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미소를 띤 독재자-헤이다르 알리예프
알리예프 공항은 대낮처럼 훤히 불을 밝히고 있었다. 전면이 유리로 된 공항대합실은 라스베이거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흐음~ 카스피 해에서 오일을 퍼 올리더니 부자나라가 되었나?
헤이다르 알리예프 공항은 독재자 고(故) 알리예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아무리 정치를 잘한 정치인이라도 독재자는 싫다. 세상의 모든 독재자들이 싫다. 세상의 모든 독재자는 당근과 채찍을 들고 민중의 숨통을 조인다. 이곳 아제르바이잔의 독재자 알리예프도 그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악어의 미소를 띤 능수능란한 조정자’로 불린다.
▲아제르바이잔의 독재자 고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
바쿠에서 출생한 알리예프는 1945년부터 아제르바이잔 내무국가보위성에 근무하다가, 국가보위원회 부의장과 의장을 역임하고, 1969년 아제르바이잔 공산당 중앙위 제1서기가 되었다. 그 후 소련공산당 최고회의 간부의원 후보를 거쳐 정치국원 제1부총리를 역임하고 아제르바이잔이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한 후 권력의 힘을 타고 1993년 대통령에 선출되어 죽을 때까지 10년 동안 강권 통치를 했다.
병으로 앓아누운 뒤 그는 2003년 그의 장남인 일함 알리예프에게 대통령 직을 세습시켰다. 1945년부터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알리예프 부자는 거의 60여 년 동안 권력을 쥐고 독재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의 아들은 현재 20세인데 아제르바이잔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35세로 낮추어 3대 세습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마치 북한의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김정일이 그의 아들 김정은에게 3대 세습을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독재자도 문제이지만 그 독재자에게 부역을 하여 권력을 부여 쥐고 잘 살고 잘 먹겠다는 독재자의 끄나풀들이 더 문제다.
어쨌든 공항에서부터 바쿠 시내에 진입을 할 때까지 요소요소에 설치되어 있는 죽은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거대한 사진들이 악어의 눈으로 쏘아보는 아제르바이잔이 어쩐지 정이 가지 않는다. 그의 눈은 독사의 눈처럼 작고 독하게 생겼다.
아들 알리예프는 아버지의 권력을 뒤 업고 철권정치를 하면서 바쿠를 제2의 두바이로 탈바꿈 시키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가 2003년 12월 세상을 떠나기까지 30년 넘게 권좌를 지킨 것도 모자라 그의 아들 알리예프가 권력을 세습하여 10년 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시민들은 몇 차례 반정부 투쟁을 벌였으나 반정부 언론인을 비롯하여 야당인사와 자유를 외치는 반정부 투쟁 시민들을 대대적으로 구속하며 탄압하는 등 독재정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카스피해의 오일머니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알리예프 공항이 대낮처럼 밝다.
아무튼… 최근에 새로 오픈한 공항 터미널에 들어서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고 만다. 이슬람 양식의 건물 건체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카스피 해 연안에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황홀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
아제르바이잔은 코카서스 3국 중 유일하게 카스피 해에서 뽑아 올린 석유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인 아제르바이잔 인들은 “우리의 알라신이 우리에게 석유를 선물했다.”고 말한다.
1870년 카스피 해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부터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기 시작한 아제르바이잔은 1901년에는 세계 석유생산량의 5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중동지역 석유가 본격적으로 개발을 하기 전이지만. 아제르바이잔의 석유매장량은 70억 배럴(2005년)로 세계 20위권이며 1일 생산량은 4십만77천 배럴에 달한다. 주로 카스피 해에서 생산한 석유와 천연가스는 흑해 연안 조지아 바투미나 러시아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송된다.
카스피 해에 인접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는 페르시아어로 ‘바트쿠베’ 즉 ‘산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바쿠는 ‘바람의 도시’라고 불린다. 인구 190만 명을 지닌 바쿠는 코카서스 3국 중에서도 가장 큰 도시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이슬람교를 신봉하는데, 종파는 시아파에 속한다. 인근 조지아나 아르메니아가 기독교 국가인데 반해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은 인접한 아르메니아와의 사이가 매우 험악하다. 아르메니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가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우리나라 남한과 북한의 사이보다 더 좋지가 않다고 한다.
독재자의 나라가 싫지만 땅을 밟은 이상 바쿠 시내 구경은 해야 한다. 이른 새벽 공항에서 구시가지로 오는데 오일달러로 벌어들인 돈으로 곳곳에 현대식 고층빌딩이 들어서 있거나 공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바쿠를 둘러보기 전에 블라디미르 박과 현지 가이드 아흐멧의 안내를 받으며 진흙화산과 고부스탄 암각화 지대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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