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월출산 설록차 밭
아침에 유치원 교정의 창밖을 바라보니 눈이 펑펑 내렸다. 나는 문득 달이 뜨는 산, 월출산이 보고 싶어졌다. 오후에 아이들 공연이 있는지라 오전 이른 시간에 한 바퀴 휭 돌아오면 될 것 같다. 월출산은 목포에서 그리 멀지않다. 더욱이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삼향과 영암 삼호를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이 되어 더욱 가까워졌다.
▲잔설이 덮인 월출산 설록차 밭
남악 신도시에서 도청을 지나니 곧바로 영암대교로 진입한다. 영산강을 가로질러 도갑사 입구 구림에 도착을 하니 우람한 월출산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가로이 매달리던 소백산맥이 미쳐 바다로 향하지 못하고, 남도 들판 한가운데 우뚝 멈춰 서서 뿌리를 내린 산이 월출산이다.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크고 작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최근에 개통된 삼향과 영암을 잇는 영암대교
굽이굽이 눈 덮인 능선이 꿈틀대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듯 다가온다.
산 전체가 수석 전시장처럼 기암괴석이 출렁대고 있다.
도선국사가 태어났다는 구림마을을 지나면 곧바로 도갑사가 나온다.
▲도선국사가 태어난 구림에서 바라본 월출산
▲도갑사에서 바라본 월출산
▲도갑사 입구에 있는 거대한 팽나무
도갑사 입구에서 가장 볼거리는 입구에 있는 수백 년 묵은 거대한 팽나무이다.
마치 머리를 풀어 산발한 산신령처럼 서 있는 팽나무는 생명이 꿈틀대며 월출산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팽나무를 끌어 안고 거대한 나무의 기를 받아본다. 아아, 수백년의 역사가 가슴으로 들어 온다.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월출산 기암괴석
▲천왕봉
▲천황사쪽에서 바라본 월출산
천왕봉을 중심에 두고 영암읍을 휘돌아 가면 천황사 쪽으로 기암괴석이 급경사를 이루며 굽어보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월출산을 가장 멋지게 조명 할 수 있는 곳은 월남사지 앞이다. 이곳은 이미 유홍준 교수가 남도 문화 답사 일번지로 꼽아 놓은 곳이다.
월남사지에서 바라본 천왕봉
▲월남사지 3층 석탑과 천왕봉
월남사지에서 천황봉을 바라보니 이미 잔설이 다 녹아내리고 있다. 거대한 백제시대 3층 석탑이 천황봉을 가리고 있다. 우람한 석탑에 합장 배례를 하고 무위사로 향했다.
▲눈 덮인 설록차 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월남사지를 떠나 고개 하나를 넘으니 눈 덮인 설록차 밭이 기가 막히게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아, 이런 경치를 보게 되다니… 참으로 큰 행운이다.
푸른 차 밭 위에 반쯤 녹아내린 눈이 기가 막히게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깃발 같기도 하고, 푸른 물감과 흰 물감을 가지런히 그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월출산 남쪽 기슭 불모지에 태평양화학에서 조성한 약 10만평의 거대한 설록차 밭이다.
눈 덮인 차밭을 보니 <설록차>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예로부터 좋은 차는 명산에서 생산된다는 말이 있다.
월출산은 해방 직전까지 국내 최초의 녹차제품인 백운옥판차(白雲玉板茶)라는
전차(錢茶-찻잎을 쪄서 둥그렇게 빚은 후 가운데에 엽전처럼 구멍을 뚫어 줄에 꿰어 말린 차)를 생산하던 차생지이다.
월출산은 적당한 습도와 주야간 온도차가 크고 안개가 많아 떫은맛이 적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천혜의 조간과 더불어 조선시대 학자들의 차 애호정신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강진 유배시절 차를 마시며 학문의 깊이를 더했고,
초의선사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차 문화 부흥을 기원하며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다신전(茶神傳)을 집필하였다.
눈 덮인 차밭은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절묘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이지... 이간 한 폭의 기가 막힌 산수화다.
차밭 사이에는 서리방지용 팬을 설치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보다.
이렇게 멋진 선경을 일생에 몇 번 만나기가 힘들다.
이것은 분명 월출산 산신령님이 나에게 내려주신 큰 선물이다.
오, 나는 놀라운 자연의 신앞에 엎디어 감사를 드린다.
(눈 덮인 월출산에서 찰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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