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자격 마지막회 촬영지, 동이리 마을
“여보, 저기 김희애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가요?”
“어? 정말이네.”
“저긴 어가정 앞길 삼거리에요.”
“하하 그렇군. 어? 저긴 우리가 늘 산책을 하고 다니는 주상절리 앞 길이군.”
“어떻게 저 길을 알고 촬영을 했지요?”
“글쎄, 내가 여러 번 블로그에 올렸던 풍경인데….”
내가 살고 있는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마을이 뜻밖에도 드라마에 나왔다. 4월 19일 종영된 JTBC 수목드라마 '아내의 자격'(정성주 극본, 안판석 연출) 최종회 일부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마을길과 임진강 주상절리 평화누리길에서 촬영 된 모양이다.
이 길은 우리가 지난 12월, 동이리로 이사를 온 후 아내와 함께 늘 산책을 다니던 길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곳 동이리에 머물때는 나는 아내의 손늘 잡고 하루에 한 번 정도 산책을 다녔던 길이 드라마에 나오니 정감이 가면서도 왠지 우리만이 다녔던 산책길이 공개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내가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한 여자가 자식의 교육에 올인 하던 중 사랑에 빠지고, 그 수법이 능란하지 못해 들켜서 몰매를 맞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불륜의 연쇄반응을 그린 내용이다. 자식의 교육이라는 지상과제 아래 숨겨왔던 비밀과 교묘히 포장된 욕망이 하나씩 들추어 내어지는 소위 대치동 러브 어패어이다 .
그런데 그 마지막회가 공교롭게도 내가 살고 있는 마을 길에서 촬영되다니, 우연치고는 묘하다. 태오(이성재 분)와 서래(김희애 분)가 삼거리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갈 방향을 망설이는 곳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이다.
“따로 따로 가서 만나면 되겠네.”
서래와 태오는 서로 헤어져 각자가 가고 싶은 길로 가서 목적지에서 만나기로 한다. 서래는 어가정 길로 가고, 태오는 임진강 방향으로 자전거를 몰고 간다. 서래는 임진강 변 평화누리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강변에 펼쳐진 장관을 바라보면서 지난날과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한다.
인생은 이런 건가 보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눈 앞에 또 다른 광경이 나타나고, 새로운 경지가 기다리는 거, 때로 참혹했지만, 나는 어쨌거나 지나왔고, 지금 내 눈 앞엔 뜻밖에도 멋진 장관이 펼쳐져 있다. 윤서래 너한테 선물하나 주께 하는 것처럼…… 여기가 끝이면 좋겠지만 아직은 아니란다. 잠시 쉬었다가 또 갈 길을 가렴. 하는 것처럼…… 난 도착했어요. 나도 곧 가요
"마지막 대사가 참 마음을 울리는군요."
"마치 우리가 걸어온 길을 말하는 것 같군."
서래가 미래의 삶을 꿈꾸는 해피엔딩 장면이다. 장면 내내 ‘Down by the Sally Garden’이란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그리고 끝 장면에서는 ‘Day dream Believer’ (Mary Beth Maziarz) 노래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오늘도 아내와 나는 이 길을 산책했다. 작년에 어쩔 수 없이 섬진강을 떠나야 할 때는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삶의 모퉁이를 돌아서면 이렇게 멋진 장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것은 찬란하다!
그렇게도 춥던 임진강 길도 봄이 왔다. 강가에는 여린 버드나무 새싹이 움터 나오고 있다. 길섭에는 봄을 노래하는 꽃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살아서 숨쉬는 것들은 모두가 축복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 이상은 상처를 안고 산다. 어디 흠이 없는 아내와 남편이 이 세상에 존재하겠는가?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너희 가운데 죄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8.1~11”라고 했던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르게 하는 드라마다.
*참고: 드라마 사진은 JTBC TV화면을 캡쳐한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