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희망의 씨앗' 네팔방문기

행복한 펌프질과 등물

찰라777 2016. 7. 29. 06:44

모기에 물린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밤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웠다. 화장실은 1층 뒷마당에 있다. 화장실을 가려면 2층에서 그 가파른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와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더구나 문을 세 개나 열고 가야 하는데, 문마다 문고리를 꼭꼭 잠가놓고 있다. 인도 국경이 가까워 좀도둑들이 많아서 그렇단다.


 

어두운 밤에 문고리를 따고 가는 일이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방문, 거실문, 계단통로로 연결되는 문을 따고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뒷마당으로 가는 좁은 통로를 지나야 화장실에 도달할 수 있다. 화장실은 작은 별채로 지어져 있다.

 

재래식 화장실은 물론 양변기가 아니다. 앉아서 일을 보고 양동이에 담겨 있는 물을 퍼 뒷물로 씻어내야 한다. 물론 휴지도 없다. 화장실 옆에는 우물이 있고, 펌프질을 하여 물을 뽑아 올려야 한다. 먹는 우물이 화장실 바로 옆에 있어 우리네 같으면 비위생적이라고 질겁을 하겠지만 내성이 되어있는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시토울라가 펌프로 물을 뽑아 올리고 있다.   

 

시토울라와 나는 펌프질을 해서 물을 뽑아 올려 세수를 했다. 펌프에서 녹슨 물이 쿨렁쿨렁 올라왔다. 녹 냄새가 난다. 그래도 이 물로 씻고, 마시며 생활을 한다. 퍼삭 선생님이 펌프질을 하여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화장실 뒷물로 부어 놓았다. 손님을 모시는 마음이 극진하다. 퍼삭 선생님은 늘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펌프를 물을 퍼올려 화장실 뒤물로 옮겨주는 퍼삭 선생님

 

퍼삭 선생님의 집에 머무는 동안 시토울라와 나는 이 우물물로 목욕 대신 등물을 했다.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들으며 등물을 하는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먼 과거로 회귀한 원시인 같았다. 등물을 하는 동안 마음이 무척 여유로워졌다. 어떤 고급사우나보다 마음이 행복해 지는 왜일까? 그것은 사람을 아늑하게 안아주는 자연과 퍼삭 선생님의 가족의 푸근한 인심이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자연의 품만 못하다.

 

후후, 너무 시원해요!”

하하, 배속까지 시원하네! 우리도 1950년대에는 이렇게 우물에서 등물을 했어요.”

 

별채로 지어져 있는 화장실. 일을 본 뒤 휴지 대신 물로 씻어내어 뒷물을 한다

 

네팔 아이들에게 봉사를 나온 덕으로 우리는 찰나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등물을 따라 내려 오며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었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처럼 총총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까르르 웃으며 우리를 행복한 소리를 울려주고 있었다.


"ㅋㅋㅋ 행복은 이렇게 찰나의 휴식에 있는 거야."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모기들이 더 극성을 부린다. 화장실 뒤쪽은 바로 논으로 연결되어 있다. 논은 모기들의 서식지다. 맥주를 마신 탓에 밤새 여러 차례 2층에서 내려와 화장실을 드나들었는데, 그때마다 모기들이 떼거리로 달려들어 내 마른 몸을 뜯어 먹었다. 하지만 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나고 공기는 숨쉬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인생사는 모든 것을 다 충족할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평생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단 며칠 머무는 것을 가지고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개굴~ 개굴~ ~~ 한밤중 개구리 울음소리와 모기들의 저공비행 소리를 자연이 들려주는 이중주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