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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짜리 케이크 하나로 이별의 파티를... | 출발
공항이다. 공항은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이별의 냄새가 더 짙게 풍기는 곳. "아빠, 오늘은 공항까지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혼자 돌아 갈 때 힘들 텐데……." "괜찮아요. 이번여행은 좀 길잖아요. 오랫동안 뵙지 못하는데....."
궂이 말리는데도 둘째 딸 경이가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큰 애 영이는 오늘이 일요일이라 교회에 가고 없다. 공항에 나오는 대신 교회에 가서 아빠엄마의 무사여행을 기도 하겠단다.
영이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영이가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후 아직까지 한번도 일요일 예배를 거른 것을 본적이 없다.
영이는 휴가를 떠날 때에도 압구정동에 있는 소망교회의 예배시간에 맞추워 돌아와야 할 정도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아침금식 기도를 시작한다고 하더니 아직까지도 그 기도가 계속되고 있다. 아마 한 5년은 된 것 같다.
우리 내 식구는 각자가 개성이 뚜렷하고 종교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충돌하는 일도 많지만 그래서 또 균형을 서로 이루고 사는지도 모른다. 종교의 자유, 개성의 자유...... 우리는 그렇게 산다.
이별
허지만 오늘만은 우린 점심을 함께 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다 보니 각자 하는 일이 달라서 때 맟추어 함께 식사를 하기도 어렵다.
공교롭게도 우리 집의 주요 행사는 모두 가을철에 모여 있다. 9월 22일 영이의 생일, 11월 7일 경이의 생일, 11 월 11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 그래서 우린 오늘 점심때에 세 가지의 축하파티를 동시에 열었다. 내가 점심을 샀고, 경이가 하트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샀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대낮에 때 아닌 촛불을 켰다. 만 원짜리 케이크 하나로 두 아이의 생일파티와 우리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파티를 앞 당기고 뒷 당겨 동시 다발로 진행하게 된것.
“아빠, 엄마 잘 돌봐 드리고, 엄마는 아빠 말 잘 경청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오냐, 잘 알았다. 너희들도 잘 지내야 한다.” "밥들 잘 챙겨 먹어라. 김치도 담궈 놓았으니 잘 먹고......" "엄마, 또 그 밥타령. 저희들 걱정 붙들어 매세요. 엄마나 맛있는 것 많이 사 드세요. 비싸다고 괜히 영양실조에 걸리지 마시고......" 밥 이야기가 나오면 아이들과 제 엄마의 게임은 항상 피장 파장이다.
인천공항 터미널에 도착하여 핸들을 잡고 있는 아이의 볼에 이별의 키스를 했다. 경이는 나의 품에 안겨 한 동한 그렇게 있었다. 아내도 목이 매어 말을 잘 못한다. 공항의 이별.......
이별은 언제나 찡하고 코 끝이 시큰 거린다. 가슴도 괜스리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듯 울렁거린다. 우리가 무거운 배낭을 걸머지고 공항 문을 들어설 때까지 경이는 손을 흔들며 이별을 아쉬워한다.
나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다는데...... 빨리 들어가자. 그래도 고개가 저절로 뒤로 돌아간다. 바이……. 안녕.
영종도의 활주로엔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다. 그 노을을 뒤로 하고 CX 419 캐세이 퍼시픽 점보기는 홍콩을 향해 요란한 폭발음을 내며 이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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