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추워!
임진강에 핀 서리꽃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연일 영하 10도를 밑돌고 아침마다 하얀 서리가 눈처럼 내려 앉아 있다.
DMZ부근 임진강변의 서리는 서릿발이 어찌나 날카롭던지 손을 대면 베일 것만 같다.
꼭 깨진 유리조각을 박아 놓은 것처럼 예리하다.
▲유리조각을 붙여놓는 듯 예리한 서릿발이 매일 아침 서린다.
▲담벼락에 내린 서릿발은 마치 DMZ 철조망처럼 보인다.
저 서릿발로 담장을 치면 아무도 못 들어오겠지. 아침이면 예리한 서릿발은 마치 DMZ철조망처럼 담벼락을 이룬다. 하기야 이곳은 북쪽에는 DMZ 장벽에다가 동서남쪽에는 임진강이 삥 둘러 흐르고 있으니 방어벽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금가락지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인지라 출구가 단 하나밖에 없다.
"범인이 여기 들어오면 꼼짝없이 다 잡혀요. 북쪽을 제외하고는 강으로 삥 둘러 막혀 있어 마을 어귀 방어진지만 지키고 있으면 빠져 나갈 구멍이 없지요. 그러니 동이리는 최고의 안전지대랍니다."
▲금가락지 정자에 내려 앉은 서리
이곳은 최고의 안전지대라고 열변을 토해내던 이장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동이리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군부대 방어진지를 지나서 삼화교로 나와야만 한다. 동이리는 합수머리 전체가 주상절리 적벽을 이루고 있다. 주상절리 적벽은 마치 견고한 성처럼 둘러쳐져있다.
이 방향으로 오줌도 싸기 싫다는 최전방 오지
부근에는 숭의전지가 있고, 북쪽으로 멀지않은 곳에 제1땅굴과 군사분계선과 불과 800m거리에 위치한 '태풍전망대'(군사분계선이 가장 가까운 곳)가 있다. 동이리는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위성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고, 까맣게 나오는 최전방 오지다.
"연천군 동이리요? 거기가 어디쯤 되지요?"
"3년 반 군대생활을 그 부근에서 했는데, 어찌나 춥고 고생을 했던지 그 방향으로 대고는 지금도 오줌도 싸기 싫을 정도인데 찰라님이 그곳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곳은 북한이 댐 방류로 물난리가 났던 곳 아닌가요?"
▲백미러에 핀 서리꽃
내가 연천군 임진강변으로 이사를 했다고 하니 여성들은 대부분 이곳이 어딘지 잘 모르고, 남성들은 이 지역에서 군대생활을 한 사람들이 꽤 많은데, 어찌나 춥고 고생을 했던지 이 쪽 방향을 보고는 지금도 오줌도 눕기 싫다고 했다. 동이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서울에서 가깝기는 하지만 내가 살았던 지리산 보다 더 오지라는 느낌이 든다.
▲춥지만 서리꽃은 아름답다!
하여간... 나는 그런 동이리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다. 아침에 밖을 내다 보니 오늘도 해를 보기에는 틀린 날씨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그늘이 져서 그런지 우라질나게 더 춥다. 물끼 있는 손으로 밖의 문고리를 잡았는데 손이 문고리에 쩍쩍 들어 붙는다. 아침 산책을 하려다가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최전방 임진강은 과연 춥다 추워! 춥고 배가고프면 얼마나 서러울까? 나는 DMZ를 바라보며 추위와 배고품에 떨고 있을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해 본다. 그곳은 더 추울 것이 아닌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2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