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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순례7-아제르바이잔③]얄리얄리 춤을 추는 고부스탄 암각화

찰라777 2017. 12. 21. 06:01

얄리얄리 춤을 추는 고부스탄 암각화

 

▲얄리얄리 춤을 추는 고부스탄 암각화

 

9월인데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불덩이처럼 뜨겁다. 진흙화산에서 내려와 바위에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는 고부스탄 암각화 문화경관지구에 도착을 했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주변에는 나무 한그루 없는 바위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고부스탄 암각화지구는 바쿠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고부스탄(Gobustan)이란 지명은 돌을 뜻하는 '고부(gobi)'와 땅을 뜻하는 '스탄(stan)'이 합성된 '바위지역'에서 유래된 말이다. 암각화 지구는 마치 바위산에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 흩어진 돌무덤처럼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있다. 또 주변에는 테이블 마운틴처럼 생긴 바위산들도 보인다.

   

 

 

이 지역은 인류의 조상들이 40,000년에 이르는 바위예술의 증거가 되는 뛰어난 암각화가 6,000개 이상 보존되어 있다. 또한 이곳에는 인간이 살았던 동굴, 정착지와 묘지유적도 있다. 이 유적들은 빙하시대 말기 장마 기간부터 후기 구석기, 중세까지 이어지는 동안 거주자들이 살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은 이 지역이 카스피 해에서 약 5km 정도 떨어져 나무 한그루 없는 바위산이지만 예전에는 물이 들어차 있었고, 나무들이 들어선 숲이 있었다고 한다.

 

 

▲선사시대에는 바다였다는 흔적

 

유네스코는 고부스탄에 있는 암각화가 선사 시대의 사냥, 동식물, 인간들의 생활방식, 선사 및 중세 시대의 문화적 연속성을 반영하고 있어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인정하여 지난 2007년 이 지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부스탄 암각화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무더기에 도착하니 열기가 더욱 뜨겁다. 바위에서 반사되는 열기 때문이다. 암각화 지구에는 방문객이 쉽게 돌아볼 수 있도록 경계를 하여 탐방로를 조성해 놓고 있다. 더위 때문에 걷기가 힘겨워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글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선사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암각화유적으로 점점 빠져 들어갔다 

 

 

암각화 초입에는 돌멩이로 두들기면 청아한 소리가 울려나오는 이상한 바위가 있었는데, 선사 인들은 이 바위를 두들겨 소리를 내며 암호처럼 위급한 사항을 알렸다고 한다. 또 구멍이 제법 크게 뚫린 삼각형 모양의 바위도 있는데, 이 구멍 속을 통과하면 임신이 되고, 바위둘레를 세 바퀴 돌면 행운이 돌아온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구멍을 통과하면 임신이 된다는 바위와 두둘기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바위

 

탐방로에는 암각화 보존을 위해 각 암각화마다 번호를 부여하여 놓고 있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황소를 그린 동굴, 사냥꾼을 그린 동굴, 임신부를 그린 동굴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동굴이라고 하지만 거대한 바위가 서로 엇갈려 하늘을 가리거나 움푹 팬 공간들이다.

 

▲관리를 위해 번호를 매겨놓고 있다.

  

▲사람이 살았다는 동굴

   

암각화들은 주로 선사 인들이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며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로, 수렵채취장면, 전쟁장면, 황소, 사슴, 낙타, 멧돼지 등 동물들의 다양한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바이킹의 배처럼 생긴 보트를 타고 노를 젓는 장면을 그려놓은 그림도 있다.

 

▲동물, 배, 사냥꾼 등 다양한 암각화를 그려놓은 모습

   

여러 가지 암각화 중에서 10여명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그림이 유독 눈에 꽂혔다. 이 암각화는 사냥꾼들이 사냥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춤이라고 한다. 이 얄리얄리 춤은 우리나라 고려시대 청산별곡 가사에 나오는 "얄리 얄리 얄랴셩 얄라리 얄라"와 흡사한 면이 있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얄리얄리 춤을 추는 암각화는 우리나라 청산별곡에 나오는 "얄리얄리 얄랴셩 얄랄리 얄라와 어던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암각화는 고대 우리 선조들과도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민족은 투르크계 민족으로 투르크계 민족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 지역으로 이동해온 점을 감안하면 우랄알타이어 계통인 우리 민족과 전혀 무관한 일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암각화의 코스를 따라 내려오는데 평평한 바위 바닥에 절구통처럼 뚫려 있는 둥근 구멍을 발견하였다. 직경 20~30cm, 깊이 약 50cm에 달하는 이 구멍들은 식수를 받아두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식수통으로 사용했다는 구멍들 

 

 

 

 

 

 

 

 

 

 

 

 

 

 

 

 

 

 

카스피 해는 바다인가? 호수인가?

 

날씨가 너무 뜨거워 질식을 할 것만 같았다. 안내인의 말로는 금년 9월이 이상기온 탓인지 예년보다 유별나게 더 덥다고 한다. 더위에 지친 우리는 카스피 해로 이동하여 카스피 해에서 잡아 올린 철갑상어라는 생선으로 점심을 먹었다.

 

▲카스피해에서 잡아올린 철갑상어 

 

카스피 해에는 거대한 유전 탑들이 들어서 있고, 주변에는 수많은 유전펌프들이 방아를 찧듯 오일을 품어 올리고 있었다. 이 오일들은 아제르바이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겠지만 이로 인해 카스피 해는 점점 오염되어가고 있다.

 

 

▲카스피해 유전탑 

 

카스피 해는 바다일까? 호수일까? 카스피 해는 아시아 북서부와 유럽 사이에 위치, 면적이 무려 371,000로 그 안에 한반도(220,000)가 모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다. 카스피 해는 그 크기나 염분으로 보면 바다로 볼 수도 있지만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호수로 볼 수도 있다. 5,000~6,000만 년 전에 카스피 해는 대서양과 태평양에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염분이 해수의 반 정도인 평균 14%를 함유하고 있어 바다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런데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있는 카스피 해는 바다로 보느냐, 호수로 보느냐에 따라 석유와 가스 등 자원의 소유권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카스피 해가 호수라면 연안국들이 협의를 통해 호수에 대한 권리를 배분하게 되며, 바다라면 연안국들이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 바다를 영해로 확보한 후, 나머지 바다는 협의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분할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카스피 해 분할을 둘러싸고 연안국들의 복잡한 이해가 엇갈려 있는 카스피 해는 바다냐 호수냐에 대한 결론을 완전히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스피 해가 바다이건 호수이건 잔잔한 물속에서는 아랍지역에서 온 여행자들이 수영을 하며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수영은 할 수 없을지라도 카스피 해에 발을 담그고 싶어졌다.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물속에 발을 담그니 시원하기는커녕 미지근했다. 나는 고대 선사 인들이 얄리얄리 춤을 추듯 양팔을 벌리고 기지개를 한껏 켰다.

 

 

 

▲카스피해에 발을 담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