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잔디관리... 생각보다 쉽지않네!

찰라777 2012. 6. 16. 10:24

 

잔디정원이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것...

 

푸른 잔디정원이 있는 2층 전원주택!

가수 남진의 노래처럼 아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집이다.  

포기하지 않는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아내와 나는 그토록 갈구 해오던 잔디가 있는 전원주택에서 6개월째 살고 있다. 우리 소유는 아니지만 청정남님과 인연으로 꿈에 그리던 집에서 세들어 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문 잔디정원

 

 

-후원 잔디정원

 

그런데 금가락지의 잔디정원은 생각보다 꽤 넓다. 앞마당과 뒷마당을 합하면 족히 200평은 넘어 보인다. 겨울이 지나자 잔디관리가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나는 지금까지 잔디가 있는 집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잔디를 깎아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눈에 보이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 마련이다. 보기에는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처럼 보이지만 그 집을 그림 같은 집으로 손수 관리하는 현실은 그리 녹녹치가 않기 때문이다.

 

깎기, 물주기, 잡초제거... 끝없는 씨름 

 

-시도 때도 없이 자고 일어나면 돋아 나는 잡초

 

나는 인터넷을 뒤져 잔디를 어떻게 관리하는 지 그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잔디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잔디깎기, 잡초제거, 관수 및 보수, 병충해 방지, 시비, 배토, 갱신 등 연간 꾸준히 관리를 해주야 한다는 것.

 

우선 잔디깎기가 최대의 관건이다. 잔디의 종류에 따라 깎는 방법도 다르다. 들잔디, 금잔디, 갯잔디, 서양잔디, 버뮤다그라스, 켄터키블루그라스, 벤트그라스, 라이 그라스, 위핑러브그라스… 에궁~ 잔디의 종류가 이렇게 다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금가락지는 한국산 들잔디다.

 

금가락지 잔디는 전현적인 한국산 들잔디이다. 잔디의 종류에 따라 깎는 회수도 다르기 마련인데 들잔디는 주로 5~8월 사이에 연간 6회 정도 깎아 주어야 한다고 한다.

 

한번에 1/3 이상을 깎지 않도록 하고 토양이 젖어 있을 때는 깎지 말아야 한다. 잔디가 너무 짧으면 생육이 어렵고, 너무 길거나 촘촘하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죽기가 쉽다는 것.

 

 

-응규가 낫으로 깎아 모은 가장자리 긴 잔디

 

-잔디를 깎은 자리에 파란 새잔디가 자라고 있다.

  

잔디밭 가장자리에는 긴 잔디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는데 자기들끼리 얽히고 설켜서 죽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낫질을 잘하는 내 친구 응규가 낫으로 꼬박 이틀을 걸려 일일이 깎아주는 수고를 해주었다. 덕분에 잔디를 깎은 자리에는 지금 새파란 풀이 돋아나고 있다.

 

이처럼 잔디를 깎아주면 줄기와 뿌리의 치밀도를 높여주고, 분열을 촉진시키며, 잔디키를 일정수준으로 평탄하게 하여 미관이 좋아진다. 또한 통풍 잘되어 병충해를 예방하고, 잡초의 침입을 막아주며, 답압(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아주어 잔디를 항상 새롭게 해 준다.

 

처음 돌려보는 제초기, 그러나...

  

-창고에서 꺼낸 제초기.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자, 그러면 이제 잔디를 한번 깎아볼까? 창고에서 먼지가 낀 제초기와 예초기를 꺼냈다. 이 농기계들도 처음 다루어보는 것들이다.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잔디제조회사의 홈페이지를 뒤져 제초기 매뉴얼을 찾아 사용법을 숙지하고 시동을 걸어 보았으나 막무가내로 걸리지 않았다.

 

헉헉~ 시동기 끈을 잡아당기느라 땀만 뻘뻘 흘리고 말았다. 제초기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그 원인을 문의 하였지만 기계치인 나는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자꾸만 엉뚱한 질문을 한다며 제초기를 택배로 보내라고 하는데 그 무거운 제초기를 보내는 것도, 수리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연천군 농업기술센터 농기계 무료 순회수리 차량

 

그런데 마침 연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 순환 수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남면까지 무거운 제초기를 낑낑대며 자동차에 싣고 가서 수리를 했다. 예초기는 접지코드가 빠져 있고, 제초기는 필터에 먼지가 끼고 젖어 있어 시동이 걸리지않았다고 진단을 했다. 

 

의사에게 가기만해도 어지간한 병은 다 낫는다고 하더니 농기계 기사의 손길이 지나가자 제초기와 예초기는 웽웽 소리를 내며 잘도 돌아갔다. 다행히 무상으로 수리를 받은 나는 쾌재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제초기를 내려놓고 설래이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어보니, 예초기는 잘 돌아가는데 제초기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헉헉헉~~

 

 

- 필터를 낀 자리를 깨끗이 닦아내고

 

-필터에 휘발유를 부어 하루를 말려주니 시동이 걸렸다@!

  

이거야 정말~ 다시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필터가 덜 말라서일거라고 하며 필터에 휘발유를 뿌려서 하루정도 마른 다음에 다시 걸어 보라고 하였다. 기사의 말대로 필터기에 휘발유를 골고루 뿌려서 말려 다음날 시동을 걸어보니 그제야 시동이 걸렸다. 휴~ 시동 한번 걸기 힘들군.

 

 

-시동을 걸어 잔디를 깎기 시작했다. 남이 보기에는 멋지게 보이는데 생각보다 힘들어~

 

드디어 시동을 걸고 잔디를 깎기 시작했다. 과연 잔디가 카펫처럼 가지런하게 깎아질까? 금년 들어 처음 깎는 진디인지라 잔디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바퀴를 다소 높게 조정했다. 우선 예초기로 긴 풀들을 대충 잘라주고 제초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잔디가 짧거나 얼멍얼멍 한 곳은 피하고 빽빽하고 긴 곳만 찾아 깎아주는데, 웬걸 보기보다 쉽지가 않다. MTD라는 미국산 제초기인데 엄청 무겁다.

 

 

-처음깎는 잔디치곤 제법 잘 깎아졌다.

 

잔디를 깎는 동안 아내는 휠체어에 앉아 여기저기를 지적하며 진두지휘를 했다. 엔진 소리가 워낙 커서 우리는 크게 소리를 치거나 아니면 제초기의 시동을 꺼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에궁! 난 힘들어 죽겠는데... 하지만 아내의 잔소리는 약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끙끙대며 한나절 동안 무거운 기계와 실랑이를 하며 잔디깎기를 마쳤다. 그런대로 처음 깎는 잔디치고는 잘 깎아진 것 같다.

 

뽑아도 뽑아도 돋아나는 잡초!

 

다음으로는 잔디밭 사이에 나는 잡초를 제거해 주는 일이다. 잔디밭에는 개망초를 비롯하여 토끼풀, 매듭풀, 강아지풀, 쑥, 바랭이류 풀 등이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라났다.

 

 

-무성하게 돋아나오는 토끼풀. 그렇다고 제초제를 쓸 수도 없고...

 

 

알다시피 녀석들은 뿌리가 어찌나 끈질기고 잘 자라던지. 잡초를 뽑다 잘 뽑아지지 않아 뒤로 벌렁 넘어지기가 일수였다. 정말이지 잡초근성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체험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래, 나도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야 해. 녀석들은 귀찮게 하기도 했지만 무언의 교훈을 주기도 했다.

 

잡초은 대부분 제초제를 사용하여 제거를 하지만 숲해설가인 내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하면 잔디까지 죽어버릴 수가 있고, 제초제의 공해는 가공할 만하게 크다. 차라리 잡초가 좀 자라더라도 제초제는 절 때 쓸수 없다. 나는 시간만 나면 일일이 호미를 들고 손으로 잡초를 뽑아주었다.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고 일어나면 돋아나는 잡초근성

 

뽑아도 또 뽑아주어도 자고 일어나면 여기 저기 잡초들이 호호호~ 용용 죽겠지? 날 뽑아봐~ 하고 놀려주고 있다. 녀석들을 그냥 제초제를 확 살포하여 한방에 날려 버려~

 

아무튼 나는 눈만 뜨면 날마다 잡초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해서 우리집에 친구들이 오면 잡초를 뽑아야 밥을 준다고 농담을 한다. 일당을 해야 할 것 아니야 하며...

 

마르지도 젖지도 않게 물을 주어야 한다니... 

 

다음으로는 물을 주고 비료도 주어야 한다. 물도 무턱대고 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마르지도, 젖지도 않게 주어야 한다는 것. 이른 아침이나 오후에 30mm 정도 주어야 하는데 저녁에 물을 주어 잔디가 마르지 않으면 병해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 그러므로 물을 주는 시간도 아침이나 해가지기 전에 주어서 반드시 물이 마르도록 해야 한다.

 

 

-스프링클러 한대를 설치했지만 가뭄이 극심해 역부족이다.

 

금년처럼 가뭄도 심할까? 이 너른 잔디밭에 물을 어떻게 준담? 잔디밭에는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다. 손으로 뿌리는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다가 철물점에 가서 삼각 스프링클러를 한대 설치했지만 역부족이다. 비가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오, 하늘이시여!

제발 비를 뿌려 주어 저 마른 잔디가 살아나도록 하소서.

 

잔디가 원형탈모증에 걸린 원인은? 

 

워낙 가물기도 하지만 곡수정 정자로 가는 징검다리 아래쪽은 그래도 잔디가 잘 자라 있는데 대문에서 들어오는 쪽은 마치 원형탈모증에 걸린 듯 여기저기 패여 있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원인을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잔디가 원형탈모증에 걸린 원인은?

  

자동차 때문이 아닐까? 그 무거운 타이야로 무자비하게 잔디를 짓밟았을 테니 잔디가 숨이 막혀서 제대로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3000여명이 이 금가락지를 이용했다고 하는데 그냥 걸어오지는 않았을 테고, 필시 모두가 자동차를 타고 왔을 것이다.

 

그리고 잔디가 바퀴에 눌려 죽는 것은 생각을 하지도 않고 그 위에 주차를 했을 것이다. 나갈 때도 후진을 하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빙 돌려서 바퀴자국을 여기저기 내며 마당을 가로 질러 나갔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동차가 돌아서 나갔을 부위에는 원형 탈모증이 심하다.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잔디는 압사를 당하여 잘자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잔디는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많은 잔디가 압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 출입금지를 시켜야 않을까?

 

우선 나부터 조심을 해야겠기에 자동차를 나는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우측 담벼락에 한구석에 바짝 붙여 주차를 하고 나갈 때도 천천히 후진을 하여 조심스럽게 나갔다. 자동차 바퀴가 잔디를 누르는 거리는 최대한 단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우측 담벼락에 한구석에 바짝 붙여 주차를 하고 나갈 때도 천천히 후진을...

 

 

송곳으로 잔디 숨구멍을 뜷어 주어야 할까?

 

자동차 바퀴자국에 눌린 잔디는 땅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딱딱하게 굳어진 땅은 송곳으로 들쑤셔 구멍을 송송 뚫어주어야 잔디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많은 자리를 일일이 손으로 뚫을 수도 없고…

 

 

-잔디의 숨구멍을 뚫어주는 에어레터

 

인터넷을 뒤져보니 미국에서는 뾰쪽뾰쪽한 침이 달린 기계(Aerator)로 주욱 밀고 다니며 잔디를 쑥쑥 쑤셔서 숨구멍을 뽕뽕 뚫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빡빡한 잔디와 흙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숨 쉴 구멍이 뚫려 공기와 물이 잘 들어갈 뿐 아니라 벌레와 미생물이 왔다 갔다 하면서 잔디의 성장을 도와준다는 것.

 

에고~ 앓느니 죽는다고 잔디 몇 평 살리기 위해 그 비싼 기계까지 살 수야 없지. 허지만 원형탈모증이 걸린 잔디는 보수를 해주거나 비료를 주어야 할 것 같은데 고민이다.

 

 

이상과 현실은 거리가 멀다!

1년에 잔디관리로 400억 달러나 지출한다는 미국

 

하여간… 잔디를 제대로 관리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잔디를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연간 400억 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제초기를 돌리면 웽웽 거리는 소음이 작란이 아니다.

 

섬진강 수평리에 살 때에는 뒷집 별장에 사는 사람이 주말이면 잔디를 깎느라 웽웽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조용한 시골에 엄청난 소음공해를 유발시켰다.

 

-제초기는 소음과 공해를 유발시키고 기름값도 꽤나 들어간다.

 

거기다가 연소가 잘 되지 않으면 하얀 연기를 품어대며 휘발유 냄새가 지독하게 풍겨왔다. 그래서 뒷집에서 잔디를 깎을 때에는 나는 공해를 피해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잔디관리를 위해 절간처럼 고요한 집에 그 공해를 유발시켜야 한다니, 세상 일은 참 알 수가 없다. 사실 잔디는 보기에만 좋았지 생산성은 없다.

 

 

-잔디관리... 생각보다 쉽지않네?

 

 

 

 

(2012.6.16 잔디밭을 깎으며...)