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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갔다 돌아온 모종, 어떤 일 있었을까

찰라777 2016. 9. 10. 07:51

집 나갔다 돌아온 모종, 어떤 일 있었을까

16.09.08 11:26l최종 업데이트 16.09.08 16:37l

 

 

 누군가 가져가 잃어버렸다가 9월 6일 5일만에 되찾은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모종들. 마치 모종들이 토끼 용궁에 들어갔다온 느낌이 든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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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아가려는 왕초보 농사꾼의 친환경 농사

금년에는 유난히도 더웠다. 무더위 때문에 가을 채소를 심는데도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따랐다. 나는 집에서 먹는 채소를 거의 내 손으로 파종을 하거나 육묘를 해서 텃밭에 심어 친환경으로 기른다.

연천에 귀촌을 한 후 친환경 야채를 키워 먹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왕초보 농사꾼인 나는 그동안 연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사짓는 교육도 받고, 연천군 미산면에 위치한 해땅물자연농원에서 자연농사 짓는 방법을 1년간 실습을 하며 배우기도 했다.

해땅물자연농원장 홍려석씨는 햇빛과 땅과 물, 그리고  호미와 낫을 들고 3000여 평의 밭에서 70여종의 작물을 손수 기른다. 밭도 갈지 않고, 퇴비나 화학비료도 일체 쓰지 않으며, 농약이나 제초제도 일체 치지 않는다. 풀을 뽑지도 않고 작물이 자라도록만 적당히 베어서 그 자리에 놓아둔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농사의 '농'자도 모른 상태에서 어느 날 <신비한 밭에 서서>(가와구치 요시카즈 저)란 책을 읽고 나서 풀과 벌레가 공존하는 자연농사에 매료되어 삽 한자루를 들고 자연농사 짓기에 뛰어 들었다.

가와구치가 <신비한 밭에 서서>에서 제시한 농사는 농사방법서라고 하기보다는 하나의 자연철학서이다. 그가 주장한 자연농법의 핵심은 '자연에 맡긴다'에 있다. 자연에 맡기는 것이 궁국적으로는 인간이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궁리한 방법보다 더 훌륭하고 완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농사는 그 자체가 방법인 동시에 철학일 수밖에 없다.

이를 굳게 믿고 자연농사에 뛰어든 홍려석씨는 처음 5년간은 아무것도 수확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나자 땅이 점점 자연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하여, 10년이 지나자 기름진 땅으로 변하여 작물들이 점점 잘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연과 함께 원시적인 방법으로 자연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 원시적인 삶을 사는 그가  KBS1 TV '사람과 사람들'(8월 24일 방영)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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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을 한 후 집에서 먹는 채소를 대부분 내 손으로 파종을 하고 육묘를 해서 친환경으로 길러 먹는다. 위 사진은 금년 봄에 손수 파종을 해서 기른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비트.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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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나도 해땅물자연농원에서 배운대로 자연농사를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땅이 산처럼 되어 제대로 수확을 하려면 10여년을 기다려야 한다. 헉! 그러면 내 나이가 팔십이 다 되어버리니 맛을 보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니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깻묵과 잡초로 손수 퇴비를 만들어 거름을 주고, 가축분퇴비와 유박퇴비도 구입을 해서 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는 일체 치지 않는다. 농약대신 한랭사(寒冷紗, 매우 짧게 짜진 면직물)를 씌우거나 멀칭(농작물 재배 시 토양 표면을 덮는 일)을 하기도 하고, 나무젓가락으로 벌레를 잡아내기도 한다.

허지만 작은 규모의 텃밭농사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 농사를 많이 짓는 농부들에게는 너무 힘이 들어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금년에는 더위도 더위지만 아내와 큰 아이가 지난 6월부터 번갈아서 병원을 다니는 바람에 파종과 육묘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임플란트 공사가 크게 벌어져 일주일이 멀다 하고 서울로 병원을 다녀야 하고, 큰 아이는 수술을 하느라 여러 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집안 가장으로서 집사역할을 하고 있는 나는 두 환자를 자동차에 태우고 번갈아 병원을 다녀야 하고, 물심양면으로 간호를 해야 하는 처지라서 더운 여름을 매우 바쁘게 지내야 했다.

채소를 육묘 판에 파종을 해서 기르려면 조석으로 물을 주는 등 온갖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징검다리 식으로 병원을 드나들게 되니 육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작년에는 육묘 판을 들고 연천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며 키워보기도 했는데, 금년에는 시간상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내가 특별히 심는 가을채소는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케일 등이다. 이 채소들은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이기도 하지만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채소이기도 하다.  물론 당근, 상추, 시금치, 김장배추, 김장 무, 갓 등도 심는다.

당근이나 상추, 시금치, 갓, 무 등은 씨를 직파를 해서 길러도 잘 자란다. 그러나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케일, 김장배추 등은 육묘를 해서 옮겨 심어야 더 잘 자란다. 봄에 심었던 양배추와 브로콜리, 비트는 대박이 날 정도로 잘 자라서 지금까지 식탁에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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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속에서도 싹이 잘 트인 무와 당근. 처음에는 햇볕이 따가워 발아가 되지않았으나 부직포로 그늘막을 해주자 싹이 잘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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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좋은 씨앗을 잘 고르고, 육모 판에 쓸 상토도 좋은 것으로 구해야 한다. 그리고 씨앗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심어야 하고, 자식을 돌보듯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가며 수시로 들보며 물을 주거나 햇빛을 가려주기도 해야 한다. 말하자면 단 하루도 육묘 장을 떠나서는 제대로 된 모종을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하루 걸러 병원을 오가는 신세가 되다 보니 육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가을 채소농사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김장배추 모종은 가까운 종묘상에 거의 다 팔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 허지만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케일 등은 가을에는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애지중지 키우던 모종이 감쪽 같이 사라지다니...

8월 2일, 텃밭에 구덩이를 파고 깻묵퇴비와 유기농 유박골드를 잘 섞어서 가을채소를 심을 준비를 했다. 미리미리 퇴비를  흙과 잘 섞어서 심을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 발효가 잘 되고 가스가 빠져 나가 채소가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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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일, 텃밭을 일구어 퇴비를 넣고 흙과 잘 섞어서 가을채소를 심을 준비를 미리미리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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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종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탐문해 보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듯이 좋은 모종을 골라 심어야 채소가 튼튼하게 큰다. 양배추는 1차로 전곡 종묘상에서 구입하여 지난 8월 중순경에 아주심기를 했으나, 날씨가 워낙 더워 5일만에 타죽고 말았다.

무씨와 당근씨도 파종을 했는데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여서인지 발아가 되지 않아, 부직포로 그늘 막을 만들어 씌우고 다시 파종을 했더니 비로소 싹이 났다. 씨앗은 너무 더워도 추워도 잘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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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 심은 양배추가 날씨가 너무 뜨거워 5일만에 타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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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모종을 다시 구하려고 했으나 전곡 종묘상에는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주문을 하려고 하니 8월 말경에나 배달이 된다고 했다. 8월말이면 너무 늦다. 늦어도 양배추는 8월 20일 전후에는 심어야 한다.

작년 농사일지를 보니 7월 15일에 양배추를 정식(옮겨심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양배추는 섭씨 25도 이하의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란다. 금년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주심는 시기를 좀 늦추어도 되겠지만, 그래도 8월 말은 작년에 비하면 너무 늦을 것 같았다.

다시 여러 곳을 검색해 보니, 구리 시에 위치한 어느 종묘사에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모종이 있다고 했다. 8월 19일  구리 시까지 가서 세 가지 모종을 구해왔다. 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잘 돌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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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9일 어렵사리 구입한 모종들. 위로부터 양배추, 비트, 상추, 김장배추, 브로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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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로 아주심기를 하려고 했지만 날씨가 여전히 너무 뜨거워서 남양주 아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정원 나무그늘 아래 두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정성껏 돌보았다. 일기예보는 9월 말까지도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또 텃밭에 아주 심어놓으면 모종 곁을 떠나지 않고 물을 주는 등 매일 잘 돌보아 주어야 하는데, 아내와 큰 아이가 8월 말일까지는 계속해서 병원에 다니게 되어 심을 수도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시들시들했던 모종들이 제법 통통해지고 건강해졌다. 그리고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리던 무더위가 8월 26일 경에 갑자기 꺾였다. 그날 연천으로 가서 아주심기를 하려고 했는데 아내의 병원 외래가 잡혀있어서 9월 2일 날 심기로 했다. 9월 1일, 하루 전까지 양배추와 브로콜리, 비트 모종은 씩씩하게 잘 자라나고 있었지만, 파종을 해둔 케일은 아직 싹이 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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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주간 정성껏 물을 주고 돌보아 싱싱하고 건강해진 양배추 모종(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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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모종(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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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내일은 금가락지 텃밭에 터를 잡아주마. 하루만 기다려다오."
"빨리 좀 넓은 곳으로 보내줘요. 여긴 너무 좁고 갑갑해서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오케이, 오늘밤만 참아줘."

나는 텃밭에서 채소를 돌보며 식물들과 가끔 대화를 나누곤 한다. 식물들 하나하나에게도 자연의 정령(Nature Spirit)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도는 <핀드혼농장 이야기>(The Findhorn Garden Story)란 책을 읽고 나서부터다. 영국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인근 핀도혼에 위치한 핀드혼 공동체는 자연을 지배하는 데바(Deva)신과 식물들에게 깃들어 있는 자연령의 정령들과 접촉을 하며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그들은 일련의 텔레파시를 통해 작물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면서, 식물들과 늘 대화를 나누며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렇게 하면 식물들이 알아듣고 좀 더 많은 수확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한 믿음을 아직 확실히 갖고 있지는 않지만 작물들과 대화를 하면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작물들을 돌보게 되며, 우리에게 먹을 것을 안겨주는 식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

이번에 어렵사리 구한 시들한 모종들도 지난 15일간 돌보며 늘 대화를 하였더니 점점 싱싱하고 건강하게 자라나 주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모종들을 갑갑한 육묘판에서 더 넓고 기름진 연천 텃밭에 옮겨 심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다 설렐 지경이었다. 나는 모종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귀여운 녀석들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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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잘 자라나고 있는 브로콜리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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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날 아침 일찍 연천 텃밭에 옮겨 심기 위해 모종들이 있는 정원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있어야 할 모종들이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싱싱하게 자라자던 양배추와 브로콜리, 비트는 온데간데없고, 아직 싹이 돋아나지 않은 케일의 육묘 판만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애지중지 키우던 모종들을 누군가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아파트 계단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와 정원 청소를 하는 아저씨는 내가 아침저녁으로 모종을 돌보는 것을 보아서 잘 알고 있었다. 그분들을 찾아 물어 보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턱이 없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에 사는 누군가가 그 모종을 가져간 것임에 틀림없다. 싹이 돋아나지 않은 케일 모판을 그대로 두고 모종만 없어진 것을 보면, 모종이 필요한 어떤 사람이 가져가 버린 것이다. 남이 보기엔 너무 오랫동안 아파트 정원에 방치해 놓은 것처럼 보여 아마 쓸모가 없는 모종으로 오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요. 아무래도 불안불안 하더라 했더니만...."
"밖에 놓아둔 아빠가 잘못이에요. 이제 그만 잊어버리세요."

그렇다. 지켜주지 못한 내가 잘못이다. 허지만 그대로 포기를 할 수 없었다. 아주 어렵사리 구한 모종인데다, 지난 두 주일 동안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모종들이 아닌가. 나는 마치 내 자식을 키우듯 정성을 들였다. 나는 집나간 아이를 찾듯 내 마음은 애틋하고 애간장이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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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정원에서 싱싱하고 있는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모종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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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어디로 갔니?"

나는 애석함을 참지 못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방송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202동 정원에 키운 모종을 가져가신 분은 제발 그 자리에 다시 좀 되돌려 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9월 3일날 아침 혹시나 하고 모종을 놓아두었던 정원으로 가보았지만, 역시나 모종들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그 모종들이 눈에 선하게 나타나고 꼭 제발로 다시 걸어올것만 같았다. 밤에 꿈에도 모종들이 나타났다. 으음... 애들이 정말 다시 와주었으면 좋으련만...

모종이 없으면 금년 가을 채소농사는 꽝이다! 농사란 1년에 한 번 짓는 것인데 시기를 놓치면 1년 농사를 완전히 망치게 된다. 허지만 나는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다면 제발 좀 잘 키워달라고....

"내 사랑하는 모종들아, 미안하고나. 지켜주지 못해서. 누군가와 함께 있더라도 부디 잘 자라다오."

토끼용궁에 들어갔다 다시 나타난 모종들

9월 5일, 모종이 사라진지 4일이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모종들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인터넷을 통해 여러 곳의 모종상들을 뒤졌지만,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는 모두 <품절>이란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날 나는 아내의 치과 때문에 하루종일 모 대학병원 치과에 대기하고 있었다. 심장을 이식환자의 발치와 임플란트 공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또 매우 까다롭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치과 진찰실 앞에서 아내의 치료가 끝나기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 3시경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모종을 찾기 위해 방송을 의뢰하셨지요?"
"네, 그런데요?"
"모종을 가져가신 분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모종을 되돌려 주시겠다고 하시면서요?"
"뭐...뭐요? 그게 저.. 정말이요?"
"네, 여기 그분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릴테니 연락을 한 번 해보시지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바로 전화를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즉시 관리사무실에서 알려준 전화번호를 돌렸다.

"저어... 202동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모종 때문에 전화를 했는데요..."
"아, 그러세요.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며칠동안 모종이 정원에 버려져 있길래 버린 모종인줄 알고 그만 제가 가져가서 정원에 심어 놓았습니다. 모종들이 너무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내일 아침에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이거 감사합니다. 2주일 동안 그곳에 놓아두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내 불찰이 더 크지요. 제가 오늘 저녁에 가지러 가면 안될까요? 모종을 구할 수 있다면야 다시 구하면 좋은 데 구할 수가 없어서요."

"미안합니다. 제가 지금 밖에 외출중이라서요. 내일 아침에 갖다드리지요."
"네, 그러셔도 됩니다. 가급적이면 내일 아침 9시 이전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바로 연천 텃밭으로 가서 심어놓으려고요."
"그렇게 하지요."

9월 6일 아침. 그 사람으로부터 7시 반에 전화가 왔다. 현관에 내려갔더니 정원에 심어 놓은 모종을 흙이 붙은 채로 잘 파서 그릇에 담아들고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는 바로 우리 아파트 앞동에 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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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되찾은 모종을 싣고 연천 텃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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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으로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제가 더 미안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종으로 인해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잘 돌보기는 했지만 모종이 좀 몸살을 하게 되었군요."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바로 갔다 심고 물을 충분히 주면 잘 자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돌보아 주어서 고맙습이다!"

그렇게 해서... 모종들을 인수 받아 즉시 연천 텃밭으로 달려가 모종을 정성스럽게 심었다. 처음에는 햇볕에서 몸살을 하더니 물을 충분히 주고나자 점점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모종을 심고, 물을 넉넉히 주고, 그 위에 한랭사로 멀칭을 해서 나비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비를 하여 벌레막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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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 텃밭으로 다시 되돌아 온 모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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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되찾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비트를 연천 텃밭에 정성스럽게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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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찾은 모종을 정성스럽게 심고, 물을 충분히 주고, 한랭사로 멀칭을 해서 벌레막이를 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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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다니...정말 토끼 용궁에 들어갔다온 모종들을 바라보자니 감개가 무량했다. 잘 키워서 수확을 하면 가장 튼실한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를 한 개씩 골라 모종을 되돌려준 그분에게 드려야 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나는 신비한 밭에 서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귀한 모종들을 더욱 더 잘 보살피며 키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아, 고맙다! 다시 되돌아 와 주어서. 잘 돌보아 줄 테니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말아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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