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네팔 국경을 통과하다
라싸에서 장무까지 장장 833km! 머나먼 티베트 순례길! 베트남 허꼬우에서 중국국경을 넘어 윈난성 차마고도, 쓰찬성, 간쑤성, 칭하이성을 거쳐 티베트로 넘어 온 기나긴 순례길이다. 이제 그 순례길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다다른 길이다. 라싸에서 네팔 국경까지 오는 데는 지프 운전사 깡파의 공이 컸다. 5월 29일 아침 미운 정 고운 정이 정들었던 깡파와 이별을 고했다.
▲멀고 먼 티베트 순례길
“강파, 잘 가요. 그리고 우리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요.”
“오케이, 초이도 잘 가요.”
그는 티베트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낡은 지프차를 몰고 티베트 파곡하 상류로 차를 몰며 사라져 갔다. 신들의 땅, 티베트.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신들의 땅 네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많고 많은 신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저 운전사 깡파도 티베트의 신 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티베트의 신이 우리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인도해 주고, 이곳 네팔 땅으로 무사히 건너가도록 해분 것이 아닐까?
타시텔레!(그대에게 행운을 기원한다)
나마스테!(내 안의 신이 당신 속에 있는 신에게 경배를 드린다)
나는 내 마음속의 신의 존재를 느끼며, 사라져가는 티베트인 신 깡파의 신에게 나지막히 이별의 인사를 고했다.
국경의 출입문이 열리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우리는 잠시 파곡하 계곡을 흐르는 폭포를 감상하였다. 티베트 고원을 지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간 우리들의 모습은 다소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마음만은 희열에 차 있었다.
▲티베트를 여행하는 동안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얼굴
티베트는 어디를 가나 해발 4000m~5000m에 이른다. 티베트의 국경도시 장무는 해발 2300m다. 초모랑마 베이스캠프(5200m)에서 계속 곤두박질치듯 하강을 하여 장무에 다다르니 하늘에 붕 떠 있는 둥그런 비행접시에서 뚝 떨어진 느낌이 든다. 푸른 숲, 물, 그리고 숨쉬기 편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싼다. 신들의 세계에서 지상 낙원으로 온 기분이다.
중국국경을 넘으려고 여권을 내밀었더니 여권 속의 아내의 사진과 아내의 모습이 다르다고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 아내의 여권에는 단발머리 소녀처럼 보이는데 지금은 더부룩한 머리에 중년 여인처럼 보이니 그럴 만도 하다. 티베트를 여행하는 동안 머리도 길고 모습도 변했다. 중국 국경 직원이 짜증을 부릴 만도 하다.
▲장무에서 코다리로 넘어가는 우정의 다리
▲우정의 다리에서 내려다 본 네팔 국경도시 코다리
무려 1시간여를 지체하여 겨우 중국 국경을 통과해 <우정의 다리>를 건너 네팔 국경으로 넘어 갔다. 우정의 다리를 건너면 코다리란 네팔 국경이 도시에 도착한다. 다리 하나를 두고 한족은 장무, 한쪽은 코다리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같은 마을이지만 나라가 다르고 이름도 다르다. 코다리의 허름한 이민국에서 달러를 주고 네팔 비자를 받았다.
코다리에서 우리는 카트만두로 가는 지프를 탔다. 버스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프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타면 값이 내려간다. 이 지프는 카트만두에서 온 지프라 다행히 저렴했다. 카트만두로 가다가 계곡에 잠시 쉬기도 했다. 우리는 계곡에서 네팔 음식 달 바트로 점심을 먹었다.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 우리는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우리는 카트만두 타멜지역의 어느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카트만두로 가는 지프차
▲네팔의 순박한 아이들과 함께
▲어두워진 후에 도착한 카트만두 타멜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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