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쪽에 바라본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 쪽에서 바라본 이구아수 폭포. 아르헨티나 쪽보다는 훨씬 와이드하게 바라볼 수 있다.
유태인 1만년의 지혜를 가리켜 준 시갈리트와 헤어지다.
"시갈리트, 다음 여행지는 어디야?"
"부에노스아이레스."
"그 다음엔?"
"이스라엘로 돌아갑니다. 집을 떠난지 벌써 3개월이나 되었거든요."
허벅지에 돈을 보관하는 유태인 아가씨 시갈리트. 그 지혜를 가리켜 준 시갈리트와 헤어졌다. 내가 그녀에게 꾼 돈 60페소를 돌려주며 허벅지에 넣는 시늉을 했더니 그녀는 그만 시익 웃고 만다. 유태인 1만년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총명한 여자다.
몇 만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이스라엘 민족의 지혜. 여행 중에 이스라엘 여행자를 만날 때마다 한수 씩 배우게 된다. 하여간 여행자에게는 안전이 제일이다. 그녀는 이과수폭포에 있는 산 마르틴 섬을 트레킹 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간다고 했다.
"샬롬"
"샬롬"
그녀와 헤어진 후 우리는 아르헨티나 쪽 푸에르토이과수 시에서 버스를 타고 '우정의 다리Ponte Iguazu'를 건너간다. 이 다리 하나를 건너니 드디어 브라질 측의 포스두이과수 시에 닿는다.
삼바의 나라, 브라질 땅으로!
"드디어… 삼바의 나라에 도착했군!"
"우와, 커피의 본고장 브라질이군요!"
다리 하나를 건너니 이윽고 삼바, 커피, 축구로 상징되는 브라질 땅이다. 브라질 땅을 밟으며 나는 삼바 춤과 축구가 생각이 나는데, 아내는 커피가 떠오른 모양이다.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니지만 여행지마다 생각은 각자 다르다.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브라질은 낙천주의와 다이너미즘, 감성이 풍부한 다양성을 지닌 나라다. 브라질 땅을 밟으면서부터 스페인어와 좀 다른 억양의 언어가 들려온다. 포르투갈 말이다.
그러나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나 어차피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모르는 외국어를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는 아예 모르는 채 하는 것이 더 득이 될 때가 많다.
남미를 여행하는 내내 스페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우리에게 버스 운전수나 차장은 시계를 가리키며 버스로 돌아오는 시간을 정확히 가리켜 주었으며, 음식점이나 화장실은 안내를 해주거나 손짓 발짓으로 알아들을 때가지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터미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브라질 측 이과수폭포로 향했다. 곧이어 우르릉거리며 지축을 뒤흔드는 폭포의 굉음이 들려온다. 악마의 숨통 밑으로 가는 나무다리를 건너가다가 우리는 물보라를 흠뻑 뒤집어쓰고 만다.
▲브라질 측에서 바라본 웅대한 이과수 폭포 (사진 : 찰라)
폭포에는 아름다운 '무지개다리'가 결려있다. 무지개다리는 물보라가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자연의 다리다. 그러나 이미 아르헨티나에서 폭포의 진수를 경험한 우리들에겐 감동이 그리 크지 않다.
"이제 폭포 소리도 웅웅거리는 소리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군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나? 그래도 여전히 세계 제일의 목포인데."
"지금은 그저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요."
"난 갈증이 심해 브라질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그럼 각자 취향대로 고르지요?"
"좋아."
산책로를 따라 멋진 핑크색 건물이 있는 정류장으로 내려 온 우리는 각자 취향대로 브라질 캔 맥주와 커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시는데 커피향이 짙게 코를 자극한다.
"어디, 한모금만…"
"마시고 싶다 이거죠?"
"거 냄새 하나 죽여주네!"
역시 냄새는 커피를 따를 게 없다. 삼바 춤과 맥주, 그리고 세계최대 커피 생산국의 원두커피… 브라질은 그 넓은 땅 만큼이나 자유 분망하게 느껴진다. 폭포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온 우리는 오후 6시발 상파울로 행 버스표를 사놓고 난 후 시내 버스를 타고 잠시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브라질의 시내버스 구조. 요금징수원에게 회수권을 주고 회전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간다.
버스강도 때문이라는데 지금도 버스강도가 심심치 않게 출몰을 한다는 것(사진:찰라).
브라질의 시내버스는 구조가 특이하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요금징수원이 돈을 받는다. 그리고 버스안의 좁은 회전문을 통해 뒷좌석으로 들어간다. 이중문을 통과하는 샘이다.
버스강도가 극심하여 특수하게 장치를 한 것이라는 것. 대낮의 시내버스에도 강도가 심심치 않게 출몰을 한단다. 강도는 현금은 물론 버스 회수권까지 털어간다고 한다. 회수권은 어디서나 현찰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포스두이과수 시 거리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추리(사진: 찰라)
거리엔 요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다. 더운 나라인데도 크리스마스는 정성스럽게 맞이하는 모양이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추리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버스에 앉아 싱겁게 시내를 돌아본 우리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아이들에게 엽서를 쓰다가 시간이 되어 상파울로 행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