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샤인 코스트-물룰라바
자전거 바퀴살 사이로 바라본 해변
▲자전거 바퀴살 사이로 바라본 물룰라바 해변
한 마디로 평화로웠다.
선샤인코스트는 연중 300일 이상 햇볕이 쨍쨍 내리 쪼인 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 샤인 코스트는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칼로운드라, 물룰라바, 누사에 이르기까지 장장 150km에 달하는 끝없는 해안선이 이어지는 해변을 일컫는다
브리즈번 트랜짓 센터에서 누사로 가는 선 코스트 퍼시픽 라인 버스를 탔다. 버스는 브리즈번 시내를 벗어나 부루스 하이웨이를 타고 한적한 해변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한적한 길을 달려가는 느낌이랄까?
선 샤인 코스트는 골드코스트보다 나중에 개발된 지역이다. 골드코스트가 우리나라 해운대 해당 된다면 선 샤인 코스트는 동해안의 한적한 망상해수욕장이나 주문진 해수욕장 같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이다.
그래서 가족단위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조용한 해변이다. 원시적인 매력과 잔잔한 강, 피크닉을 위한 편안한 해변이 길게 뻗어있는 곳이다. 해안선의 다양한 지형이 남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수영이나 낚시, 세일링에도 좋다.
우리가 당초계획 했던 목적지는 누사였다. 누사는 선 샤인 코스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해변휴양이다.
누사강과 누사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일 년 내내 여행객이 끝이지 않는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옆 자리에 앉은 40대 중년 부부와 대화를 하다가 그들의 충고를 따라 우리는 물룰라바(Mooloolaba)에서 내리기로 했다. 누사는 지금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어 누사에 비해 한적 좋은 물룰라바가 훨씬 쉬기에는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매년 휴가철에 물룰라바 해변을 찾는 다
고 했다.
물룰라바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탁 트인 바다, 황금빛 모
래사장, 꾸밈이 없는 수수한 해변, 그리고 휴가를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해변에 누워있었다. 해변의 카페에서는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딱~ 인데요?"
"뭐가?"
"해변의 분위기 말이에요."
"흠~ 의견일치네!"
우리는 우선 음악이 경쾌하게 흐르는 자마이카라는 카페로 들어
갔다. 카페에는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해변을 바라보았다.
자마이카 카페에서 바라보는 해변은 평화로웠다. 큰 파도가 치는 물결에서는 서퍼들이 신나게 물
살을 가르고 있었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에는 비키니수영복을 입은 미녀들이 황금빛 모래위에 편하게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푸른 바다, 황금빛 모래, 파란 잔디… 해변은 그렇게 차례로 3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초록빛 잔디 위에 벌렁 누웠다. 휴식이 필요했다. 지구를 돌아돌아 온 긴 여행! 이제 휴식이 필요할 때였다. 내가 누워있는 잔디에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자전거의 바퀴살 사이로 보이는 세상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사라들도 모래사장도, 푸른 바다도 자전거의 바퀴살이 만든 예술적인 모자이크 속에 유토피아의 세계처럼 아름답게만 보였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원, 새삼스럽게…"
"이렇게 자유롭게 사는 게 아닐까요?"
'그렇기도 하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느낌으로 우린 서로를 알았다. 바퀴가 돌아가면 아름다운 유토피아도 바퀴살을 따라 돌아갔다. 자전거는 하나의 지구였고 우리는 바퀴를 이루는 하나의 작은 바퀴살이었다. 아니 구름처럼 흘러오다가 한 점 먼지가 되어 선 샤인 코스트의 황금빛 모래사장에 멈춰 있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바퀴살 사이로 지나갔다. 갈매가도 끼억끼억 소리를 내며 바퀴살 사이의 창공으로 날아갔다. 서퍼들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아이와 엄마가 흰 거품을 물고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아이들과 갈매기들은 세상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걱정은 미래를 미리 현재로 끌고 와서 지리 짐작하며 불안
해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아이들과 갈매기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은 항상 힘들었다.
뉴스는 언제나 불안과 공포를 몰고 온다. 여기엔 뉴스가 없다. 그저 휴식이 있을 뿐이다. 밀려오는 청구서도 없으며 우리를 흉보는 사람도 없었다. 눈치를 볼 사람도 없었다. 그냥… 하늘, 바다, 모래, 갈매기, 햇빛…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있을 뿐이다.
해변의 풋풋한 바람에 기대어 책을 읽었다. 아내는 배낭을 베개 삼아 잔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잔디에 누우니 슬그머니 졸음이 찾아왔다. 파도가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한 잠을 자고 난 뒤 우리는 맨발로 황금빛 모래톱을 거닐었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감촉이 감미로웠다.
모래사장을 걷다가 시장 끼를 느낀 우리는 다시 자마이카 카페로 돌아왔다. 자마이카 카페에서우린 가벼운 씨 푸드를 시켰다. 비싼 음식도 필요 없었다.
그ㅡ저 주린 배를 채워주면 되었다. 시장이 반찬이었고 고급 음식이 시장이었다. 씨 푸드를 먹고 나니 태양이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다. 이제 다시 브리즈번으로 가야 했다. 버스를 탔다. 해변이 멀어져 가고 해변의 사람들이 멀어
져 갔다.
물룰라바!
물룰라바는 그런 해변이었다.
브리즈번에서 배낭을 메고 10달라짜리 버스를 타고 올수 있는 곳. 5다러로 가벼운 점심은 5달러로 해결할 수 있는 곳.
돈이 큰 전부는 아니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휴식을 취했
던 곳,
물룰라바!
물룰라바는 우리가 지구촌을 험한 돌아 오는 여로에서 휴시을 안겨주었던 해변이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해변이었다.
버스가 바람을 가르며 브리즈번으로 행해 달려갔다. 저녁노을이 희미하게 차창밖으로 다가왔다.
안녕!
물룰라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