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관악산은 능선과 기슭에 암봉이 수없이 솟아 있고, 암릉이 수갈 레로 뻗어 있어 험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스릴감이 넘치는 산이다.
관악구는 불타는 관악산을 주봉으로 하여 동쪽에 우면산, 서쪽에 호압산으로 연결되어 관악산은 관악구의 면적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또 관악산은 과천, 안양, 서울을 가르는 경계를 이루고 있다.
▲자운암 미륵부처입상
십여 년 전에는 관악산 등산을 꽤 자주 즐겼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관악산을 찾은 지 오래다. 그런데 큰 영이와 경이가 관악구에 살다보니 서울에 오면 자연적으로 삶의 터전이 관악산이 중심이 되고 있다.
관악구 봉천고개는 남쪽으로는 관악산이 북쪽으로는 현충원과 서달산이 바라보이고 그 우리 안에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숭실대학교 세 개의 대학이 요람을 이루고 있다. 그러고 보면 관악구는 서울대학교가 들어서면서 매우 학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는 곳마다 작은 도서관이 있고, 서울대입구역에도 무인도서관대가 있다.
▲서울대입구 정문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좀 길어 질 것 같다. 관악산에나 한 번 올라 볼까?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오랜만에 관악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내 친구는 응규는 관악산만 30년 간 다람쥐처럼 타 오른 관악산 도인이나 다름없다. 친구의 길잡이로 가보지 않는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3월 22일, 친구가 김밥과 밥, 김치를 싸고 나는 시금치나물과 감태, 과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봉천고개에서 찬구를 만나(그는 숭실대 입구 레미안 아파트에 산다) 5513번을 타고 서울대학교로 들어갔다. 젊은 영재들이 오가는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매우 역동적이다. 엄청나게 커진 캠퍼스는 하나의 대학도시를 이루고 있다. 버스 종점에서 내린 우리는 서울대학교 건축회관 옆에서 등산은 시작되었다.
“오늘 등산은 자운암-왕관바위능선-연주암-기상대-말바위능선-삿갓바위-학바위능선-연주약수터-서울대에 이르는 등산로를 한 번 타 보는 거야. 약간 험하지만 아주 아기자기 하거든. 아마 사진을 찍을 거리도 많고 심심치 않을 걸.”
“오케이, 관악산 도사님만 따라갈게.”
자운암 미륵부처마애불에 기도를 하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한데…
공과대학에서 샛길로 빠져 오르니 채마밭이 나오고 곧 자운암에 이른다. 자운암은 조선 태조 5년(1396년)에 무학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무학대사는 관악산의 불기운을 막기 위해 호압사라는 절도 창건을 했다고 한다. 조선 건국당시 경복궁을 창건하며 무학대사와 정도전은 치열한 풍수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자운암에 입구에 있는 채마밭 ▲채마밭과 소나무 ▲고개조심 ▲자운암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내
무학대사 : 인왕산을 진산으로, 북악산과 남산을 좌청룡 우백호로 삼아야 합니다.
정도전 : 동면은 안 됩니다. 제왕은 남면(대문이 남쪽을 행해 앉는다는 뜻)해야 합니다.
무학대사 : 아!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200년 후에 반드시 후회를 할 텐데…
태조는 정도전의 손을 들어 주었고, 경복궁은 무학대사의 경고대로 200년 만에 임진왜란으로 불바다가 되었다. 과연 무학은 천년을 내다보는 풍수의 안목이 있었을까? 하면, 남대문까지 불에 탄다는 암시였을까?
▲자운암 입구 ▲푸하하하하 웃고있는 포대화상
자운암 입구의 요사는 새로 건축을 것이고, 대웅전은 남쪽 삼성산을 바라보며 양지바른 곳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좌우에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다.
대웅전 뒤에는 산신각이 암반 밑에 지어져 있는데 거대한 소나무에 둘러싸여 좌우에 암벽이 단단하게 벽을 이루고 있다. 산신각에는 영험하게 생긴 신령님이 호랑이 등에 타고 있다.
“관악산에도 호랑이가 있었을까?”
“옛날 옛날에는 있었다는 말도 있어.”
우리는 잠시 산신각 따뜻한 툇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물 한잔을 마셨다.
▲무학대사가 창건했다는 자운암 대웅전 ▲메주덩어리가 햇볕에 잘 말라가고 있다. ▲자운암에서 바라본 삼성산 ▲산신각 ▲관악산 산신령 ▲열려라 참깨! 양옆에 바위가 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산신각에 나와 좌측으로 올라가니 잘 생긴 미륵부처님이 지그시 미소를 짓고 있다. 양손으로 단전에 여의주 같은 것을 받쳐 들고 선정인을 하고 있는 마애불은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인다. 미륵부처는 조성 시기나,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전혀 없다.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여기서 소원을 빌면 서울대학교에 합격을 한다고 하여 ‘학업성취’에 대한 기도처로 알려져 있어.”
“흐음~ 그럼 기도하면 누구나 서울대에 합격을 하나?
“그거야 알 수 없지.”
마애불 뒤에 바위 결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자운암을 뒤로 하고 왕관바위 능선으로 발길을 옮겼다.
▲영험하다는 미륵마애불
▲과연 기도하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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