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기어간 미얀마... |
□ 고행의 시작
-샨 템플에서 공부하는 사미승의 맑은 모습(양곤. 2004.10.31)
적어도 모기한테는 물리지 않겠지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자, 그럼 공동 경비를 거출하겠습니다.”
“얼마씩 낼까요?”
“일인당 400달러입니다.”
산디마 스님은 일인당 200달러면 된다고 했지만,
교통비, 숙박비, 입장료 등을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턱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 배인 400달러를 제안하고 돈을 거출해서 김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2,400 달러의 거금이다.
거금을 쥐고나니 아마 손이 떨리는 모양이다.
기자도 때로는 그런일도 해봐이야지.
게다가 그는 일행중 가장 나이가 적다.
그 말고는 딱히 누구에게 맡길 적임자도 없다.
더욱이 미얀마에선 스님이 일반인과 다니며 직접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그건 그렇고 내 속샘은 그 돈도 부족하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 재무님, 잘 보관하십시오.”
“이거 나는 재무체질이 전혀 아닌데… 그러나 하는 수 없군요.”
- 정원에서 불경을 읽고 있는 사미승의 천진한 모습(샨 템플)
이번 여행은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가 아니므로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인천공항에서부터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현지 인솔단장에 산디마 스님, 재무 김 기자, 의무 정각 스님, 공양 문 보살과 아내, 여행 전체 기획총괄 및 사진 기록을 내가 맡고, 일붕선원교 총무원장이신 법철 스님을 이번 여행의 고문으로 추대했다. 뭐, 각자의 임무를 주어야 책임감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저, 스님, 샤워는 어디서 하지요?”
“조~기요. 이 사미승을 따라 가세요.”
덥다.
샤워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것 같다.
사미승을 따라 샤워장으로 간다.
멀다.
홀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서 대나무 숲을 건너편으로 한 참을 내려가야 한다.
화장실과 함께 딸린 샤워장은 문도 없다.
시멘트 콘크리트 벽으로 양쪽만 막아져 있을 뿐.
물을 저장해 놓은 탱크 앞에는 조그마한 바가지가 하나 놓여있고 아무 시설도 없다.
샤워장 뒤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닭들의 고고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개들이 문턱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여자들이 먼저 샤워를 하고,
다음에 법 철 스님, 그리고 마지막에 김 기자와 내가 샤워를 했다.
서로 망을 봐 주며 하는 샤워…
- 모기장을 감은 여인은?
“아구구구~, 시원해!”
“이거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는군요.”
“우리가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보겠소.”
“그러게 말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까마득히 먼 원시생활로 돌아간 기분이다.
어린시절 바가지로 등물을 하는 것처럼…
더운물은 고사하고 찬물도 작은 바가지로 떠서 몸의 여기저기를 뿌려 줘야 한다.
하지만 시원하고 일단 기분은 좋다.
샤워를 하고나니 그래도 살 것 같다.
방으로 돌아오니 모기장 안에 뒹굴고 있는 모습이 꼭 난리 통에 피난을 온 사람들 같다.
나의 길은 정녕 고행의 길로 가야만 하는가? 아, 허지만 동자들의 눈빛은 끝없이 맑고나!
"드디어 고행의 시작이로군."
누군가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동자의 해맑은 모습에서 내 業을 비추어 본다.
-샨 템플내의 금빛 찬란한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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