 그래서 이제 그냥 때려 치웠지요. 해도 해도 안 되면 때려 치워야지요. 고시공부도 안 되면 때려치워야지요.”
웃음.
“어떻습니까? 때려치우고 나면 짐이 없어지지요? 지나간 것도 다 잊어버리고. 그리고 미래는 걱정 안 해도 되요. 지금 내가 좋은 뜻으로 살고 있는데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내생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도 현재의 삶을 잘 사는 것이고, 전생 문제를 풀어내는 것도 현재의 삶을 잘 사는 것이지요. 현재의 삶을 잘 살고 있으면 전생문제도 미래 문제도 풀리게 되어 있어요. 따라서 본래 부처의 삶은 지금 당장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목이 마를 때는 어떻게 해야지요?”
“물을 마셔야 되지요.”
“하하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 심오한 진리를.”
웃음.
“그렇지요. 물을 마시면 갈증이 해소가 되지요. 이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은 쉬운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름침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말 못 알아듣는 사람 빼놓고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아주 쉬운 것입니다. 누구는 이해가 되고 누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건 부처님 가르침이 아닙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면 바로 이루어져요. 즉각 즉각. 다음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증명이 되어 버려요. 바로 이해가 안 되거나, 바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증명할 수 없다면 그건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못 다루고 있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입니다.”
“즉 목마를 때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면 갈증이 즉각 해소 된다. 바로 이런 것을 가르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이거 가지고 싸울 일이 없지요. 이건 실제이니까. 보편적인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여기 향운사에는 붓다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주지스님이 법문을 좀 해달라고 하여 이야기를 좀 했는데 어떻습니까? 이야기 들어보니 괜찮습니까?”
“네.”(이구동성으로).
“다행이네.”(박수와 환호).
도법스님은 법문을 끝내고 <발원>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요석공주와 원효의 삶을 그린 김선우 장편 소설은 붓다로 살자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며 한 번씩 읽어보기를 권했다. 원효를 다시 조명 할 수 있고 부처님처럼 살아가는 원효와 요석을 본 받아 살아 갈수 있다고 하며 법문을 끝냈다. 즉 원효와 요석처럼 사는 것이 붓다로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스님의 법문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이해하기 쉬웠다. 그의 말처럼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은 다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요 진리라고 했듯이 쉽고 편했다. 이날 법회에 참석한 자비공덕회 회원들은 ‘붓다로 사자’는 선포식을 갖고, 붓다로 살자 재가불자 실천청규와 발원문을 낭독했다. 재가불자 실천청규는 다음과 같다.
-월 4회 이상 사찰 법회에 참석합니다.
-수입의 3%를 사찰과 이웃을 위해 보시합니다.
-삼귀의와 오계를 지킵시다.
-밝은 미소로 사람을 대합니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진실되고 따뜻한 말을 하겠습니다.
-밥상은 소박하게 차리고 음식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이웃과 인사하며 마을 공동체를 따뜻하게 가꾸겠습니다.
-이웃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도법스님은
1949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8세에 금산사로 출가했다(1966). 1998년 총무권한대행으로 총무원과 정화개혁 분규를 마무리 짓고 실상사로 내려 갔다.
1995년부터 실상사 주지를 맡아 인간화 생명살림의 길을 열기 위해 실상사 소유의 땅 3만편에 귀농전문학교를 설립했다. 2004년 실상사 주지를 내놓고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길을 떠나, 이후 5년간 3만 리를 걸으며 8만명의 사람을 만나 생명평화의 가치를 전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실상사 회주,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장과 파괴되어가는 지리산을 살리기 위해 지리산을 사랑하는 열린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