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카 용병들만큼이나 끈질긴 모기들
▲ 열대 정글지대인 이곳은 모기들이 극성을 부려 모기장을 치고 자야 한다.
▲ 모기들에게 뜯긴 손. 밤새 모기들과 씨름을 하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이불을 덮지 못한 손등과 발등을 모기들이 수없이 뜯어 먹었다.
선생님들이 돌아가자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시토울라와 나는 내일 행사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각자의 침대로 들어갔다. 내일은 3개 학교를 돌아다니며 칠판과 컴퓨터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모기장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방은 덥다. 모기장 밖에서는 모기들이 밤새 왱왱거리며 아우성을 쳤다.
할! 이렇게 빼빼 마른 내 살 어디를 뜯어먹으려고 그럴까? 허지만 사람이 드문 지역에 사는 모기들은 필시 피에 굶주려 있을 것이다. 기어코 여러 마리의 모기들이 모기장을 뚫고 들어와 내 얼굴과 팔 다리를 뜯어 먹었다. 모기장 어딘가가 열려 있거나 찢어진 모양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모서리마다 모기장을 점검을 하고 이불로 얼굴을 뒤집어쓴 채 잠을 청했다.
배고픈 모기들은 고르카 용병만큼이나 끈질기다. 밤새 모기와 씨름을 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손등과 발등이 무척 가려웠다. 맙소사! 모기들이 뜯어먹은 자국이 손등과 발등 여기저기에 벌겋게 나 있었다. 이불로 얼굴을 가렸지만 발과 손은 내민 채 잠을 잤기 때문이다.
"아이고, 너무 많이 뜯겼네요. 나는 전혀 물린 데가 없는데…"
"허허, 아마 내 살이 더 맛있나보오. 모기에게 보시를 한 셈 쳐야지요."
모기에 물린 자국을 보더니 시토울라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신기하게도 시토울라는 전혀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없었다. 그에 비해 나는 하도 많이 뜯겨서 혹시 말라리아나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모기에 물린 약을 손등과 발등에 발랐지만 여전히 가렵다.
모기에 물린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밤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화장실은 1층 뒷마당에 있다. 화장실을 가려면 2층에서 그 가파른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와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더구나 문을 세 개나 열고 가야 하는데, 문마다 문고리를 꼭꼭 잠가놓고 있다. 인도 국경이 가까워 좀도둑들이 많아서 그렇단다.
어두운 밤에 문고리를 따고 가는 일이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방문, 거실문, 계단통로로 연결되는 문을 따고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뒷마당으로 가는 좁은 통로를 지나야 화장실에 도달할 수 있다. 화장실은 작은 별채로 지어져 있다.
재래식 화장실은 물론 양변기가 아니다. 앉아서 일을 보고 양동이에 담겨 있는 물을 퍼 뒷물로 씻어내야 한다. 물론 휴지도 없다. 화장실 옆에는 우물이 있고, 펌프질을 하여 물을 뽑아 올려야 한다. 먹는 우물이 화장실 바로 옆에 있어 우리네 같으면 비위생적이라고 질겁을 하겠지만 내성이 되어있는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 별채로 지어져 있는 화장실. 일을 본 뒤 휴비 대신 물로 씻어내어 뒷물을 한다.
퍼삭 선생님이 양동이에 물을 담아 화장실로 가져다 주었다.
여러가지로 불편하지만 이렇게 손님을 귀하게 대하는 선생님의 훈훈한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불편한 것도 습관을 들이고 받아들이면 곧 익숙해진다. 행복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온다. 아아, 마음의 샘물을 퍼 날리는 저 퍼삭 선생님의 마음이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내 가슴으로 전달되어 온다.
▲퍼삭 선생님이 양동이에 물을 담아 화장실 뒷물용으로 날라주고 있다.
모기들에게 몸보시를?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모기들이 더 극성을 부린다. 화장실 뒤쪽은 바로 논으로 연결되어 있다. 논은 모기들의 서식지다. 맥주를 마신 탓에 밤새 여러 차례 2층에서 내려와 화장실을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모기들이 떼거리로 달려들어 내 마른 몸을 뜯어 먹었다. 하지만 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나고 공기는 숨쉬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인생사는 모든 것을 다 충족할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평생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단 며칠 머무는 것을 가지고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개굴~ 개굴~ 왱~왱~ 한밤중 개구리 울음소리와 모기들의 저공비행 소리를 자연이 들려주는 이중주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 집 위에는 넓은 논이 연결되어 있는데, 모기들의 서식지다.
'지구촌방랑 > '희망의 씨앗' 네팔방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 차 찌아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다-잔타초등학교 (0) | 2016.07.30 |
---|---|
행복한 펌프질과 등물 (0) | 2016.07.29 |
가장 순수하고 기뻤던 최초의 장학생 열 두명 (0) | 2016.07.28 |
세계최강의 용병과 고르카 네팔 맥주 (0) | 2016.07.28 |
도마뱀이 천정과 벽에 기어다니는 집 (0) | 2016.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