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쾌청하다. 어제는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는데 말끔이 개어 하늘은 푸르고 쾌청하다. 우린 여행 운이 참 좋은 모양이다. 추웠지만 워낙 피곤한지라 정신없이 잠을 잘 잤다. 아침 7시 세사람 모두 각자의 침낭에서 누에고치처럼 허물을 벗고 일어나며 씩 웃었다.
"잘 잤어요?"
"네, 정신없이 잤어요."
"굿 모닝 찰라."
"굿 모닝 리사. 날씨한 번 죽여주네요!"
침낭을 그대로 두고 토끼처럼 양치를 한 후 카메라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 밤 먹었던 중국식당에 가서 만두와 국수로 아침 식사를 했다. 3위안을 주었는데 아침상이 푸짐하다. 리사와 아침식사를 한 후 우린 구채구 관광을 위해 입구로 갔다.
▲탈을 쓰고 축제에 참여한 장족
"와~ 멋지군요! 저 화려한 색깔!"
"오우~ 원더풀! "
"무슨 축제 날인가 봐요."
오늘은 두 번 운이 좋은 날이다. 좋은 날씨만 해도 고마운데, 마침 구채구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의 축제날이었다. 구채구는 장족(티베트족)과 창족 등 소수미족의 거주지다. 구채구라는 이름도 티베트사람의 마을이 9개 있는 산골짜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갖가지 모양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었다.
이 깊고 깊은 산중에서 이처럼 멋진 퍼레이드를 보다니 이건 여행 중에 만나는 횡재다. 머리에 쓴 족두리, 탈, 두건, 옷에 달린 장식품이 원색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구채구의 영롱한 물빛 못지않게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색채다.
그들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순박하고 소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빛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축제에 참여한 장족 아가씨. 구채구의 물빛보다 더 아름답다!
"너무 예뻐요! 저옷과 장식이 너무잘 어울리는군요."
"정말 예쁜데."
"원더풀! 소우 프리티!"
화려한원색의 옷, 모자, 그리고 살짝 웃어주는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다. 모두가 표정들이 천진난만하게 보여 더욱 예쁘게 보이는 모양이다. 세태에 물들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는 구채구의 아름다운 물빛을 볼 생각을 잊은 채 장족들의 퍼레이드에 넋을 잃고 있었다.
주자이거우(九寨沟)는 1972년 중국정부에 의해 공식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장족과 창족이 오랫동안 거주해 오던 쓰촨의 깊은 오지였다. 구채구는 1979년까지 엄청난 벌목이 이루어졌다. 보석처럼 아름더운 구채구의 호수는 이곳에서 삼림 벌채를 하던 티베트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중국정부는 아름다운 구채구가 더 이상 파괴되는 원치 않았다.
이에 중국정부는 구채구를 198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관광지 개발에 착수하였다. 1987년 공원 시설을 완성한 구채구는 1992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1997년 세계 생물권 특별 보호 지로, 2002년에는 녹색지구 21에 등재되었다.
구채구는 칭장판과 양쯔판이 만나는 단층지역으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그러나 다행히 2008년 5월 12일 있었던 쓰촨 대지진에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았다. 구채구의 기후는 온대 기후이면서도 습윤한냉하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7.2도이다. 가장 추운 1월은 평균 영하 1도이며, 더운 여름철에는 평균 17도로 그리 덥지가 않다.
칭장 고원 남동쪽 민산 산맥 남쪽 끝자락, 까이얼나 산봉 북쪽 기슭에 위치한 구채구는 면적이 720k㎡로 매우 넓다. 이외에도 600k㎡의 자연보호구역과 110k㎡ 완충지역을 풍경구에 포함하고 있다. 풍경구 내 고도는 해발 1998m에서 4764m에 이르러 걸어서 다니기엔 힘든 지역이다.
▲티베트 라마승
온대 활엽수림으로 덮여 있는 구채구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옷을 갈아입는다. 봄이면 생명에 넘치는 연록색이 되었다가 여름이면 진한 녹색으로 변하고 가을이 되면 매력적인 오렌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변하다가 겨울이면 흰 눈에 덮여 버린다.
이곳에는 철쭉과 대나무 등 희귀종 식물과 더불어,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자이언트 팬더, 황금 들창코 원숭이, 흰 입술 사슴 등이 살고 있다. 대나무를 먹고 사는 자이언트 팬더 등 이들 희귀동물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구채구는 Y자 모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입구 쪽으로부터 수정구(樹正溝), 좌측 남동쪽에 즉사와구(則査와溝), 우측 남서쪽에 일즉구(日則溝)가 있다. 장족들의 화려한 퍼레이드에 이미 넋을 잃고 있다가 우리는 9시에 구채구 관광지역으로 떠나는 셔틀버스를 탔다. 셔틀버스는 한번 입장권을 사면 타고 가다가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자유롭게 타고 있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계곡에는 55km의 도로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산책로, 정자가 잘 놓여 있다. 녹색 셔틀버스는 환경보호를 위해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22개 지점에서 정차를 한다.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먼저 오전에 일즉구로 간 후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내려 온 다음, 오후에는 즉사와구로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걸어서 내려오기로 했다.
▲소수민족 대표들
"오, 저 물빛!"
"어쩌면 저렇게 파랗지요?"
버스가 수정구에 다다르자 에메랄드처럼 파란 물빛이 수정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화려한 장족들의 옷차림에 어울리는 자연경관리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