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룸비니로 가는 길

찰라777 2011. 1. 12. 10:01

 

▲룸비니로 가는 테라이 평원. 인도 갠지스 평원으로 이어지는 넓은 평원이다.

 

 

아침 9시 치트완을 출발한 버스는 룸비니를 향해 출발했다. 룸비니! 룸비니는 깨달은 성자 부처님을 잉태의 땅이다. 룸비니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마음의 고향이다. 룸비니로 가는 길은 드넓은 테라이 평원이 그림처럼 펼쳐저 있다. 망고나무가 도열해 있는 룸비니로 가는 길은 마치 그리운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아스라이 아지랑이가 번지는 망고나무 숲길은 먼 길을 걸어온 돌아온 탕자를 반기는 어머니의 품 같은 따뜻함이 스며든다.

 

 

▲룸비니로 가는 길에 만난 길러리 악사의 공연

 

 

5년 전 나는 아내와 함께 100일 동안의 티벳 순례 길을 나섰다. 그것은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베트남에서 중국 국경을 넘어간 나는 메리설산을 넘어서 라싸로 가려고 시도를 하다가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좌절되었다. 메리설산에서 발길을 북쪽으로 돌려 골무에서 육로를 통해 티벳에 입성한 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넘어 네팔로 왔었다. 티벳은 대부분 4000m에 달하는 고원지대이다. 그 험준한 길을 순전히 육로로 넘고 또 넘었다. 아내와 단 둘이서 갔던 그 여정은 목숨을 건 길고도 험한 여정이었다. 아마 신라의 고승 혜초가 갔던 길보다 더 어려운 순례길이 아니었을까?

 

 

▲테라이 평원 가운데 서 있는 망고나무

 


우리는 고산병과 싸우며 거의 초죽음이 되어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에 도착했다. 우리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사월 초파일 날 룸비니에 도착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험한 여정은 많은 시간을 걸리게 했다. 초파일을 일주일 넘기고 나서야 룸비니에 도착했다. 어머니의 땅 룸비니에서 포근하게 며칠을 보냈다. 섭씨 40도를 넘는 불볕 더위였지만 룸비니에서 보내는 동안에는 마음이 포근하고 평온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고행의 길을 걸어갔을까? 먼 옛날 나는 룸비니에서 태어나 몇 겁을 윤회하며 지구촌을 떠도는 영혼이 아닐까?

 

지금 나는 아내와 함께 그 길을 다시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생과 사의 문턱을 몇 번이나 넘나들던 아내는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 룸비니로 가는 길을 함께하고 있다. 마치 연어가 목숨을 걸고 태평양을 건너 자신이 태어난 곳을 헤엄쳐 가듯… 심장을 바꾸기까지 한 아내는 "천당과 지옥을 이미 다녀 온 제3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표현이다.

 

 

▲길 가에서 바나나를 파는 어머니와 아이. 저렇게 순박한 표정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네팔에서만 볼 수 있는 표정이다. 살아서 지구촌의 살아있는 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우리는 저 여인한테서 바나나를 샀다.

 

 

그리고... 살아서 숨쉬는 아내와 함께 다시 룸비니는 찾는 감동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사람의 생명은 깃털처럼 가벼운 것 같지만 이렇게 또 질기다. 살아 숨쉬며 사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기쁨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까? 그것은 경험을 해 본자 만이 안다. 나는 아직 죽음 이후의 세계를 모른다. 부활과 윤회의 세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매한 나는 아직 살아 숨쉬는 자유만을 느끼는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숨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기쁨을 누리는 평범한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터라이 평원에는 누런 벼들이 황금벌판을 이루고 있다. 터라이 평원은 갠지스 평원의 일부를 이루는 넓고 비옥한 땅이다. 좁은 도로 양 쪽에는 푸른 망고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망고나무! 망고나무를 본 순간 나는 부처님이 태어난 먼 과거로 회귀를 하고 만다. 2500년 전에도 망고나무는 있었고, 노란 열매가 열려 인간의 입을 기쁘게 해주었을 것이다.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망고나무는 푸르게 자라나 인간에게 맛있는 열매를 선물해 주고 있다.

 

 

▲풍성한 과일

 


버스가 버이러허와에 근처에 도착을 하자 부처님 상이 길거리에 보이기 시작한다. 버이러허와의 공식명칭은 싯다르타너거르Siddarthnagar이다. 바이러화와는 룸비니 개발계획이 발표된 후 그 현관구실을 하는 도시이다. 룸비니로 가는 공항과 버스 거점이 이 도시에 있다. 거리에는 망고 열매와 바나나를 파는 노점상들이 연이어 있다. 풍성한 열대 과일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더사인 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더사인은 우리나라 추석과 같은 큰 명절이다.

 

 

▲바이러화와 거리 시장 풍경

 

 

여기에서 4km를 가면 인도로 넘어가는 수노울리 국경이 나온다. 마침 더사인 명절 기간인지라 거리는 고향으로 가는 차량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버스는 물론이고 트럭에도 사람들이 가득 매달려 있다. 지붕에도 사람과 동물과 짐 보따리가 만원을 이루고 있다. 네팔이나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풍경이다.  

 

 

▲드디어 룸비니에... 룸비니 마야대비 사원으로 들어 가는 입구

 

 

거리는 버스가 잠시 멈추는 사이 바나나를 한 뭉치 샀다. 네팔의 바나나는 작고 단단하다. 바나나를 입에 물고 부처가 태어난 땅 우리는 드디어 룸비니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룸비니의 땅을 밟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떤 알 수 없는 감동의 복받쳐 오른다. 가슴 두근 거림과 설래임이 쿵쿵 거린다. 마치 어머니가 첫 아이를 잉태하는 느낌이랄까? 그것은 왜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