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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영원한 개구쟁이 이근후 박사의 ‘나의 어릴적 이바구’

찰라777 2019. 12. 14. 13:26

*우리 시대의 영원한 개구쟁이 이근후 박사과 네 명의 손자들과 함께
익살과 혜학으로 주고 받는 '마음의 위안을 주는 나의 어릴적 이바구'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이 책을 손에 쥔 나는 책을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하고 시종 일관 "ㅋㅋㅋㅋ", "ㅎㅎㅎㅎ" ㅠㅠㅠㅠ" 'ㅜㅜㅜㅜ' 하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만큼 순진무구한 이박사의 솔직 담백한 어릴적 이야기는 깨소금처럼 재미있다.

눈이 폭폭 내리는 긴긴 겨울밤 손자나 자식들과 함께 군밤을 까먹으며
깨수금 같은 대화를 나누는 이근후 박사의 솔직 담백한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를 함께 읽는다면 대화가 단절된 젊은 세데와 의사소토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것이다.^^

 

영원한 개구쟁이 이근후 할아버지와

네 명의 손자가 주고 받는

익살과 혜학이 넘치는 솔직한 대화 ...

 

 

팔순 할아버지와 십대를 전후한 신세대 손자들과 얼마만큼의 대화가 가능할까? 대부분 대답은 아니올시다일 거다. 바쁜 젊은 세대는 노인 냄새가 풀풀 나는 꼰대 할아버지와 대화를 할 시간이 없다.

 

들을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아무리 말해 보았자 듣지 않는다.” 란 저자의 말처럼 노인세대가 아무리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신세대 젊은이들은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 화제도 틀리고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설상 대화를 시도한다 해도 재미가 없는 화제에 꼰대 할아버지의 잔소리 정도로 치부를 하며 대부분 외면을 하고 만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원한 개구쟁이 할아버지 이근후 박사는 이메일이란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 네 명의 손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무려 333편에 달하는 이박사의 어릴 적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방언)를 주고 받으며 손자들과의 대화에 성공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네 명이나 되는 어린 손자들과 함께!

 

저자가 네 명의 손자들과 대화를 성공시킨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처절한 노력이다. 저자는 손자 부모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실에 컴퓨터 두 대를 설치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대로 하게 놓아주면서 환심을 사며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아이들은 그런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기보다는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게임에 열중했지만 결코 아이들을 원망하지는 않고 자유롭게 놀도록 놓아주었다.

 

두 번째는 손자들이 저자의 메일에 답글을 보내주면 용돈을 주었다. 대화를 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공짜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용돈을 미끼로 던져 의사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세 번째는 대화의 내용이 익살과 혜학이 넘쳐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있는 이바구라도 처음에 반응은 재미없음’ ‘나에게 무슨 답을 원하시는 거지?’ 등으로 공감이 가지 않았다. 허지만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여과 없이 솔직하게 써내려간 이바구는 점점 아이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손자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점차 알아가기 시작한다. 333편의 이바구를 통해서 대화를 나누며 점점 가족이라는 끈끈한 생각이 깊어지고,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할 수 없다는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이런 노력들은 상당한 성공을 이룬다. 그렇게 유인책을 써서 저자는 무려 333편의 이바구를 네 명의 손자들에게 메일로 보내 하나하나 답글을 받아내며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이바구 한 편에 손자들의 답글이 네 편이나 된다. 그 손자들의 답글과 질문에 저자는 일일이 지혜로운 답변을 달아 주었다. 그러니 저자는 손자들과 무려 1,332편 이상의 대화를 성공시킨 셈이다. 이 이바구는 계간지 연인이란 잡지를 통해서 몇 년 동안 연재가 되었고, 그 중 131편을 뽑아서 '마음의 위안을 주는 나의 어릴적 이바구란 타이틀로 책이 나왔다.

 

이렇게 탄생한 이근후 박사의 나의 어릴적 이바구란 책을 손에 받아 쥔 나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ㅋㅋㅋ”, “ㅎㅎㅎ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만큼 이근후 박사가 들려주는 어릴적 이바구는 매우 순진무구하면서도 익살스러워 깨소금처럼 고소하고, 군밤처럼 구수하다. 손자들의 답글 또한 할아버지의 정수를 콕콕 지르는 날카로운 질문 익살이 넘쳐 재미를 더해준다.

 

책의 왼쪽 페이지에는 이근후 박사의 어릴적 이바구가 한 꼭지 실려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선재, 하늬, 한결, 솔 등 네 명의 손자들이 할아버지의 이바구에 대한 솔직한 평과 질문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책의 첫 번째 이바구는 <백년 묵은 야시>에 대한 이야기로 문을 연다.

 

[이바구1] 나는 어릴 때 할머니를 졸라 동네 빈터에 천막을 친 서커스를 자주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기억이 뚜렷한 장면 하나가 있다. 예쁜 여자가 나와서 요상한 몸짓을 하면 옷이 하나하나 벗겨지더니 나중에는 전부 벗겨져 알몸이 되었다예쁜 얼굴의 무대 위 여성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이 녀석아 저 예쁜 것은 백년 묵은 야시(여우)가 둔갑한 거란다. 저렇게 예쁜 것이 남자의 간을 쏙 빼먹는단다.”(24페이지)

 

[선재] 저라면 서커스를 보고 한동안 충격을 받았을 것 같은데…ㅎㅎ 그래도 이 애기를 들으니 서커스를 한 번 보고 싶어요![] 그래 서커스가 오면 한 번 가 보자.

 

[하늬] 할아버지는 어릴 적에 정말 멍청하기도 하면서 참 순진하셨던 것 같네요. ㅋㅋ 전 유별난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적이 있어요.

 

[] 멍청하다고? ㅋㅋㅋ 멍청 보다는 순진이란 말이 듣기 좋구나. 외계인이라고? 천문학자 딸답다. ㅎㅎ 구순이 가까워져가는 할아버지와 십대를 전후한 손자들의 대화가 시공을 초월해서 여과 없이 계속 이어진다.

 

[이바구17] ‘울면 엄마가 죽는다는 이바구에서는 치과의사가 무서워서 신음소리를 내자 곁에 계신 어머니가 네가 울면 엄마가 일찍 죽는단다.”는 말을 듣고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웠지만 눈물과 울음소리를 억지로 참았다... 이런 소리를 피하는 길은 치과에 가지 않는 길밖에 없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지금 틀니를 하고 있다.

 

[선재] 정말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아기들 키우는 엄마는 다 죽으셨게네요. ㅎㅎ

 

[] 그 말을 믿고 참은 할아버지가 참 미련하구나. 그래서 어른이 되어 이가 형편이 없어져 버렸단다. 하늬엄마가 치과의사잖아. 할아버지 이빨을 보고 엄청 야단쳤단다. ㅋㅋ 어릴 때는 엄마한테 야단맞고 어른이 되어서는 며느리한테 야단맞고. ㅋㅋ”(56페이지)

 

이런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5학년 때 처음으로 커닝을 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몇 번을 더 커닝 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옆자리에 앉은 짝꿍 여학생이 답을 쓰지 못하고 있어 안쓰러움에 답안지를 보였주었지만 절대로 베껴 쓰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기독교 신자로 커닝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어 저자는 그 뒤부터는 커닝 같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114패이지)

 

[이바구50] 초등학교 5학년 때 남자 담임선생의 연애편지를 여선생님께 전해주라는 부탁을 받고 여선생님 집에 가서 잘 전해주었다. 마침 그때 여선생님의 아버님이 그 편지를 열어보고 혹독한 꾸지람을 받았다. 이튿날 학교에 갔더니 담임선생님이 편지를 잘 전해주었느냐는 물음에 나는 자초지종을 전해드렸더니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엄청 화를 내며 꾸지람을 냈다. 나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 편지인지도 모르고 성실하게 심부름만 했는데 두 족 모두에게서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선재] ㅋㅋㅋ 만약에 저한테 그런 편지를 주셨다면 친구들이랑 몰래 볼거 같아요. ㅋㅋㅋ

 

[하늬]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참 어리둥절했겠어요. 저 같으면 호기심에 그 내용이 뭔지 궁금해서 슬쩍 뜯어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ㅋㅋ

 

[]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고등학교 때 친구의 청으로 연애편지를 대필 해 준 적이 있단다. 여러 책에서 읽어 본 달콤한 글들을 뽑아 모아서 쓴 글이지만 상대방에 사랑한다는 감정이 전해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126페이지)

 

이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 및 격동의 군사정권, 혼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익살과 혜학으로 고비를 넘기며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선생님도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충격을 받아다는 이야기(28페이지),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30페이지), 혼자 바짓가랑이에 손을 넣어 자위행위를 했다가 들켰다는 이야기(60페이지), 지도를 그리면서 오줌을 싼 이야기(118페이지), 1945815일 정오에 신으로맘 교육을 받았던 일본천왕이 항복을 했다는 라디오 방송 이야기(268페이지) . 다소 엉뚱하면서도 익살과 혜학에 넘치는 이바구들이 책속에 줄줄이 담겨있다.

 

눈이 폭폭 내리는 긴긴 겨울밤,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물론,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와 엄마들도 서로간의 소통을 위해서 한번쯤 읽어 볼만한 내용들이다. 영원한 개구쟁이 이근후 박사의 익살 넘치는 131편의 이바구를 통해서 단절된 젊은 세대와 시공을 뛰어넘는 대화의 채널이 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