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하심과 존경
▲케이피 시토울라나 고모님 앞에 엎디어 고모님의 두 발을 높이 받들고, 고모님 발에 이마의 정수리를 대고 있다. 고모님은 양손을 뻗어 시토울라의 머리에 대고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이 자세는 상대방을 최고로 존경하는 네팔의 전통 인사법이다.
티쉬바천 초등학교에서 칠판과 컴퓨터 전달 행사를 마치고 나오니 땅거미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교장선생님과 콧수염을 기른 학교 운영위원장님이 교문 밖까지 나와 인사를 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우리는 합장을 하며 네팔식으로 작별의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희 학교에도 장학생을 선발하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늦게까지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나마스테!”
“나마스테!”
▲교장선생님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워낙 오지인지라 컴컴해진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하기 그지없다. 시토울라가 학교 건너편에 있는 집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말했다.
“저희 고모님이 저 집에 살고 계시는데 잠시 들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래요. 그렇게 하지요.”
시토울라 고모님 댁에 들리니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토방의 나무의자에 앉아 있었다. 노란 속치마에 청색치마를 입고 단정히 앉아계신 할머니는 무척 인자해 보였다. 보살의 모습이다! 할머니는 시토울라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하셨다. 시토울라는 고모님 앞으로 가더니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고모님 발을 받들고는 발끝에 고개를 수그리더니 “나마스테!” 하고 인사를 드렸다. 고모님은 양손을 뻗혀 그의 머리에 대고 “나마스테!” 하며 축복을 내려 주셨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저 한 동작이 종교 그 자체다. 모든 거룩한 의식이 이 한 동작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발을 높이 받들어 올리고 이마의 정수리를 발에 대는 것은 상대방을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경하는 겸손함이 담겨 있다. 이것은 진정한 하심이다!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
시토울라의 자세는 하심(下心) 그 자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모님을 최고 존경하는 자세다!
불교 삼귀의 의식에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이 있다. 여기서 ‘귀의불((歸依佛)’은 자신을 움직이는 주체를 파악하는 것이며, ‘양족존(兩足尊)’은 부처님의 발을 높이 받들어 올려 자신을 나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것에 만족하겠다는 겸손함이 담겨 있다. 상대방의 두 발을 받들어서라도 나를 비우고 깨달음을 얻겠다는 것이다.
아상(我相)을 버리지 못하면 결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상대의 두 발을 높이 받들라는 것은 곧 나의 두 발을 상대가 받든다는 의미도 된다. 고모님은 시토울라를 무한대로 끌어안아주고, 지극히 사랑스런 마음으로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 나무 관세음보살! 상대방이 내 발을 높이 받들었을 때 과연 나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나의 두발을 상대에게 맡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시토울라의 지극히 자연스런 저 모습은 바로 귀의불양족존(歸依佛兩足尊)의 그대로다. 멀리 이국타향에서 온 조카를 받아들이는 고모님의 인자한 눈빛, 양팔을 벌려 상대방을 안아주는 따뜻한 가슴! 두 사람 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상대방을 존경하고 가슴에 품어주고 있다. 사랑과 자비가 강물처럼 넘쳐흐른다!
우리나라에서 명절이면 고향에 내려가 어르신들께 엎디어 절을 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아랫사람이 이마를 웃 어르신의 발에 대고, 어르신은 양손을 아랫사람의 머리에 대고 축복을 내려주는 저 모습이 훨씬 경건하게 보인다. 서로 신체의 접촉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통하는 모습이랄까?
나마스테! 나마스테! 나마스테! 두 사람은 낮은 음성으로 나마스테를 속삭이며 교감을 하고 있다. 사토울라의 마음속에 있는 불심과 고모님의 불심이 교차를 하고 있다. 나도 시토울라의 고모님께 네팔식으로 인사를 했다.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지만 마음만은 경건해지고 거룩해진다. 그런데 고모님은 나의 머리에 축복을 내려주시는 대신 합장을 하고 두 손을 이마에 대며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한다. 이 자세는 같은 동경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자세다.
▲ 시토울라의 고모님께 네팔식으로 인사를 했다.
‘나마스테(Namaste)' 산스크리트어로 인도와 네팔에서 인사를 할 때 합장을 하고 서로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나마’는 ‘나는 고개를 숙이다’란 뜻이고, ‘스’는 ‘~에게’, ‘테’는 ‘당신’을 뜻한다고 한다. 그대로 직역을 하면 ‘나는 당신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뜻이다. 우리말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등 모든 인사말을 담고 있다. 또한 세상에 태어남과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인도와 네팔에서는 나마스테를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속에 있는 신에게 경배를 드립니다’란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 복덕과 지혜를 두루 갖추신 부처님이시여! 내가 진정한 하심(下心)을 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나고 죽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 성불의 저 언덕에 이르게 하는 마음을 내게 하여주소서. 지금 시토울라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모님을 최고로 존경하는 자세에서 불법승(佛法僧) 삼보에 귀의하는 법을 배웁니다. 진정한 하심을 배우고 세 가지 보배인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법을 배웁니다.
나마스테!
▲시토울라 고종사촌 부부와 함께
'지구촌방랑 > '희망의 씨앗' 네팔방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최강의 용병과 고르카 네팔 맥주 (0) | 2016.07.28 |
---|---|
도마뱀이 천정과 벽에 기어다니는 집 (0) | 2016.07.27 |
컴퓨터의 자판을 만져라도 보고 싶은 아이들 (0) | 2016.07.16 |
10루피의 행복 (0) | 2016.07.13 |
히말라야에 반하다-에티항공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0) | 201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