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생각하면 누구나 인상을 찌뿌리게 될것이다. 뱀은 우리에게 징그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유혹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 상파울루의 뱀 박물관을 관람한 이후로 나는 뱀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지게 되었다.(아래 동영상 참조)
하여간... 한국관 주인이 말한 '아마존의 진기한 뱀'에 대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부탄탄 뱀 박물관(Instituto Butanta)을 찾아 나섰다. Butanta-USP 역에서 내려 부탄탄 뱀 박물관을 찾는 데는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포르투갈 말을 한마디로 못하는 우리가 아닌가?
이거야 정말. USP에서 한참을 해매며 손짓 발짓으로 물어물어 찾아 간 부탄탄 뱀 박물관은 낮은 구릉에 하얀색 건물로 지어져 있다. 뱀을 싫어하는 아내가 꼭 뱀 박물관을 가야 하느냐는 투정을 한다. 누군들 징그러운 뱀을 좋아하겠는가?
▲상파울루 부탄탄 뱀박물관
그런데 어떤 여행지에서나 호기심을 가졌던 곳을 가지 않고 그냥 지나치게 되면 꼭 후회가 뒤따른다. 그 때 꼭 가보았어야 하는 건데… 생전에 다시는 가 볼 수도 없는 곳인데… 그러나 나중에 후회를 해 보아야 그때는 이미 늦다.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가고 싶은 곳은 기를 쓰고라도 꼭 가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이곳 부탄탄 뱀 박물관도 그 중의 하나다. 나 역시 뱀 박물관을 찾아가는 것은 좀 뭣하기는 하지만 '아마존의 진기한 뱀'이라는 호기심을 잠재울 수가 없다.
유혹의 사탄이 될만도...
"세상에! 희안한 뱀도 다 있군요.!"
"뱀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이거지? 그러기에 태초에 뱀의 유혹에 이브가 넘어간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뱀이 아름답기까지야..."
징그러운 뱀을 다 보러 간다고 투정을 부리기만 하던 아내도 뱀들을 보고 놀란다. 뱀 연구소에 진열된 뱀들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파란 뱀, 하얀 뱀, 빨간 뱀, 검정 뱀… 뱀의 색깔도 정말 다양하기도 하다.
성경에 의하면 태초에 이브가 고대여신의 상징인 뱀의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먹은 후, 아담에게도 따먹게 하여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낙원에서 추방당한 두 남녀는 살을 섞는 황홀한 쾌락을 맛보지만, 이브에게는 임신의 고통을 더하고, 아담은 노동의 고통을 떠 맡게 되었다고 한다.
선악과를 먹은 후 눈이 밝아진 두 사람은 자신들이 알몸인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선과 악, 사랑과 미움, 삶과 죽음에 대한 무서움의 차이도 알게 된다. 육체적 사랑의 원죄로 인하여 불행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샘. 하여, 고대여신으로 모시던 뱀의 유혹 넘어간 여자로 인해 온 인류가 지금까지 고통을 겪는다는 이야기인데,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도 아담과 이브의 신화는 여전히 신화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어쨌든 뱀은 이런 저런 연유로 고대로부터 유혹의 사탄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부탄탄 뱀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뱀들을 보게 되니, 과연 뱀은 유혹의 사탄 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뱀들을 보고 있으니 과연 유혹의 사탄이 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래도 뱀은 뱀일 따름이에요."
부탄탄 뱀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뱀 연구소다. 또한 뱀뿐만이 아니라 독거미, 전갈 등 유독생물도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는 약 4000종, 4만 마리에 달하는 유독성 생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 유독 생물에서 백신이나 혈청을 뽑아내어 인간을 치료하는 병원용 백신이나 혈청을 제조한다는 것. 세상을 여행를 하다 보면 벼라별 진기한 것들을 다 구경을 하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그저 징그럽게만 보이던 뱀이 인간에게 이로운 약을 공급해 준다고 하니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는 뱀들이 새삼 다른 존재로 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