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에 현금을 보관한다는 이스라엘 여성 배낭여행자
이과수 폭포에서 만난 이스라엘 고수 배낭여행자 시갈리트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며-이구아수로 가는 버스에서
저녁 6시 55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버스터미널에서 이구아수 폭포로 가는 버스를 탔다. 2층으로 된 Tiger 버스는 상당히 고급스럽다. 우리 옆 자리에는 이스라엘에서 온 시갈리트Sigalit 아가씨가 탔다. 그녀는 홀로 세계를 여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시갈리트와 함께 이구아수 폭포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매우 똘똘하고 용감한 여자다. 그러니까 여자 홀로 여행을 다니겠지.
버스는 라플라타 강을 따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벗어난다. 석양노을에 부서지는 라플라타 강이 아름답다. 아디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가지를 벗어나자 끝없는 팜파스의 평원이 펼쳐진다. 어둠이 깔리고 평원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눈을 뜨니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태양은 다시 어김없이 떠오르고 있다.
비가 내렸는지 대지가 촉촉이 젖어 있다. 버스는 Posadas라는 작은 도시에 잠시 멈춘다. 버스차장이 싱긋 웃으며 '"반요"하며 손가락으로 화장실을 가르친다. 화장실도 가고, 팔다리 운동도 하고,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야지. 무려 13시간을 논스톱으로 달려 온 것이다.
"잘 잤어요?"
"이제 밤 버스 타는데 체질이 완전히 적응 되었나 봐요. 푹 잤어요."
"그게 여행 체질이라는 거요. 하하."
Posadas를 출발한 버스는 오후 1시에 푸에르토 이과수 시에 도착한다. 가이드북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1시간이 걸린다고 하였는데, 18시 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버스 성능과 길이 좋아져 3시간이 단축된 것.
▲허벅지에 돈을 보관한다는 고수 배낭여행자 이스라엘의 시갈리트와 함께-이구아수로 가는 괘도열차
푸에르토 이과수는 브라질, 파라과이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도시다. 아르헨티나 측 폭포를 구경하려는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숙소를 정해야 한다. 시갈리트와 함께 숙소를 찾아 나섰다. 처음에 간곳은 1인당 20페소를 달라고 한다.
"여기보다 더 싼 곳을 내가 알고 있어요."
우리는 시갈리트를 따라 나섰는데, 그녀가 간 민박집은 처음 집보다 훨씬 싼 1인당 10페소이다. 아내가 혀를 내두른다.
"우린 저 아가씨를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군요."
"그러게……."
짐을 풀어 놓고 우린 바로 이구아수 폭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버스를 타고 20km을 가야 이구아수 폭포로 가는 방문 센터에 도착한다. 공원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마침 아르헨티나 페소가 다 떨어지고 없다. 남미에서 도둑을 몇 번 맞고 나서는 현금을 적게 소지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공원에서는 달라는 받지 않고 아르헨티나 페소만 받는다고 한다. 이거 낭패군.
"시갈리트, 아르헨티나 페소를 지금 가진 게 없는데, 입장료를 좀 빌려주지 않겠어?"
"그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돈을 빌려 주겠다는 시갈리트는 갑자기 화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후에 나와서 나에게 60페소를 빌려준다. 입장료는 1인당 30페소이다.
"고마워, 시갈리트. 시내로 돌아가면 은행에서 찾아 돌려드릴게요."
"천만에요."
돈을 건네 준 시갈리트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질문을 한다.
"초이, 당신들은 현금을 어디에다 보관하지요?"
"우린, 보통 허리에 찬 전대에 보관을 하는데……."
"그렇군요. 그러나 그곳은 안전지대가 아니지요. 우린 여기에다 보관을 해요."
"아하!"
▲이구아수 폭포로 가는 괘도열차
시갈리트가 시익 웃으며 자신의 허벅지를 가르친다. 허벅지 안쪽에다 밴드주머니를 만들어 현금을 보관한다는 것. "세상에!" 아내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시 혀를 내두른다. 그녀는 우리보다 몇 단계 높은 훨씬 고수 여행자다. 허리띠를 차는 곳에 별도로 벤드를 만들어 몸 둘레에 100달러짜리 지폐만 넣어가지고 다니기도 한다고 한다.
아, 이스라엘이여! 역시 탈무드의 지혜가 배낭여행 자에게도 진보하며 전수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고단수 배낭여행자와 함께 폭포로 가는 괘도열차를 탔다.
(이구아수 폭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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