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epal

사가르하와-버드나무 뿌리에 머리카락을 묶어 순교한 왕의 연못

찰라777 2011. 1. 26. 21:27

 

사가르화와

카필라국 마지막 왕 마하나마가 석가족을 살리기 위해

버드나무 뿌리에 머리카락을 묶어 순교한 연못

 

▲카필라국 마지막 왕이 순교한 연못 사가르하와


니그리하와에서 사가르하와로 가려던 버스는 길이 끊겨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여기서 불과 4km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가르하와Sagarhawa는 코살라국 군사가 카필라바스투를 공격했을 때 많은 석가족들이 몰살을 당하였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호수이다. 또한 카필라국의 마지막 왕인 마하나마 왕이 순교를 한 곳이기도 하다.


카필라국을 공격하다가 붓다의 출현으로 3번이나 물러선 유리왕은 네 번째로 카필라성을 침입하였다. 유리왕은 자신의 외가 국가인 점을 감안하여 석가족을 무기로 죽이지 말고 코기리가 밟아 죽이도록 했다.


유리왕은 남자는 코기리가 죽이도록 하고 석가족의 처녀 중 잘생긴 여자를 골라 500명을 자기 나라로 데려가라고 명령하였다. 카필라성의 마지막 왕이었던 마하나마 왕은 코끼리에게 밟혀 죽어가는 석가족의 최후를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마하나마 왕은 유리왕에게 간청하였다.


“내가 저 호수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만이라도 석가족을 죽이는 것을 멈추고 마음 놓고 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유리왕은 마하나마 왕의 간청을 받아들여 그가 물속에서 나올 때까지 석가족을 죽이지 말고 도망가게 하였다. 그러나 물속에 들어간 왕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유리왕은 군사를 시켜 연못의 물을 퍼내고 보니 마하나마 왕은 물속에 들어가서 머리카락을 버드나무 뿌리에 묶어 떠오르지 않도록 하고 죽어있었다.


마하나마 왕은 석가족을 위하여 장렬한 순교를 한 것이다. 살아남은 석가족은 카트만두 계곡을 비롯해 사방으로 도망을 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것을 본 유리왕은 군사를 가두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성 밖 니그로다 숲에 이르러 데리고 가던 석가족 500명의 처녀 중 한 사람을 욕보이려 하자 “내 어찌 노비의 소생과 놀아날 수 있느냐”고 완강히 거부를 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유리왕은 그 자리에서 석가족 처녀 500명을 손과 발을 잘라 죽였다.

 


유리왕의 죽음을 예언한 붓다 


피로한 몸으로 유리왕이 코살라국 사위성으로 돌아오니 왕궁의 한 쪽에서 흥겨운 노래가 들려왔다.


“저것은 무슨 노래 소리인지 알아보라.”


“기타태자(유리왕의 동생)의 궁전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그 족으로 말 머리를 돌려라.”


왕이 접근하여 오자 궁의 문지기가 기타태자에게 알린 후 들어가라고 길을 막았다. 화가 난 유리왕은 그 문지기의 목을 잘라 죽였다. 노래를 부르던 기생들이 유리왕의 두려움에 질려 모두 빠져 나가자 그때서야 기타태자가 문밖으로 나와 유리왕에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들어오셔서 잠시 쉬어가시지요.”


“너는 어째서 내가 석가족과 싸우러 간 것을 모르고 있었느냐?”


“들어서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옆에서 도와주지 않고 어찌하여 기생들과 놀이만 하고 있느냐?”


“나는 뭇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짓은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소릴 들은 유리왕은 다시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라 그 자리에서 동생 기타태자의 목을 쳤다. 기타태자는 기원정사를 지을 때 부처님을 위하여 숲을 헌납하기도 하였을 뿐 아니라 악행을 멀리하고 선행을 쌓아온 공덕이 컸다. 유리왕에게 살해를 당한 기타태자가 33천에 태어나게 되었다.


유리왕을 받들기를 거부하다가 손발이 잘려 죽어간 석가족의 여인들은 죽는 순간까지 모두가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죽었다. 이때 부처님은 코살라국의 사위성 근처에 있는 기원정사에 있었다. 그러나 비참하게 죽어가면서 목 메이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천이통(天耳通)으로 들으시게 되었다. 죽어가는 여인네들이 부처님을 향하여 이러한 고통으로부터 구원하여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많은 비구들을 데리고 사위성을 떠나 카필라성의 니그로다 숲으로 돌아왔다.


"너희 비구들아, 모두 와서 카필라성의 최후의 모습과 석가족 여인들의 죽어간 모습을 보아라."


이 니그로다 숲은 부처님이 탄생하신 곳이요, 자신이 도를 이루고 고향에 돌아와 정반왕을 교화하고 석가족 청년들을 출가시켰으며, 동생들과 아들을 출가하게 한 인연이 깊은 곳이었는데, 지금 다시 자기 일가친척들이 비참하게 죽어간 모습을 보게 되어 비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 부처님은 버려진 시체들을 덮어주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죽은 석가족 여인들을 위하여 위로의 법문을 해주셨다.


"만난 것은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다. 모든 석가족의 여인들아, 들어라. 이몸(오온)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윤회의 몸을 받지 말아야 한다. 태어남이 있어 늙음과 병듬과 죽음이 있고 근심걱정 번뇌망상 고통과 괴로움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착을 버리고 육도 윤회를 벗어나라. 이러한 고통은 다시 없을 것이다."


라고 하시면서 인과법(因果法)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관찰하여 보니 모든 여인들이 원망을 버리고 법안을 얻어 천상에 태어났음을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모든 존재는 영원함이 없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그러므로 태어남이 없으면 괴로운 죽음이 없게 된다.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을 향해,


"이곳에서 내가 법을 설하던 곳이 있으나 이제는 사람들이 없어 텅 빈 폐허가 되었으니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리라. 비구들아, 앞으로 7일안에 유리왕과 그를 따른 군사들이 죽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7일내에 죽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신 말을 전해들은 유리왕은 국경의 방비를 철저히 하고 화재나 물난리가 나지 않도록 온 나라에 경계령을 내렸다.


허튼소리를 결코 하지 않는 부처님의 말씀이었기에 유리왕은 근심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6일이 지나자 석가족을 정벌하라고 계속 충동질하였던 외도 범지가 유리왕을 찾아와서 말했다.


"왕이여, 두려워하실 것 없습니다. 벌서 엿새가 지났어도 아무 일도 없었으니, 오늘은 기분을 달래기 위하여 군사와 미녀들을 데리고 아지라강으로 가시어 놀이나 하지요."


왕은 범지의 말대로 강가로 나가서 낮 동안을 보내도 아무 일이 없게 되자 그날 밤을 강가에서 야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밤중에 때 아닌 폭풍과 폭우가 쏟아져 유리왕과 많은 군사들이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  많은 사람을 죽인 유리왕의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