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샤의 어머니와 아니샤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네팔 맥주를 한 잔씩 마셨다. 버드러칼리 샤르마(Sharma) 교장 선생님은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하셨다. 시토울라, 그리고 퍼삭 선생님과 함께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했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아니샤와 아니샤 어머니
고르카(Gorkha, 구르카Gurkha라고도 함)지역의 이름을 딴 맥주병에는 고르카 용병들이 차고 다니는 '쿠크리(Khukri)'라는 무시무시한 단검이 그려져 있었다. 쿠크리 단검 두 개를 교차해 놓은 네팔 용병들의 전통 단검은 날이 안쪽으로 굽어 있다. 시토울라 말에 의하면 이 단검에 걸리면 목이 댕강 잘려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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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고르카 용병들이 사용하는 '쿠크리'라는 단검이 그려진 고르카 맥주.
시토울라가 들려준 고르카 용병들의 전투력은 과히 전설적이다. 오랜 세월 고산지대에서 단련된 고르카족들의 체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특수훈련을 받은 고르카 용병들은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꼽는다. 대영제국 시절 영국이 네팔을 침공했을 때 고르카 용병은 영국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당시 영국군은 신식 무기로 무장을 했음에도 고르카족은 쿠크리라는 단검 하나로 영국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결국 영국군은 네팔과 평화 협정을 맺고, 적군인 고르카족 전사들을 용병으로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고르카 용병들은 영국이 개입된 갖가지 전쟁에서 용맹을 떨쳤다. 1·2차 세계대전과 포클랜드 전쟁, 걸프 전쟁 등에서도 고르카 용병들은 놀라운 백병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르카 용병들이 사용하는 '쿠크
영국은 지금도 한 해 약 200명의 고르카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고르카 용병들의 급여나 연금은 원칙적으로 영국군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일병의 연봉은 연간 1만 8000파운드(2015년 기준, 우리 돈 약 3000만 원) 수준으로 네팔의 연간 국민소득이 7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용병들의 수입은 대단하다. 최빈국 네팔에서는 엄청난 수입이다.
대신 고르카 용병에 선발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지원경쟁율이 50대 1을 상회하고, 혹독한 평가를 치러야 한다. 25kg의 돌무더기를 짊어지고 히말라야 산악지대 5km를 1시간 이내에 주파해야 하는 등, 용병들의 체력을 혹독하게 평가한다. 체력 테스트뿐만 아니라 영어, 수학, 면접 등 다양한 전형에 통과해야 한다.
▲세계 최강의 용병인 네팔의 고르카 용병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팔의 젊은이들은 높은 급여와 노후생활이 보장되는 연금을 받는 고르카 용병에 선발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팔의 엘리트 대학생들이 고르카 용병에 합격하기 위해 몇 년씩 시험 준비를 하는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정도다. 네팔에는 고르카 용병을 양성하는 전문학원만도 20여 개가 성업 중에 있다고 한다.
고르카 맥주는 그 용감한 용병들의 명성답게 다소 쓰고 강한 맛이 났다. 무더위에 먼지를 뒤집어쓰며 먼 길을 온 우리에게 한 잔의 시원한 고르카 맥주는 피로감을 싹 잊게 해주었다. 양고기와 당근, 오이가 안주로 올라왔다. 이어서 야채를 곁들인 쌀밥이 올라왔다. 모두가 오른손으로 밥과 반찬을 집어 먹었다. 나도 그들의 방식대로 오른손으로 식사를 했다.
▲ 술 안주로 양고기와 오이가 올라왔다.
▲ 고르카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손으로 밥을 먹었다.
네팔 사람들은 오른손을 사용하여 밥을 먹는다. 음식을 먹을 때나 물건을 주고받을 때에도 반드시 오른손을 사용해야 한다. 네팔에서 오른손은 깨끗한 손이고, 왼손은 더러운 손이다. 이는 화장실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네팔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큰 용무를 마치고 화장지 대신 물을 사용하여 왼손으로 항문을 닦는다. 그래서 왼손은 더러운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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