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에어비앤비를 연 테드 씨의 행복
밤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세찬 비가 쏟아졌다.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몇 번이나 잠을 깨곤 했다. 잠결 속에 “삐리릭 삐리릭”새가 우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정말 이렇게 쏟아지다간 집이 떠나려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기도 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모양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힐로 에어비앤비 미스터 테드씨의 집
다음날 아침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내도 벙커 침대에 잠들고 있는 아이들도 밤새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와 새소리에 잠을 설쳤다고 했다. 잠을 설치다가 우리는 모두 늦잠을 잤다. 9시에 일어나 야채수프에 한국에서 가지고 간 햇반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먹었다.
오늘은 화산국립공원을 가기로 했는데 비가 이렇게 쏟아져 내리니 제대로 관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내와 경이는 화산국립공원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나는 거실의 식탁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마침 미스터 테드가 나왔다.
“굿모닝, 미스터 테드.”
“알로하, 미스터 쵸이.”
“테드 씨, 요즈음 장마철인가요? 이렇게 비가 세차게 내리니 말이요.”
“하하, 힐로의 날씨는 예측을 할 수 없어요. 이러다가 갑자기 개이기도 하는데 이번 비는 좀 많이 내리는군요.”
“그런데 밤새 새가 울던데 집에서 새를 기르나요?”
“하하, 그게 새가 아니고 푸에르토리코 산 개구리랍니다.”
“개구리라니요? 꼭 새 울음소리 같던데?”
“네 개구리 소리예요. 그런데 오늘은 어딜 가시지요?”
“화산 국립공원을 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니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테드 씨는 지역에 다라 날씨가 다르니 너무 걱정 말고 가라고 하면서 화산국립공원에 대한 지도 한 장을 주며 인터넷을 켜고 자세하게 안내해 주었다.
▲인터넷 모니터를 켜고 화산국립공원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테드씨
TV도 라디오 없는 테드 씨의 집
“이 모니터가 TV인 줄 알았더니 인터넷 모니터네요.”
“네, 우리 집엔 TV도 라디오도 없어요. 말하자면 우리는 뉴스를 듣지 않고 살아요. 뉴스를 들으면 매일 나쁜 소식만 전해주지요. 그런 뉴스를 들으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역할만 하지요.”
“하하, 그렇기도 하지요.”
테드 씨네 집은 TV가 없었다. TV처럼 생긴 커다란 모니터는 인터넷 모니터였다.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며 테드와 나는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미스터 테드, 에어비앤비 소개서에 보니 캘리포니아 살다가 오신 걸로 되어 있던데, 하와이엔 어떤 연유로 오게 되셨나요?”
“하하, 그거요. 나를 위한 삶을 찾아왔지요.”
▲테드 씨네 집에 핀 부겐베리아 꽃과 무궁화 꽃
그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벨리에서 잘 나가는 회사원 생활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너무나 눈코 들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은 벌지만 자신을 위한 생활이 없었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6년도에 캘리포니아 삶을 정리하고 이곳 힐로로 와서 에어비앤비를 열고 정착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와 11살 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무척이나 부지런했다. 틈만 나면 바닥을 쓸고 닦았다. 부엌과 화장실 청소도 번질번질하게 수시로 닦아놓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테드 씨, 당신은 참 부지런하군요.”하고 말하자,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랍니다.”라고 말하며 빙긋 웃었다. 그는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 수입은 적지만 행복은 몇 배 크다고 했다. 그는 또 매일 아침 원두커피를 손수 내려서 게스트를 들이 진한 원두커피 향을 맡으며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테드씨의 부지런함으로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에어비앤비
그렇다! 행복이란 이렇게 사소한 즐거움에서 온다. 잘 나가는 회사생활을 접고 매일 집안을 쓸고 닦으며 즐거운 손님을 마음으로 맞이하는 테드 씨의 소박한 삶속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한다.
어떻게 보면 테드의 삶은 20년 전 잘 나가는 은행 지점장 직을 내려놓고 아픈 아내와 함께 배낭을 메고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내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집을 자꾸 줄여가며 그 돈으로 나는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 이제 줄일 집도 없어 연천군으로 귀촌하여 남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행복하고 부자이다. 크든 작든 행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매일 매일 행복하다는 미스터 테드 씨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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