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작란이 아닌 사천요리 훠궈. 각종 요리재료가 가득 차 있다. 마음대로 골라 먹는 훠궈뷔페.
청양궁에서 노자의 흔적을 찾아보고, 두보사당에서 두보의 족적을 따라 하루 종일 걷다보니 어느새 밤이 다가왔다. 배가 고프다. 버스를 타고 다시 춘희로로 돌아오니 휘황한 거리가 으리으리하다. 식당에는 저녁을 먹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청두는 사천요리의 본고장이 아닌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우리는 훠궈(火鍋, hot pot)식당으로 들어갔다. 저런, 무지하게 많은 음식이 테이블에 가득차 있다. 요리의 천국 중국. "중국인들은 하늘에는 비행기, 땅에는 책상 다리 빼고 발이 달린 것은 다 먹는다"란 말이 있다.
광둥의 웨차이, 사천에 촨차이, 산둥의 루차이, 장수의 화이양차이는 중국의 4대요리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광둥요리와 사천요리를 꼽는다. 광둥요리는 해삼, 전복, 상어지느러미, 바다가재 등 진귀한 해산물 위주의 음식으로 값이 비싸다. 으리으리한 광둥요리점에는 중국의 부자들, 정치인, 공산당관료들이 줄지어 모여든다.
반면에 쓰촨요리는 서민적인 요리다. 시장골목, 주택가 등이 주로 자리 잡은 쓰촨요리점은 중국 서민들이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할 때 즐겨 찾는 요리점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채소, 버섯을 넣고 매운 고추, 산초 등 곁들여 먹는다. 매운 정도가 아니라 입안이 얼얼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맵고 얼얼한 맛은 다른 지역의 애매모호한 맛과 확연히 구분되어 그 맛은 세계인을 매혹(?) 시킨다. 맵고, 시면서, 얼얼한 맛! 쓰촨성 특유의 매운 고추에 산초와 식초를 넣고, 파, 마늘 등 5신채를 통째로 넣은 훠궈는 매운 정도가 아니라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다.
쓰촨성 청두는 은 4~5000m급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이런 지형으로 날씨는 흐리고 지독하게 덥다. 흐리고 더운 날씨에 살다보면 풍토병으로 관절염을 많이 앓게 된다고 한다. 이런 풍토병을 피하는 방법이 매운 음식으로 땀을 내는 것이라는 것.
▲훠궈에 넣어 먹는 각종 야채
와우! 이 음식! 진수성찬이네!
이걸 어떻게 먹어요?
먹고 싶은 걸 골라서 저 화덕에 지글지글 끓여 먹으면 된데.
크아~ 맛있겠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진미성찬을 차려 놓은 테이블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랐다. 말하자면 이곳은 훠궈 뷔페 식당인 샘이다. 가격이 싸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인지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에고, 매워요!
속이 다 훤한데.
훤하다 못해 뻥 뚫리겠어요!
입을 덴 것처럼 화끈거리려....쩝쩝..
저 사람들은 매운 음식에다가 독한 술을 마구 마시는군요.
훠궈는 매운맛이 특징이다. 매워도 그냥 매운 것이 아니라 얼얼하고 톡 쏘며 시고 맵다. 입을 데인것처럼 화끈거린다. 지독하게 매운 음식을 화덕에 끓여 먹으니 벌써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등줄기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중국인들은 그 매운 음식에다가 독한 술을 마구 퍼 마신다. 음식점은 왁자지껄 그 자체다.
▲지글지글 끓는 화덕에 익혀 먹는 훠궈
샤브샤브와는 맛이 전적으로 다르다 , 샤브샤브는 살짝 데처 먹지만, 훠궈는 말 그대로 끓는 탕에 익혀 먹는다. 훠궈탕은 육수국물이 백탕과 홍탕으로 나누워진다. 태극모양으로 2등분을 하여 부드럽고 덜 매운 것은 백탕에, 아주 매운 것은 홍탕에 넣어 먹는다. 사천 사람들은 주로 홍탕을 먹지만 일반 외국인들은 백탕과 홍탕을 혼합한 원앙과를 먹는다.
훠궈는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맵고 얼얼한 요리를 먹으며 땀을 흘리다 보면 속이 다 훤하게 뚫려 우울증이 싹 달아난다는 것. 거기다가 40~50도 넘는 중국술을 한잔 걸치고 나며 제 정신이 아니다. 훠궈에 술 한 잔 걸치고 나면 우울할 새가 없다는 것. 그러니 우울 할 땐 훠궈를 먹어보자.
훠궈 요리로 배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값은 2인분에 36위안이다. 내일은 주우자이구(구채구)로 떠난다. 육로로 티베트를 들어갈 수 없다니, 중국 서쪽을 구경하면서 가기로 했던 것. 주우자이구를 거쳐서 간쑤성을 지나 거얼무로 가는 육로를 택한 것이다. 쑹판을 거쳐 주우자이구까지는 12시간이 족히 넘게 걸린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면 일찍 잠이나 푹 자 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