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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삐틀 삐틀... 화엄사보제루 기둥

찰라777 2013. 2. 21. 06:53

지리산 화엄골에 펼쳐진 장엄한 화엄세계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길게 누워있는 구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예의를 갖추고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과 백운산이 마주보는 사이로처럼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 자락은  어머니의 젖줄처럼 포근하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섬진강에 오면 오랫동안 살았던 고향에 온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화엄사 입구에 들어서니 표지석 뒤에 ‘심무가애心無罣碍’라고 쓴 글이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마음에 걸림이 없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입니까?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도인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겠지요.

 

 

 

 

화엄사에 가장 큰 매력을 보여주는 전각은 보제루의 기둥입니다. 곧은대로, 휜대로, 제멋대로 자란 나무 기둥은 우리의 고유의 전통 건축기술을 극치를 느끼게 합니다. 울퉁불퉁, 삐틀삐틀, 이리휘고 저리 휘어 자연그대로의 나무를 그대로 살려 받친 보제루의 기둥은 아무리 보아도 매력 덩어리입니다. 

 

보제루는 특별한 사유가 숨어있다고 합니다. 사찰에는 누하진입이라 하여 보통은 누각아래로 들어가게 되어 있지만 화엄사 보제루는 기둥을 낮게하여 오른쪽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화엄사 대웅전 앞에 서면 마치 연꽃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듭니다. 노고단에서 뻗어내려온 화엄골 정기가 대웅전을 중심으로 각황전, 보제루, 그리고 대석단의 고색찬연한 전각은 우리건축의 진수를 느끼게 합니다.

 

대웅전 양쪽에 동오층석탑과 서오층석탑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화엄사의 중심을 잡는 기둥처럼 보입니다. 대웅전에는 비로자나불이 마치 온 우주를 한손에 쥐고 있는 듯 빛나고 있습니다. 비로자나불앞에 참배를 하고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4사자 석탑에 올라섰습니다.

 

 

 

 

 

 

 

사리석탑 앞에는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백제시대 인도에서 건너와 화엄사를 창건하고 화엄사상을 펼치기 시작한 연기조사는 차를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그 후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와 이 4사자 석탑에 사리공양탑을 세우고 원효대사가 해화당에서 화랑도들에게 화엄사상을 가르치며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석탑에서 내려온 우리는 공양간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절에서 먹는 밥은 왜 그리 맛이 있을까요? 반찬이라고 해보아야 김치, 콩나물, 시래기 국이 전부인데 맛은 그만입니다. 아마 시장이 반찬이라고 아침 일찍 출발하여 먹은 것이 없으니 공기 맑은 곳에서는 밥이 달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양을 들고 있는데 화엄사 선등선원장이신 각초스님께서 들어 오셨습니다. 언제 보아도 학처럼 고요한 느낌을 주는 각초스님! 그냥 뵙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 집니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많이들 드세요."

 

스님은 말씀이 별로 없습니다. 침묵이 곧 웅변이다! 말씀은 아니하셔도 우리는 이심전심으로 스님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고요한 모습에서 풍기는 경지는 수십년 동안 참선을 참구해온 스님의 도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사성암에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당초에는 노고단에 올라 지리산의 장관을 내려다보려고 했는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자동차가 성삼재까지 올라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건너편 오산에 있는 사성암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사성암도 3일 전부터 셔틀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짐을 미타암으로 옮겨 놓고 사성암으로 향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