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78]코파카바나의 '검은 마돈나'

찰라777 2007. 3. 12. 05:29

코파카바나의 검은 마돈나

 

 

       ▲볼리비아 쪽 티티카카 호반에 위치한 아름다운 코파카바나 전경. 

 

 

티티카카 호수는 바다였다

 

미니버스를 타고 코파카바나까지 오는 동안 내내 국경초소 앞에 있는 돌장승의 잔영이 지워지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점심을 먹기 위해 호수 변으로 걸어 나갔다. 우와! 이거 완전한 바다야! 쪽빛으로 물든 바다, 그리고 해변!

 

“어쩌면 호수가 저렇게 아름답지요!”
“저건 호수가 아니라 바다야! 그리고 저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처럼 보여.”
“참 나, 바다를 아름다운 여자로 보다니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도 지중해의 거품에서 태어났거든.”
“애고, 뭔 말인들 못하실까?”
“전설에 의하면 저 바다의 거품에서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도 탄생을 하였다는 거야.”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스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바다처럼 넓은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보며 우리는 해변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미 페루 쪽의 티티카카를 돌아보았지만 볼리비아 쪽에서 바라보는 파란 호수는 정말로 환상적이다.

 

어떤 형용할 수없는 ‘신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나는 다시 예의 국경초소에 세워진 돌장승의 잔영이 떠 오른다. 파란 호수에 나타난 돌장승. 비라코차를 닮은 듯한 모습. 과연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는 존재했던 신일까?

 

고대전설에 의하면 먼 과거시절 티티카카 호수는 바다였고, 인근에 있는 티아우아나코는 바다에 접한 항구도시였다는 것. 일설에 의하면 티아우아나코는 기원전 1만 5000년 전에 세워졌다는데, 티티카카 호수에 대홍수가 나서 티아우아나코를 삼켜버린 후 세월이 지나면서 수위가 30m나 낮아져 지금은 호수와 분리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마라 전설에 의하면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Viracocha는 먼 ‘바다의 거품’에서 탄생하였다고 한다. 잉카 족의 태양신인 ‘인티Inti’가 바로 ‘비라코차’라는 것. 비라코차는 ‘바다의 거품’이라는 뜻이며, 나스카에 있는 지상그림도 비라코차가 그렸다는 것이다.

 

비라코차는 키가 크고, 턱수염을 길렀으며, 피부색이 하얗고, 샌들을 신고, 길고 헐렁한 옷을 입은 백인이었다고 전설은 전한다. 그는 지구가 홍수로 물에 잠기고 태양이 사라져서 암흑으로 변하여 사람들이 고통으로 몸부림을 치는 무서운 시대에 티티카카 호수에 나타났다고 한다.

 

▲먼 과거에 티티카카 호수는 바다였는데, 주변의 해변이 융기되어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티티카카 호수에 나타난 비라코차는 과학과 마술에 능통한 자였으며, 무서운 병기를 다루고, 병자를 치료하는 신통력을 가진자로서 혼란한 세계질서를 바로잡았다. 

 

그는 티티카카 호수 인근에 있는 티아우아나코에 신전을 세우고, 사람들을 가르치고 인도한 후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예언을 남기고는 바다 위를 걸으며 서쪽으로 기적처럼 사라져버렸다고 전한다. 잉카인들은 “비라코차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했다”는 것을 지금까지 굳게 믿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비라코차가 피부색이 하얀 백인이었다는 전설 때문에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에 침입을 하였을 때 원주민들은 정복자들을 비라코차로 받아들여 제대로 된 전투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푸노에서 볼리비아 국경을 통과하여 여행자들이 티티카카 호반에 위치한 코파카바나에 머무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잉카 탄생의 전설이 있는 티티카카 호수에 있는 ‘태양의 섬 Isla Del Sol’과 ‘달의 섬 Isla Del Luna'을 방문하기 위한 것이고, 그 둘은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가톨릭 순례지의 하나로 꼽히는 400년의 역사를 가진 '검은 마돈나'를 모신  ‘대성당’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태양신 인티가 망코 카팍과 오크요를 내려 보냈다는 ‘태양의 섬’으로 가려면 다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넘게 가야한다. 그곳에는 ‘태양신전’과 마시면 젊어진다는 ‘잉카의 샘’이 있다고 하는데, 이미 티티카카의 섬을 세 곳이나 돌아온 우리는 ‘태양의 섬’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곳을 다녀오려면 하루를 이곳에서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검은 마돈나'로 유명한 대성당

 

그래서 우리는 점심을 먹고 난 후 시내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대성당으로 갔다. 백색의  성당건물이 마치 그림처럼 나타난다. ‘검은 마돈나’라고 불리는 성모를 모시고 있는 대성당은 볼리비아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검은 마돈나는 이 지역 원주민 예술가였던 윤판기 Fransisco Tito Yunpanqui가 1592년 검은 나무에 마리아 상을 조각한 이후, 수많은 기적을 불러일으키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검은 마돈나'로 유명한 코파카바나 대성당

 

 

“자, 당신도 한 가지 소원을 저 성모 마리아님께 기원해 보시지.”
“과연 우리의 기도를 들어줄까요?”
“당신의 기도가 검은 마돈나님을 감동 시킬 만큼 충분히 진실하고 간절하다면….”

 

성당 안에는 금으로 장식된 웅장한 제단과 보석으로 덮인 망토를 입고 금관을 쓴 성모 마리아 상이 있다. 우리는 원주민화 된 성모 마리아님께 애정을 느끼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는 묵시적인 기도를 올렸다. 이 기적의 성모 마리아를 찾아서 해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볼리비아는 물론 세계각지에서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

 

멀리 보이는 엘 셀로 칼바리오 El Cerro Calvario 언덕에 오르면 아름다운 호수와 항구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칼바리오 언덕에서 바라보는 황혼은 둘이 보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아름답다고 하는데 다음에나 기약을 해보자. 매년 2월 1일과 2일에는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가톨릭 신자들은 그 때쯤 때를 맞추어 오면 금상첨화의 여행이 될 것이다.

 


오후 2시. 드디어 버스가 라파스를 향해 코파카바나 터미널을 출발한다. 운전수의 꽁지머리 헤어스타일이 돋보인다. 다분히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매혹적인 안데스 음악을 틀어준다. 버스의 부자 소리를 울리는 것도 특이하다. 운전석 앞 백미러 밑에 줄을 달아 심심하면 리드미컬하게 줄을 당기며 부자를 울린다. 정말로 못 말리는 운전수군. 그는 정말로 마치 먼 과거 프레 잉카시대에서 온 비라코차의 후손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