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고향 후배인 박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코로나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기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갑자기 네팔의 아이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오라버니, 밥을 먹다가 갑자기 네팔의 아이들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어요. 코로나로 굶는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난다는데 네팔의 아이들은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밥이 잘 안 넘어가네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나도 괜히 울컥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가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는 네팔 동부 오지의 극빈아동들이 끼니를 거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한국자비공덕회 현지사무소 관리인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막노동을 하여 일일 생계를 꾸려가는 빈곤가정들은 코로나19로 손발이 묶여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자비공덕회는 지난 6월, 1차로 1천 2백만 원을 모금하여 우리가 후원을 하고 있는 8개 학교 빈곤가정 400가구에 일주일 분에 해당하는 긴급구호식량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사정도 어려워 2차 모금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그날 박 선생님은 3백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왔다. 한 개인이 어려운 처지에 선 듯 마음을 낸 거금이었다. 우리는 박 선생님의 후원에 힘입어 그동안 모은 후원금을 합하여 지난 9월 28일 8개 후원학교 빈곤가정 200가구에 긴급구호식량을 후원을 할 수 있었다.
후원 내용은 1가구당 쌀 25kg, 달(녹두) 3kg, 식용유 1kg, 소금 1kg, 설탕 1kg, 손세척비누 1장이다. 우리나라 돈 약 4만 원이면 네팔의 4인 가족이 7일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후원을 할 수가 있다.
이를 4인 가족이 7일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끼니로 환산하면, 84끼니가 된다. 이번에 후원한 200가구를 끼니로 환산하면 16,800끼의 식사를 제공한 셈이다. 지난 6월 후원한 400가구까지 합하면 약 50,000끼니나 된다. 작은 정성이지만 5만끼니의 식사는 그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한 끼는 희망이 되었고
희망은 기적이 되었다. -윤경일, <한끼의 기적> 중에서
정신과의사이자 (사)한끼의식사기금 국제구호 NGO 대표인 윤경일 씨의 말처럼 한 끼의 식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킨다. 이제 지구촌은 혼자서만 살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한 올해는 더더욱 혼자서만 살 수 없는 구조로 탈바꿈되어가고 있다.
코로나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하여 전염시킨다. 나 혼자만 깨끗하다고 코로나를 막을 수는 없다. 전 지구인이 위생 관념과 방역을 철저히 하여야 막을 수 있다.
나만 배부르다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 다 같이 배가 불러야 범죄가 줄어들고 질병도 줄어든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가장 부유한 사람 1퍼센트가 나머지 99퍼센트 보다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되었다. 노벨위원회는 “다자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기아에 대항하면서 전 세계 분쟁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구촌의 기아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WFP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총 1억3,000만 명이 추가로 기아 상태에 빠졌으며, 올해 말까지 2억6,500만 명이 기아에 가까운 상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30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크다. 보릿고개를 겪어본 세대는 배고픈 설움을 안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식량난을 겪을 때 네팔은 한때 우리나라에 식량을 후원했던 나라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
나눔은 행복의 원천이다. 어려울수록 서로 나누면서 살아야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다. 네팔의 아이들에게 기적의 식사를 제공한 박 선생님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 중의 한 분이다.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사정을 더 잘 안다. 박 선생님은 자신의 생활비를 줄여 모은 돈을 기꺼이 남을 돕는 성금을 보내주었다. 어려운 가운데 남을 돕는 마음을 내준 박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가 어려움을 당하면 관심을 보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은 남의 일처럼 생각하기 쉽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버려지는 음식이 많다. 누군가가 아무런 생각 없이 버리는 음식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의 한 끼가 될 수 있다. 버려지는 음식값을 모아서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이웃 나라를 도울 수는 없을까?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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