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경기도

알몸으로 걷고 싶은 광릉 숲길

찰라777 2005. 2. 23. 07:20

광릉 숲길을 거닐며(1)

 

알몸으로 걷고 싶은 숲길

 

 


 

 

답답하다. 아파트의 베란다를 타고 내리는 햇볕은 틀림없는 봄기운인데 왜 이리 답답할까? 창문을 열었지만 문틈으로 확 들어오는 것은 탁한 공기와 자동차의 소음뿐이다. 사방의 어디를 바라보아도 회색의 콘크리트 숲이 절벽을 이루며 시야를 가리고 있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아파트의 계단을 타고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 한바탕 조깅이라도 하고 나면 답답함이 풀려질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자말자 자동차의 부자소리, 우우 알 수 없는 도시의 소음이 동시 다발적으로 귓전을 때린다. 거리는 매연으로 눈을 뜨기가 힘들다. 딱딱한 아스팔트길은 생명이 없다.

 


 


이건 아닌데...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그런 호젓한 흙 길은 없을까?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봄의 생명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그런 숲 길…. 광릉, 그래 광릉 숲이다! 순간 내 앞에는 광릉의 숲길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내가 왜 진즉 광릉의 숲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아, 나는 지금 광릉의 숲으로 가야 한다.

“아니, 갑자기 어딜 가자는 거예요?”
“가보면 알아.”

배낭을 챙겨들고 신바람이 난 듯 외출을 하자는 성화에 아내가 어리둥절해하며 따라나선다. 1시간여를 달려가자 그림 같은 푸른 숲이 나타난다. 서울근교에서 설악산과 지리산 못지않게 깊은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직 하나뿐인 숲이다.

 

 




“어? 여긴 광릉 숲이 아닌가요?”
“그래, 맞아요. 세조와 춘원이 잠들어 있는 광릉 숲…”

실로 20년 만에 찾아온 광릉! 왕숙천을 끼고 광릉 숲 쪽으로 들어서니 길가에 도열한 전나무들이 오랜만에 찾아온 길손을 반긴다. 자동차의 창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가 흘러 들어온다. 우리는 지금 ‘산소의 강물’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정말, 수영복만 입고 알몸으로 산림욕을 하며 걷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어나는 그런 아름다운 숲길로!


 

 


 

 

 


'아름다운우리강산 > 경기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오, 나무의 힘이여!  (0) 2005.11.08
생태계의 보고 광릉 숲  (0) 2005.02.23
이상한 은행나무  (0) 2005.01.23
억만송이의 코스모스  (0) 2004.09.23
광릉 수목원을 산책하며  (0) 200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